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오롯이 혼자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인간을 보자면 정자와 난자의 수정으로 한 생명이 잉태되듯이 우리는 혼자서는 태어나거나 살아갈 수 없고 알게 모르게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한 인간의 삶도 그럴진데 전 인류의 성장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바로 인간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일 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의 저자는 심오한 어른들의 대화놀이인 지적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식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를 이해하게 되면 나를 이해하게 되고 이를 통해 지적 대화가 가능하게 된다고 말이다. 이 책은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각 파트들이 독립적이기는 하나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한 세밀하고 복잡한 내용은 배제하되 독자가 전체윤곽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각 분야마다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개념들을 선별했다고 한다. 나 또한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고 그에 대한 알고 싶은 지적 호기심이 조금이나마 있었기에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얻고 싶다는 바람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다섯까지 영역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아주 없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책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읽을수록 참 쉽게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하 작가가 쓴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소설은 정말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데 작가는 오히려 이 소설을 힘들게 썼다고 한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쓰는 것도 힘든 작업이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난이도까지 조절해가면서 책을 쓴다는 것이 더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저자가 그에 대한 지식이 다방면으로 풍부하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하나의 지식을 깊게 파고드는 전문적인 장인 스타일도 좋지만 한 가지 능력이나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면 두루두루 이것저것 많이 접해 보는 게 세상사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스티브 잡스나 김연아 선수처럼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은 당연히 재능과 더불어 그에 따른 노력이 있었기에 정상에 설 수 있었다)
나 또한 특출한 재능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기에 이리저리 기웃기웃하면서 이것도 찔끔, 저것도 찔금 찔러보고 맛보면서 나에게 맞는 게 무엇인지, 내가 알지 못한 다른 능력이나 관심거리가 있는지 여전히 찾고 있다. 뭣하나 내세울 거 없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 판단하고 주체적으로 살아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한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이 아니라 두루두루 세계를 볼 수 있는 시야를 넓혀줄 얕은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얕은 물에서 첨벙첨벙 거릴 수 있어야 나중에 깊은 물에서도 수영을 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이 책 한 권을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지식 여행으로 떠나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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