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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도서] 돈

펠릭스 마틴 저/한상연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돈(화폐)의 기원이나 용도에 대해서는 보통 학창시절에 배운 지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 보통이다. 교환경제에서 재화간 가치 비교가 쉽지 않고 재화에 따라 무게와 부피 등이 휴대나 이동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화폐가 발명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물품화폐에서 동전이 대표적인 금속화폐로 발전하게 되고 나아가 지폐로 지금은 기술이 뒷받침되면서 전자화폐까지 등장하게 된 것을 화폐형태의 발달 과정으로 본다. 화폐의 기능으로는 교환의 매개수단,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 수단을 꼽는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이고 주류적인 생각에 약간은 비딱하게 접근하면서도 오래전부터 사회와 경제를 움직인 화폐의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 팰릭스 마틴의 「돈」 이다.

 

  저자는 화폐란 무엇인가로 책머리를 열면서 20세기까지 오지이자 외지인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았던 야프섬의 예를 언급하고 있다. 야프섬의 거래체계가 원시적이고 단순한 물물교환 이상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옮기기 어려운 거대한 돌(페이)를 사용해 수많은 거래가 일어났고 거래가 이루어진 뒤에도 그 물리적 위치를 변동시키지 않았으며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표시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퍼니스라는 미국 청년 모험가의 여행기를 통해 전해졌다. 이를 읽게 된 케인즈는 야프섬 주민들이 화폐의 본질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경의를 표했는데 야프섬의 화폐는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신용거래 및 정산시스템으로서 페이는 그 시스템을 추적하고 기록하는 보존수단 즉 신용거래의 증거물 역할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저자는 화폐가 상품이 아닌 신용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위와 같이 화폐가 상품교환의 수단이 아닌 신용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적 기술이라면 어떤 요소로 구성되어 있을까? 첫 번째는 화폐의 액면 금액으로 표시되는 추상적 가치단위이다. 두 번째는 개인이나 기관이 서로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과 채무의 잔액을 기록하는 신용거래 시스템이다. 세 번째는 원래 채권자가 그 채권과 아무 상관 없는 채무를 정산하기 위해 제삼자에게 채무자의 채무상환 의무를 양도할 가능성이다. 특히 세 번째 요소가 중요한데 모든 화폐는 신용이지만 모든 신용이 화폐는 아니기 때문인데 이는 양도 가능 여부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금전소비대차 계약만 나타내는 차용증서의 경우 이를 제삼자에 게 양도할 때 신용이 생겨나고, 이는 화폐로 양도가 가능한 신용이라 화폐로 기능하기 시작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강조되고 있는 것이 경제적 가치라는 개념이다.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의 본질을 생각할 때 흔히 특정한 물리적 사물 즉, 지폐나 주화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특정 미터, 킬로그램이 그렇듯 달러화 등도 경제적 가치를 재는 측정 단위이다. 다만 영국의 파운드화, 일본의 엔화, 유로존의 유로화가 존재하는데서 알 수 있듯 경제적 가치는 그 기준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인 경제적 가치의 개념은 사회적 세계의 속성이고 사회를 조직하는 기술의 핵심 구성요소이므로, 그 기준은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로 메소포타미아가 발명한 문자, 숫자, 회계가 원시 암흑시대 그리스인이 가졌던 모든 부족 구성원은 동등한 사회적 가치를 갖는다는 관념과 충돌하는 과정을 지적한다.

 

  화폐의 기원과 본질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오늘날에는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은행의 탄생과 무역이 활성화는 과정에서 환은행가가 만든 사적화폐가 가져온 획기적 정치변화 등 화폐의 사용 확산과 기능의 확대가 가져온 여러 변혁적 상황을 역사적 관점에서 고찰해나간다. 특히 로크에 의해서 화폐본위는 고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확고해지면서 그 이후까지 금융 거래는 활발해졌지만 과도한 부채와 불평등과 불안도 함께 싹트면서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며 위험을 불공정하게 배분하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저자는 우선 거시경제학에서 간과해온 화폐·은행·금융의 중요성 특히 화폐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로크 이래 굳어진 통념을 넘어서서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화폐의 경제적 가치 기준이 민주적 정치의 요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끝을 맺는다.

 

 * 예스24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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