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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달콤한 인생입니다

[도서] 이만하면 달콤한 인생입니다

고영주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우리나라 1세대 쇼콜라티에 고영주 님의 에세이 이만하면 달콤한 인생입니다를 만났다.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고 생각하는 손을 갖고 싶어서 열심히 일했더니 아픈 손이 되었다는 고영주 님.

 


이를 계기로 오른손을 쉬게 하고 왼손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장장 1여 년의 기록이 모여 에세이집으로 출간되었다. 쇼콜라티에답게 '달콤한 인생'을 말하는, 포근하고 달콤하면서도 뜨끔하게 만들고 뒤돌아보게 하다가도 털어버리고 앞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이만하면 달콤한 인생입니다/고영주/보다 북스 -  왼손으로 쓴 첫 그림일기

 

친구들과 여행 간 곳에서의 우연한 인연인 밥장 님의 <몰스킨 그림일기 레슨>으로 시작된 도전이었다. 기술자로서의 존재 자체가 휘청거리는 사건이었으니 얼마나 황망하고 원망스럽고 불안했을까. 그래도 그 고통에 침잠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린 그녀의 유연함에 탄복하게 된다.

왼손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는 건 그녀에게 순응과 저항의 의미였다. 기술자로서 살아가기 위한 순응이자 불안한 마음과 불편한 육체에게 점령당하고 싶지 않다는 저항이었다고 한다. 기술자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이 전해져 와서 가슴이 뭉클했다. 결혼하고 출산을 하면서 자연스레 퇴사를 하고 전업주부가 되어 10여 년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고영주 쇼콜라티에님이 보유한 기술과 경제적 자립이 한없이 부러웠다. 그녀가 벨기에에서 배우게 된 작은 기회가 지금까지 이어지기까지의 온갖 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의 자리에 서 있는 그녀가 내뿜는 아우라를 존경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제 어느 정도 아이들이 크니 사회활동에 대한 갈망이 솟구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고영주 쇼콜라티에님처럼 나 또한 지금 휴식을 취하고 있다. 딱 보면 건강해 보이는 신체구조인데 사실 조금씩 삐거덕거리고 있는 몸이고 가장 큰 문제는 '눈'이다. 어렸을 때부터 시력이 너무 좋지 않았지만 프로그래밍 일을 하면서 하루 종일 컴퓨터와 한 몸처럼 붙어있었던 나는 초고도근시다. 살아오면서 나보다 시력이 나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대부분 무서운 병원 하면 치과를 떠올리는데 나는 안과가 그렇게 무섭다.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게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 같다. 그래도 십수 년간 안과를 정기적으로 다니며 잘 관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떨어진 시력으로 수술을 하게 되었다. 무사히 4월 초 수술을 끝내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독서도 줄여야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 모든 일상이 불편하였다. 마음이 지쳐가던 나에게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책 『이만하면 달콤한 인생입니다』가 잘 찾아와 준 것이다. 마치 선물처럼.

 

 

왼손으로 쓴 마지막 일기


그녀가 왼손으로 처음 쓴 그림일기부터 마지막 일기까지 읽으면서 꾸준함의 위대함을 새삼 깨달았다.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던 글씨들이 제법 뚜렷한 형태로 또박또박 제 목소리를 들려주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녀가 보여준 끈기에 박수를 보낸다. 왼손으로 한다는 것은 불완전한 시작이다. 처음 오른손으로 글씨를, 그림을 배우는 것과 비교하여 말하지만 나는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익숙해져 있는 손이 있기에 익숙하지 않은 손으로 익숙한 일들을 하는 것은 더 어렵다. 경험이 있기에 기대가 있다. 그리고 그녀의 말처럼 익숙하지 않는 손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더디고 힘겨워 단순화된다. 하지만 이 또한 받아들이고 꾸준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는 솔직한 의연함이 돋보였다.

 

왼손으로 쓴 초반 그림일기 - 후반 그림일기
와닿는 그림일기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들 많은 부분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녀가 쇼콜라티에로 살아가고자 시작한 <카카오봄>은 사장의 역할을 요구했다. 꿈과 현실의 간극. 기술자로서의 인생에 자영업자로서의 역할이 끼어들었다. 예상치 못한 문제와 갈등들 속에서 20여 년의 시간을 지나온 카페 <카카오봄>은 고영주 쇼콜라티에 자체이다. 2001년 국내에 수제 초콜릿을 소개하고 초콜릿을 더 많은 이들이 즐기도록 2003년 홍대에서 시작된 <카카오봄>은 장소도, 직원도 바뀌었지만, 고영주 쇼콜라티에만은 그대로이다. 그 열정과 신념이 그녀를 이끌어주었으나 어찌 보면 억눌렸던 감정들이 오른손 엄지손가락에서 폭발한 건 아닌가 싶다. 그 긴 시간, 수고했다. 쉼표를 찍고 쉬어가 더 나아갈 수 있는 내일을 그리는 그녀가 멋지다.

 

그녀의 소소한 일상 속 그녀와 엮어있는 가족, 친구들, 직원들과의 이야기가 약간은 삐뚤지만 점점 더 힘이 담긴 왼손 글씨와 왼손 그림으로 우리에게 전해져 왔다.

그 색다른 경험에 기분이 좋아지고,

그녀가 곳곳에 남긴 레시피들 덕분에 행복해지고,

그녀가 알려준 인연들의 좋은 정보에 설레었다.

이제 코로나19 팬데믹도 안정되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봄을 만끽해 볼까? 고민 중인데 좋은 목적지가 생겼다. 초콜릿 좋아하는 내님과 진짜 초콜릿을 먹으러 가야겠다. 운 좋으면 커트 머리 그녀를 만날 수 있으려나 기대감에 부푼다.

달콤하고 은밀한 쇼콜라쇼 한잔하러 같이 가실래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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