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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도서]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저/조은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지식소매상을 자처하는 유시민 작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과학분야에 대한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그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꽤 오랫동안 과학도서에 대한 관심은 인문·사회 분야보다 소수의 관심층에 국한되었으나 요 근래 몇 년동안 그간 고전이라 일컬을만한 책만이 아닌 신간에 대한 관심과 판매량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과학이 이해의 대상, 알아야 할 대상에서 일상의 영역이 되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겠다. 만화를 통해 과학독자를 매혹시킨 도서도 나타났는데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지난 해 출간된 <만화로 보는 곤충의 진화>이다. 2018년 3월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디시인사이드와 페이스북, 네이버 포스트에서 본격 연재를 시작하면서 6개월 만에 4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과학 웹툰을 책으로 낸 것이었다.

 

 <만화로 보는 곤충의 진화>에서 작가는 종류로 보나, 숫자로 보나, 무게로 보나,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류와 개체수를 가졌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가장 오래 이 터전을 지켜온 소중한 생명체로서의 곤충의 역사를 탄생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가진 생명체임에도 다른 동물이나 식물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아마도 사람들의 삶이 도시,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주로 이루어지다보니 관찰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집안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모습도 보기 좋지 않은 모기나 파리 등 병을 옮긴다고 알려진 해충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의 저자 노르웨이생명과학대학교 보전생물학과 교수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은 이런 곤충의 기본적인 특징부터 재밌는 생태, 인간과의 관계 등을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서로 모습이 다른 것이 100만종에 이르는 등 다세포동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곤충은 다른 동물 분류군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크기와 색깔 그리고 형태를 가지고 있다. 다리 여섯에 날개 넷 그리고 더듬이 둘이 기본형태이고 무척추동물이며 성장 과정에서 변태를 거친다. 하지만 그 수만큼이나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짝짓기는 물론 여러 가지 특별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후각을 살펴보면 가문비나무좀의 경우 병든 가문비나무를 찾은 뒤 냄새의 언어로 소리를 지르는데 그러면 모두 모여들어 아픈 나무를 점령한다. 꽃은 이런 점을 활용해 곤충과 함께 매우 놀라운 상호작용을 이끌어왔는데 남아시아에서 발견되는 라플레시아속 식물은 꽃에서 발산하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할 정글의 열기 속에서 방치된 죽은 동물의 냄새를 풍긴다. 이런 상황을 즐길 수 있는 꽃가루받이가 없다면 살 수 없을터. 하지만 썩어가는 살점의 악취를 거부하지 못하는 검정파리가 이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이렇듯 많은 곤충과 식물은 대부분 상호의존적이었지만 동시에 서로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끝없이 경쟁하기도 했으며 이런 애증의 관계는 기이한 형태의 공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남아프리카에서만 자라는 식물 케라토카리움 아르겐테움은 똥처럼 생긴 그리고 이에 걸맞는 냄새를 풍기는 씨앗을 생산한다. 쓸데없이 무겁기까지 한 이 씨앗의 강한 냄새에 매혹된 쇠똥구리가 이것이 알을 낳을 영양의 똥이라고 믿고 땅에 묻지만 이것은 이 식물의 번식 방법에 불과할 뿐, 쇠똥구리가 이 노동의 대가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곤충과 식물의 상호관계를 인간이 이용할 때도 있다.  코치닐을 생산하기 위해 멕시코의 부채 선인장을 수입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그 선인장의 무서운 번식력으로 인해 토지의 경제적 활용이 불가능해지자 남아메리카에서 건너온 나비목 유충으로 휴한지 상당부분의 선인장 박멸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드넓은 세상에서 워낙 신기한 일들이 많다보니 TV 프로그램이나 수많은 영상물에서 보고도 믿지 못할 신기한 능력을 가진 동물들의 이야기가 소개되곤 하는데 곤충도 이런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수를 세지도 못하지만 질문하는 사람의 몸짓 언어와 얼굴 표정의 미세한 신호를 통해 사칙연산 능력을 갖춘 것처럼 보여서 1900년대 초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한스라는 말이 있었다. 비록 큰 수를 세지는 못하고 사칙연산도 불가능하긴 하지만 깨알만한 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작은 수를 셀 수 있고 정교한 춤으로 먹이가 있는 장소를 동료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얼굴 사진을 보고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 꿀벌이라는 녀석이다.

 

 인간이 과학이라는 도구를 내세워 자연을 정복했다고 자축하며 인간세라는 용어까지 등장한 시대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호주의 산불, 2015년에 이어 새로운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한 현재의 공포 상태를 보면 자연과 지구라는 생태계에서의 인간의 위치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단 것을 절실히 느끼게 만든다. 우리 인간은 오랫동안 곤충이 우리에게 제공해준 많은 서비스를 당연시 여겨왔다. 하지만 우리는 집약적 토지 이용, 살충제의 개발 및 활용 등을 통해 환경을 급격히 바꿔왔고 이 과정에서 그간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왔던 곤충들도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간적인 관점에서도 우리는 이들의 보호에 힘써야 하며 이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곤충의 재미있는 생태에 대한 지식과 그들과 인간 및 자연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 등을 담고 있어 많은 이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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