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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째 열다섯

[도서] 오백 년째 열다섯

김혜정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오백 년째 열다섯/김혜정 지음/위즈덤하우스

 

<오백 년째 열다섯>

처음에 제목을 보고 드는 생각은 부러움이었다. 열다섯 그 풋풋하고도 싱그러운 시절로 긴 시간을 살아갈 수 있다니… 하지만 이도 잠깐, 불멸은 아니지만 변하지 않는 나이로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과연 축복일지 의문이 들었다. 열다섯!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나이인 채로 긴 시간 동안 다른 이들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싶다. 열다섯에 갇힌 이 소녀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오백 년째 열다섯>은 단군신화와 전래동화를 소재로 하여 K-판타지를 구축하였다. 우리가 아는 단군신화 내용에 여우를 추가하여 곰, 범, 여우가 인간들과 어떻게 엮이게 되었는지 풀어낸다. 그리고 옛이야기 속 범과 여우의 모습, 이미지에 대한 해석이 흥미롭다. 인간으로 말미암아 호랑이와 여우가 대립각을 세우게 되어 안타깝고 속상했다. 절친한 세 친구 곰과 범, 여우를 갈라지게 만든 시작은 다음과 같다.

 

"환웅은 절친한 세 친구 곰과 범, 여우에게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삼칠일 동안 먹고 지내면 인간으로 변하게 해준다고 했다. 곰과 범은 동굴로 들어갔지만, 여우는 싫다고 거절했다."

 

이 소설의 세계관에서는

인간/야호족/호랑족 이 존재한다.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웅녀(인간이 된 곰)는 절친 여우에게 환웅에 의해 분리된 인간계와 동물계 사이에 중간자가 되어 균형을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이를 받아들인 여우(령)는 하늘에서 내려온 최초의 구슬을 삼켰고 환웅은 최초의 구슬에서 서른 개의 구슬을 만들었다. 다른 흰 여우들도 이를 삼켜 인간이 되었다. 이렇게 야호족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들이 본야호로 오백 년마다 몸속의 구슬이 늘어나게 된다. 이 구슬을 다른 존재에게 줄 수도 있는데 그렇게 야호족이 된 이들을 종야호라 한다. 범의 동생(범녀)가 이를 부러워하여 야호족의 구슬을 빼앗아 호랑족을 이루었다. 구슬이 새로이 만들어지는 오백 년마다 야호족과 호랑족의 싸움이 벌어진다. 이 전쟁이 가까운 즈음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가을'이다. 오백 년째 열다섯인 소녀는 할머니(이봄), 엄마(이여름)와 함께 세쌍둥이로 중학교에 다니게 된다. 지난 인연들과의 이야기와 지금 인연들과의 이야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구슬 전쟁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가을은 반복되는 열다섯 살 인생이 지리멸렬하게만 느껴졌다. 지겹고 껍데기 같은 삶. 타인과 마음을 나눌 수 없는 삶. 령 님의 "넌 특별한 아이야."라는 말도 크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우린 껍데기야. 우리 삶은 없어. 항상 누군가로 위장하며 살아. 오백 년째 열다섯 살로 사는 거 진짜 끔찍하다고."

가을의 절규에 마음이 시리다. 가을이는 끝없는 열다섯 살의 굴레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까? 마음을 다해 응원하게 된다.

 

신우에게 마음이 가 신경을 쓰면서 알아가게 되는 가을을 보면서 마음은 어쩔 수 없다는 걸 또다시 깨닫는다. 기한이 있는 만남이기에 정을 주면 안 되는데 마음이 흔들려서 마음이 움직여서 마음이 있어서 안된다. 하지만 그래서 살아가는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주위 사람들과 한계가 있더라도 관계를 맺으면서 지내는 게 살아가는 거지 아니면 살아내는 거다. 령님이 이어준 목숨의 의미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가을이기에 령님 또한 마지막 희망을 걸었을 것이다.

비밀스러운 운명을 받아들이고 함께 하는 길을 선택하기까지 온 힘을 다해 시간을 보낸 가을이는 훌쩍 성장했다. 열다섯, 혼란스러운 시기에 멈춰있는 가을이 스스로 긴 전쟁을 끝내고 다시 일어서는 결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아, 이런 방법도 있구나. 어른의 시선으로 점철된 승자와 패자의 세상이 아닌 공존의 세상을 노래하는 열다섯 살 가을이를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마음이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하다. 따뜻한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만 있지 않아. 그런데 나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더라. 나쁜 사람 때문에 좋은 사람을 놓치면 안 되잖아."

"너를 만나 나는 또 새로운 삶을 살았고 그 시간이 더없이 좋았어."

 

에필로그 - 새로운 삶에서 전학생 '김현'의 등장은 두 번째 이야기가 있나? 기쁜 기대를 해본다.

단군신화와 옛이야기들을 다른 시각으로 재조명한 K-판타지 <오백 년째 열다섯>, 따뜻하고 다정한 서사에 흠뻑 빠져들어 즐겁게 읽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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