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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반대편을 증오하는가

[도서] 왜 반대편을 증오하는가

샐리 콘 저/장선하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인간은 감정을 안팎으로 표현하고 경험이나 사고를 통해 형성된 자신의 견해를 표출하는 것을 바탕으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살아가는 존재이다. 개인의 감정이든 의견이든 자신을 드러내고 소통하는 개인 고유의 요소로서 타인에 의해 함부로 재단되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감정이나 의견이라는 것이 완전히 사회와 독립되어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원과 배경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더구나 감정과 의견의 대립과 갈등이 토론과 협의를 거쳐 사회적으로 더 생산적인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라 격렬한 대립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혐오와 공격으로 비화되고 일상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할 것이다.

 

 1997년 IMF구제금융이라는 초유의 비상사태를 맞이하면서 정부수립후 50년만에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후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여야간 정권 교체는 어느 정도 일상으로 자리잡았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극우보수 집권세력의 폭거 등으로 정치적 갈등은 심화되기 시작했다. 박근혜가 국정원의 여론조작 등에 힘입어 당선되었지만 국정농단으로 탄핵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여전히 조작에 의해 억울하게 자리를 물러났다고 주장하는 극우보수지지 노년층과 기독교 세력 등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질병의 확산 우려에도 불과하고 옥외집회를 강행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고 이에 맞선 진보개혁세력 역시 상대의 광기어린 행동에 비난과 깎아내리기로 맞서고 있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는터라 다수당을 노리는 여야간 경쟁이 그 어느때보다 격렬해서 상황이 개선될 여지도 거의 없다. 많은 전문가와 평론가들이 이런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나름의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그 해법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출신 진보성향의 TV해설가 샐리콘이 <왜 반대편을 증오하는가>를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책은 서론과 본론 6장 그리고 결론까지 총 8개의 장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증오의 정의, 원인과 형태, 성격과 양상 등을 망라하여 다루고 있다. 어릴 때 학교를 같이 다닌 비키 리치에게 망신을 주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녀를 찾으려는 과정과 자신의 어린 딸 윌라가 친구들과 짜고 한 친구를 소외시킨 이야기를 겹쳐보면서 저자는 증오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선 저자는 증오는 당파적인 무례함과 명백한 성차별, 무언의 인종적 편견, 개인이 가진 정체성과 소속 집단을 근거로 행해지는 인격 모독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 그리고 그것이 의식적이고 극단적인 형태의 잔인함만이 아니라 모든 증오가 동일한 사회적, 심리적 현상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 책은 본인과 자녀의 경험이 집필 계기가 된 것처럼 저자 자신의 경험을 풍부하게 활용하면서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심리학적 이론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치적 지향이 다른 폭스 뉴스에서 일할 때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비난을 일삼던 악플러들을 접촉한 사례의 경우, 상대방과 자신의 부정적 행동의 원인을 개인적 성격과 내재적인 원인과 환경적 요인과 같은 외적 원인으로 구별하면서 자신의 편견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귀인 오류’와 사람들을 극단적으로 일반화시키려는 경향을 가리키는 ‘본질주의’ 의 개념 등을 통해 증오의 원인을 탐구해간다. 특히 익명성의 뒤에 숨어 인격모독 등의 비인간적인 행위를 일삼는 현상에 대해서는 ‘온라인 탈억제’ 효과라는 개념과 특성을 설명하면서 공감의 표현을 중심으로 하는 연결화법이 증오 발언의 주기적 발생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나아가 사람들의 확신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반이스라엘 과격 투쟁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평화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활동가와의 만남을 통해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문제가 한 집단이 유일한 피해자라는 위치를 점하기 위해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을 모두 상대집단의 탓으로 돌리는 ‘집단적 피해의식’의 대표적 사례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피해자라는 정체성 공유와 분열을 막기 위한 상호간의 연결의 공간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을 강조한다. 또한 소속감이라고도 불리는 정체성이 가져오는 여러 선택과 우리 자신 그리고 사회가 그 정체성에 부여하는 부정적 의미들로 인한 문제 역시 연결의 공간을 통해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 때 증오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의식적인 증오 이외에도 무의식적이고 조직적인 증오의 양상을 지적한 저자는 증오의 반대는 상호 연대를 통한 연결이며 연결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 선생은 <할배의 탄생>이라는 저작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라 팔아먹어도 통합당 계열의 정당만 지지하고 어버이연합 등의 활동을 통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존재로 치부하는 어버이 남성 세대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무시와 경멸이 아닌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의 필요성을 보여준 바 있다. <왜 반대편을 증오하는 가>의 저자 샐리콘 역시 증오의 원인과 양상 등에 대한 이 저작에서 개인의 왜곡된 사고방식과 우월감에 더해 대중매체와 선거제도와 같은 체계가 증오심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증오하지 않기 위해서 상대방을 사랑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평등하게 연결되어 있음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연결의 장을 만들어야 함을 많은 사례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워낙 광범위한 주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법이 결여되어 있다는 한계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사회 역시 심각하게 겪고 있는 문제를 다양한 사레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은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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