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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시선

[도서] 불편한 시선

이윤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 여성의 눈으로 파헤치는 그림 속 불편한 진실

 

아이들과 미술관에 가거나 화집을 보다 보면 당황스럽거나 불편한 경우들이 있다.

그 오묘한 감정에 이름 붙이기가 어려웠는데 이 책을 통해 바깥으로 끄집어내 속 시원하게 대변해 주는 통쾌함을 느꼈다. 말로 정확히 집어낼 수 없는 무언가 그것은 명작이라 추앙받는 작품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불쾌하면서도 불편한 느낌이었다. 고전, 명화, 위대한 화가로 역사적 위엄과 명성이 쟁쟁한 실체에 반기를 든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고, 오히려 부족한 내 예술적 소양 탓을 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불편하고 싫은 나의 감상은 끈질기게 남아 미술에 투명한 벽을 쌓았다. 그 벽을 부셔줄 책 <불편한 시선>을 만났다.

 

불편한 시선/이윤희 지음/아날로그


 

이 책은 얼 가지 키워드를 통해 미술사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의문, 시선, 누드, 악녀, 혐오, 허영, 모성, 소녀, 노화, 위반

 

각 챕터마다 키워드에 알맞은 작품들과 이야기로 차근차근 조목조목 미술사 속에 만연한 차별과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읽을수록 뜨거워지면서도 차분해지게 만드는 재기 넘치는 글 솜씨에 빠져들었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 미술사를 여행하다 보면 어느새 달리 보이는 미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예술 역시 시대의 산물이라는 자명한 사실이라는 부정할 수 없다. 예술이 시대를 선도하기도 하지만 시대적 요구가 적극 반영되기도 하는 것이 예술이다. 그래서 미술사 역시 여성이 겪어온 역사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관객의 요구와 시선에 맞춰 진실을 왜곡·편집하기까지 했다. '예술'이라는 안전장치 안에서 뿌리내린 그들만의 '예술'을 다른 시선으로 읽어보는 색다른 시간을 가져보았다. 『불편한 시선』 누군가에는 인정하기 당황스럽거나 껄끄러울 수도 있지만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의 시간이 도래했다.

 

자, 이제 불편한 질문들을 하나씩 시작해 볼까?

의문 -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존재하지 않았는가

시선 - 왜 여성은 언제나 구경거리가 되는가

누드 - 미술 작품에는 왜 벗은 여자들이 많을까

악녀 - 여성은 남성을 괴롭히는 악한 존재인가

혐오 - 여성에 대한 폭력이 영웅적 행위가 될 수 있는가

허영 - 거울 앞의 여성은 아름다움에 눈먼 존재인가

모성 - 현실의 어머니가 언제나 고요하며 아름다울 수 있는가

소녀 - 소아성애는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노화 - 노년의 이미지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공평한가

위반 - 현실의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존재하지 않았는가' 의문으로 시작한다.

타당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를 떠올려보면 '왜 존재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답은 이미 명확하다. 역시나 저자의 글도 예상처럼 흘러갔다. 씁쓸하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은 더 나아진 건가 자문하게 된다. 언론을 통해 접하는 첨예한 갈등의 현실 앞에 무너지지만, 예전에 비해 더디지만 변화하고 있는 여성의 지위와 인식, 자각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위대한 여성 미술가' 했을 때 뇌리를 스치는 인물은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이었다. 앙겔리카 카우프만, 메리 모저, 소포니스바 안귀솔라, 라비니아 폰타나, 로살바 카리에라, 엘리자베스 비제 르브룅, 아델라이드 라비유기야르, 로자 보뇌르 등 다양한 여성 화가들을 저자가 소개해 주었을 때 기쁘면서도 안타깝고 분노했다. 분명 동시대를 살아간 남자 화가들은 후대에 널리 이름을 떨치는 대화가로 존경받고 있는데, 이들은 그 시대에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사회의 시선에 맞춰야 했고, 후대에는 미술사에서 잘 거론되지 않아 잊힌 존재가 되었다.

 

 


 

로자 보뇌르는 6개월에 한 번씩 경찰서에 주치의의 진단서를 들고 가 바지를 입어도 된다는 허가서를 받아야 했다는 사실과 바지가 작업복일 뿐 다른 의도가 없다고 말해야 했던 상황을 읽으면서 답답해졌다.

 

 

 

 

<시선> 편에서는 명화라 사랑받는 작품들에게 느끼는 거북하고 불편한 감정의 이유를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마네의 <올랭피아>와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을 비교 분석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랭피아>가 전시될 19세기 중반에는 여자가 바지를 입기 위해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남성의 에스코트 없이 길거리를 혼자 다니는 여성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작품을 보리라고 상정하는 관객은 남성 일반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당대의 부르주아 남성 관객들은 <올랭피아>를 바라보며 왜 분노를 느꼈을까? 아름답지도 않은 벌거벗은 여성, 침대에서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매춘부 같은 여성이 눈을 똑바로 뜨고 화면 밖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아찔해졌다. 관객은 자연스레 올랭피아와 눈이 마주칠 수밖에 없다. 그림을 보는 이는 나인데, 그림 속 여자가 자기를 바라보는 것 같은 황당함을 느꼈을 것이다. 벌거벗고 있지만 부끄러움을 타지도 않으면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올랭피아>는 당시 남성 관객에게 기분 나쁘고 충격적인 작품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시대적 관점에 의해 왜곡되고 변질된 여성에 대한 접근을 분석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이브와 릴리트, 유디트, 살로메 그리고 스핑크스까지 악녀로 그려내는 각색에 앞장선 것은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연극 등에서 동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19세기 들어서면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신여성에 대한 생경함과 두려움을 이런 팜므파탈 이야기로 떨쳐내려고 한 게 아니었을까.

2009년 우리나라 5만 원권 지폐에 들어갈 요소로 신사임당의 얼굴과 작품이 확정되었다. 조선 시대 남성들만 존재했던 우리나라 화폐에 여성이 더해진 쾌거에 대부분 기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의외로 여성계가 반발하였다. 그 이유는 한국은행이 '신사임당이 현모양처이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사실 신사임당은 생전에 어머니이기 전에 화가로 높이 평가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유교적인 기틀이 확립된 17세기에 이르자 신사임당을 훌륭한 어머니로서 부각시켰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미술관이나 전시행사에 고릴라 가면을 쓰고 나타나 현장의 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하고, 미술관이나 전시 제도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릴라 걸스' 단체를 주목한다.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단체가 최초로 제기한 누드의 문제, 왜 여성 누드가 이렇게 많아야 하는가, 왜 여성 미술가는 미술계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가 하는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20세기에 제기한 문제가 21세기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뼈아픈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훔쳐보지 말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겠다"

 

여성들에게 외모, 노화, 모성이 평가의 잣대로 더 강하게 적용되는지 이유를 알아보고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함으로써 사회가 바라보는 여성의 이미지를 깨부수고 성별을 떠나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고 있다.

박영숙 작가의 '미친년 프로젝트'처럼 획일화된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의심 없이 따라야 했던 관례와 질서에 의문을 품고, 세계의 비밀에 호기심을 갖는 여성, 그들이 '미친년'이라 부른다면 도리어 세상을 의심해야 하는 게 아닐까.

 


 

권위 있는 작품과 화가에 대항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불편한 진실을 소명하는 이윤희 작가의 <불편한 시선>

그 의미 있는 행보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가슴 벅찼다. 불편하였지만 침묵을 선택했던 과거와 불편하다고 소리 내는 현재. 우리는 달라질 미래를 꿈꾸고 있다. 왜곡과 혐오, 차별을 넘어 연대와 이해를 노래하는 내일을 말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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