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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도서]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김진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책의 제목 ··에 현혹되면 곤란하다.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어째서 그와 같은 직접적 이점들-··-이 신세계보다 유럽에 더 편중근본적 이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총··쇠라는 직접적 요인이 만들어지기 까지의 과정, 근본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액션 영화에서 총··쇠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없다. 저자가 에필로그의 제목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과학분야의 책이다. 책의 분량이 많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증, 과학적 근거와 사례 제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완독에 대한 독자의 각오가 필요한 책이다.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총··쇠라는 직접적 요인들과 식량 생산과의 주요 연관성부터 살펴보자고 한다.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하면 식량 생산과 관련된 동식물의 가축화와 작물화라는 직접적 효과를 바탕으로, 수렵·채집에서 정주형 생활로 삶의 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이로 인한 중앙 집권적 정체 제도의 발달, 가축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얻은 병원균 등의 간접적 효과를 유라시아가 갖게 되었다. 이러한 직접적 요인들과 간접적 요인들을 바탕으로 유라시아가 정복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정복 전쟁 이후 오늘날의 문화 지도가 형성되었는데, 이는 지리적(환경적) 이점과 운에 따른 것이다.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유라시아인들의 지능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유라시아의 지리적 요건이 탁월했기 때문에 오늘날 다른 지역보다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세계에서 식량 생산이 독립적으로 시작된 곳은 5개의 지역에 불과하고, 그 시기가 크게 달랐다. ‘가축화·작물화된 동식물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유라시아에서 제국, 문자, 쇠 무기 등이 제일 먼저 발달했고 다른 대륙에서는 그보다 늦어지거나 끝까지 발달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해 주는 궁극적 원인이 된다.’ 이 지역의 민족들은 총, , 쇠의 발전시킬 수 있었고, 결과는 역사의 유산자와 무산자 사이의 수많은 충돌이었다. 재래드 다이아몬드의 말대로라면 이들이 무력으로 사용한 에 희생된 신대륙의 원주민의 수보다 유럽인들이 전한 에 의해 사망한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총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 지리적 이점때문에, 대륙간 발전의 불균형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더 발전한 기술과 치명적인 균은 유럽이 가질 수밖에 없는 이득이라는 것이다.

 

, , 는 읽기 수월한 책이 아니지만, 가치있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진화론에 바탕을 둔 인류사에 대한 통찰, 편견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생각이 짧았던 것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안목, 인류사에 대한 의문 등에 대해 인식의 지평을 넓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글을 쓰려고 한다.

 

우선 진화론에 바탕을 둔 인류사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내용들이다. 이 통찰은 주로 지리적(환경적) 요인과 관련된다. 첫째, 작물화와 가축화에 적합한 종의 차이 그리고 전파 속도에서 세 개의 지역유라시아 그리고 남북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동서축(유라시아)이냐 남북축(남북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이냐에 의한 위도에 따른 편차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재래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이다. 이러한 위도에 따른 편차는 문명 발전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가축과 농작물이 전해진 뒤에는 역시 비옥한 초승달 지대나 그 부근에서 생겨난 발명품들도 따라왔다. 그 속에는 바퀴, 문자, 금속 기술, 젖 짜기, 과실수, 맥주와 포도주 제조 기술 등이 포함되어 있다’.

둘째,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병원균의 교환이 유라시아에서 다른 대륙으로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결과의 이유 중 하나는 유라시아의 식량 생산 시기가 더 빨랐고, 이로 인해 유라시아에서 인구 조밀 지역이 더 빠르게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다른 지역의 가축이 극소수였다는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 등에서 보다 더 파괴적인 살상력을 보였던 을 유라시아인들이 먼저 보유하게 된 것이 지리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셋째,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문자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의 발명품이 전파되는 데도 지리와 생태가 미친 영향이 이와 놀라울 만큼 유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는 시간의 흐름을 거쳐 근대에 와서 문자는 무기, 세균, 중앙 집권적 정치 조직 등과 나란히 행진하면서 정복을 돕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문자의 발생과 발전 그리고 전파 또한 지리적 영향으로 귀결된다.

 

다음으로 편견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에 대한 것이다. 특히 인간 중심의 가치관에서 벗어난 안목이 돋보인다. 첫째, 문명의 진화에 대한 관점이다. ‘진화란 의도하지 않은 진보다. 오늘날 대부분의 농경민이나 목축민들은 수렵 채집민들보다 하루의 노동 시간이 더 길다. 이런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의도, 계획)하지 못하고 목축과 농경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식량을 생산한다는 것은 수렵이나 채집보다 더 진보한다는 것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여러 이유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식량 생산이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된 진화라는 것이다. 그동안 역사를 볼 때, 지나치게 오늘날의 관점결과론에서만 보던 나의 편협한 시각을 반성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둘째, 작물화에 대한 자연의 관점이다. 나의 생각에, 작물화는 인간이 식물을 개량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식물의 관점에서 보면, 식물의 작물화는 다만 인간들이 자기 열매를 먹고 퍼뜨리도록 유인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식량 생산의 발전 과정은 개량이 아닌 것이다. 식물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도토리를 통해 인간을 배제하고 다람쥐를 유인한 떡갈나무의 예를 제시한다. 도토리(먹이)를 땅에 묻어두는 습성이 있는 다람쥐가 인간보다 훨씬 더 유리한 번식 조건이라는 것이다.

셋째,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세균의 진화 과정도 세균의 입장에서 제시한다. 결국 세균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연선택의 산물이다. 세균 중 대중적 전염병들은 유라시아의 인구 밀집과 유라시아에서 사회적 동물들이 가축화된 것과 관련이 깊다.

넷째, 기술 혁신에 대한 안목이다. 우리는 흔히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발명이 필요의 어머니이다. 이 말은 필요보다 발명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발명(개량) 그리고 이의 필요를 찾는 것의 전제는 무언가 쌓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륙, 사회 단위에서도 그렇겠지만 개인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그리고 어떤 대륙의 사회는 항시 혁신적이었고 또 어떤 대륙의 사회는 보수적이었다는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는 말도 나의 편견을 깨는 것이었다. 사실 내게는 이 두 가지 내용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좋은 책이다.

 

마지막으로 인류사에 대한 의문이다. 첫째, 아프리카는 인류사가 다른 지역보다 일찍 시작됐는데 왜 점령당했을까라는 질문이다. 아프리카는 다른 대륙보다 훨씬 일찍 출발했다는 이점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기후와 생식지도 매우 다양하고 인종도 가장 다양하다는 이점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이 중에서 지리적 입지가 우연하게 좋았던 민족들은 그들보다 운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을 몰아내며 아프리카 각지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이런 가운데 아프리카와 유럽의 충돌한다. 유럽인들은 총기를 비롯한 기술, 문자 보급, 정치 조직 등 탐험과 정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 가지 이점을 갖고 있었고 결과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일어난 것과 같이 아프리카가 유럽에 의해 초토화된다.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두 대륙의 충돌에서 유럽이 이긴 것은 인종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이라는 운이 작용한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둘째, 중세까지 문명이 유럽보다 더 발달했던 중국이 정복 전쟁에 나서기는 커녕 점령의 대상이 된 이유이다. 중국에서도 식량 생산이 시작된 후, 남북 방향의 농작물 확산은 지연되었지만, 동서로 흐르는 북부의 황허 강과 남부의 양쯔 강은 해안과 내륙 사이에서 농작물 및 기술 확산을 도왔으며, 동서 방향이 넓고 지형도 비교적 완만하여 결국 두 강이 운하로 연결되었으므로 남북 방향의 교환도 쉬워졌다. 이 같은 지리적 요인들로 인해 중국은 일찌감치 문화적 정치적으로 통일될 수 있었다. 중국은 식량 생산, 기술, 문자, 국가 형성 등에서 출발이 빨랐다. 결과적으로 중국에서 혁신한 문물은 이웃 지역들이 발전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중국의 불도저 현상이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열대 동남아시아에서는 그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동남아시아와 달리 언어나 신체적 유전적 특징까지 잃어버리지는 않았지만 역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문화와 기술의 혁신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중세 이후 시간이 흐르며 유럽에서는 분열과 결합을 반복하며 기술의 자기 촉매가 잘 일어났지만, 중국은 이런 자기 촉매가 유럽보다 부족했던 것이다. 결국 유럽이 중국을 앞서게 된 것이다.

셋째, 인류사에서 매우 이른 시기에 식량 생산과 문명을 시작한 비옥한 초승달 지역(오늘날의 중동 지역)이 사막화된 이유이다.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이른 시기에 식량 생산이 시작되었던 비옥한 초승달이 환경의 불운을 겪는 과정을 설명하며 생태학적 자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은 인구가 증가하며 농업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관개 농업을 했고, 관개 농업의 필연적 결과는 토양에 소금이 축적된다는 것이다. 결국 생산성이 점점 떨어지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강우량은 농사를 짓기에 부족했다. 유럽과 비교했을 때, 환경적 불운을 타고난 것이다.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중국과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사례를 통해 지리와 기술의 관련성에 두 가지 교훈을 강조한다. 과거에 발생했던 기술의 격차와 관련해 아주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적당히 연결되어 있는 곳, 다시 말해서 연결성이 너무 강하지도 않고 너무 약하지도 않은 곳에서 기술은 가장 빠르게 발전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또한 상황이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늘 변화하고 있고 따라서 현재의 지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기 위해 책의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각 대륙에 인간이 살기 시작한 시기가 제각기 달랐던 것은 그 이후의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라는 질문으로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1장을 시작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1장의 마지막 부분에 제시되어 있다. ‘그 어느 대륙에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상식은 더 빨리 시작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것이다.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우선 우리의 상식을 혹은 편견을 버리라고 말한다. 만약 출발이 빠른 것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중요한 조건이라면 오늘날의 세계는 아프리카 인들이 장악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래드 다이아몬드가 책에서 여러 번에 걸쳐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인종에 따른 차이로 인해 오늘날의 불평등한 세계가 되었다는 말은, 상식으로 포장된 편견일 뿐이다. 인종에 따른 차이는 없다. 단지 좋은 환경이라는 운이 있었을 뿐이다. 이를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추론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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