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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도 불행하던데요

[도서] 여행해도 불행하던데요

최승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여행'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는 다분히 긍정적이다. 도전적이고 재밌고 유쾌하고 시끌벅적하기도 하고 편안하고 아늑하고 여유롭다. 물론 그렇지 않은 여행도 있겠지만, 보통 '여행'이 우리에게 베푸는 온정은 따스하고 충만하다. 그리고 우리도 그런 기대를 안고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여기 행복의 중심에서 불행을 외치는 한 사람이 있다. '파리'와 '한 달 살기'!!! 나는 이 두 가지에 꽂혀 책 제목과 책 소개에 있는 '불행'이라는 두 글자를 외면했다. 예술과 문화의 도시인 '파리'에서 무려 '한 달'을 보내는 여행 에세이라니 설렘 가득한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했다. 제목이 《여행해도 불행하던데요》이었지만 설마? 하면서 첫 장을 읽었고 어? 아~ 에구! 온갖 감탄사를 뱉으면서 마지막 장까지 읽었다. 정말 책 소개에 있는 문구처럼 MZ 세대 괴작의 탄생이었다.

 

여행해도 불행하던데요/최승희/더블엔

 

이 책은 파리에서 한 달 살기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2년 후 서울에서 생활하는 이야기가 같이 서술되어 있다. 2년 전 파리에서의 오늘과 2년 후 서울에서의 오늘이 교차되는 방식이다. 갑자기 돈이 생겼고 어영부영 지내다 보니 남은 돈이 얼마 없어서 프랑스로 떠난 작가의 교환일기를 읽으면서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은 누구나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자신의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사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왠지 남들은 나와 다른 것 같고 당당해 보이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시기가 있다. 하지만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시기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하면 조금은 위안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보내는 나에게 안부를 묻고 계획을 세운다. 물론 계획을 세운다고 다 실천하는 것은 아니지만, 딜레이 되는 계획들은 또다시 다른 날의 계획이 되고 어느 날 실천하면 된다. 이런 하루들이 비슷해 보이고 그 안의 내가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상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똑같은 하루는 없다. 무언가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다. 높은 단계의 다른 그림 찾기처럼 쉽게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것뿐이다. 획기적인 변화가 있는 삶은 멋있고 의미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이루면서 흐름에 맡기는 삶도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 여행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다양한 경험들을 하였다. 완성형은 아니더라도 그 시도와 과정 자체가 좋았다. 본인이 직접 서술하는 냉혹한 자신에 대한 평가를 읽으면서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저자가 칸영화제에 가서 종이를 들고 블루 티켓을 구한다든지, 레스토랑에서 혼자 식사를 한다든지, 모르는 이들과 어울려 모임을 가지거나 여행을 함께 떠나는 등의 도전은 대단하고 굉장한 감동이었다. 그 썰들을 풀어내면서도 한없이 우울하고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저자를 보면서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대견하다 위로해 주고 싶었다. 사람들과 엮이면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생각하고 자신을 일으켜 세워 무언가를 계속 시도하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MZ 세대, 영화감독, 작가, 아티스트.

자신만만한 세대이면서도 세상에 설 자리가 탄탄하지 않은 청춘이 내비치는 한탄과 불행이 가슴 저렸다. 영화감독을 포기했다고 하나 작가를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 언젠가 그녀의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될 날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작가가 되어 두 권의 책까지 낸 그녀이기에 글 속에서 느껴지는 영화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꿈을 이루도록 인도하리라.

 


 

어디 가서 시원하게 한 번 펑펑 울고 싶은데, 울 일이 없다.

내가 보기에는 울 일이 많은 듯한데 울지 않는 그녀이다. 그녀가 한번 펑펑 울고 그녀가 바라는 따뜻하고 행복한 글을 쓰고 영화도 찍기를 응원한다.

* 책 속의 QR코드로 프랑스에서 찍은 영상을 유튜브로 볼 수 있다. 유쾌하고 즐겁지만 않은 특별한 여행 에세이가 궁금하다면, 지금 자신의 위치가 단단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읽어봤으면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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