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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도서]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헬렌 레이저 저/강은지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보통 새로운 세대에 대한 언론을 비롯한 기성 세대의 관심은 그들의 낯선 행태나 특징 등에 대한 인상
비평으로 나타나기 쉽다. 사회가 어느 정도 민주화를 달성하고 ‘3저’라는 경제호황기를 맞이하면서 1990년 초반 새롭게 등장한 것으로 포장되었던 X세대는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86세대와 구분하기 위해 언론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개념에 불과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뒤에도 Z세대와 같은 용어들이 계속 나타나면서 세대를 구분짓고 전 세대들과의 차이를 부각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데 요즘들어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청소년때부터 1980년대초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데 인터넷이나 IT기술의 세례를 받고 자라난 개인주의와 규범?지시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여 그들이 진출한 분야에서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한동안 강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예전의 세대구분에서 나타난 신세대 담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의 미래가 그 어느때보다 암울하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를 비롯한 경제적 위기상황이 반복되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4차 산업혁명 등 이전과는 또 다른 기술혁명은 사회변화의 폭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그들을 다른 세대들과 구별짓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인 IT 중심의 기술 고도화가 일자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이전 세대보다 더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20 vs 80의 사회>라는 책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경제적?사회적 격차도 교육 등의 수단을 통해 극복 가능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중산층 자녀들이 세습하여 불평등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에서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이 자본주의보다 좀더 사회주의를 선호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호주 출신의 라디오 진행자 겸 저술가인 헬렌 레이저가 마르크스주의 안내서인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를 펴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경악케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참혹한 결과의 여느 원인 분석과는 다소 결을 달리하면서 미셸 오바마가 이미 미국은 위대하다는 힐러리 클린턴 지지 연설에서 보여준 인식을 문제 삼는다.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현실과 2008년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로 집을 잃은 수많은 시민들의 처지 등을 미국 민주당측은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애써 무시하려 했던 반면 이같은 미국 국민들의 심리를 정략적으로 활용, 임금 불평등 등의 경제적 차별과 어려움의 문제를 부각하면서 인종차별주의까지 부추긴 트럼프가 권력을 거머쥘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안내서답게 이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배경이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에 있음을 일깨우며 특정한 경제적 조건이 특정한 정치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역사적 유물론 등을 설명해간다.

 

 하지만 미숙련 노동자를 활용한 효율성 극대화로 대표되는 포드주의 도입과 그와 관련된 도시 디트로이트 융성의 역사 등의 사례를 통해 지금의 풍요로운 소비생활을 가능하게 해준 것도 자본주의 체제였기에 많은 이들이 자본주의의 여러 문제점을 목도하면서도 스스로 교정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가 빈곤 탈출과 호경기를 누릴 수 있게 할 수도 있지만 체제 자체에 내재한 위기 경향성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윤 증가에 목매는 자본주의자는 덩치를 키우려고 하기 때문에 결국 소수의 손에 자본이 집중되는 중앙집중화의 모습을 보이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동화, 유연한 노동력 고용 등 새로운 기법을 도입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는 자본주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인 살아있는 노동자의 노동력의 활용과 그에 따른 소비를 축소하게 하므로써 점점 이윤이 줄어들게 만든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소수에 의한 부의 축적은 심화될터인데 이 지점에서 몰락한 부르주아와 자본가들까지 합세한 거대한 분노의 물결이 자본주의를 삼키게 될 것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숱한 위기에도 여전히 위력적인 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무기중의 하나는 이데올로기이다. 이는 가진 자들이 지배를 더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활용되는데 자본주의 역사를 돌아봐도 지배계급은 국가와 자본주의자들이 부를 보호하기 위해 연합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노동계급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독립적인 근대 국가에 대한 허위로 가득찬 현란한 거짓말을 믿었다. 지배적인 질서에 포섭된 것이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개개인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음에도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본인의 열악한 처지를 자책하는 노동자들의 의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허위의식을 떨쳐버릴 수 있는 계급의식을 함양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비판할 수 있다면 이데올로기의 사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마르크스주의의 주장이다.


 마르크스주의가 밀레니얼 세대들이 겪는 어려움을 한 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마법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4년전의 대선에 이어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버니 샌더스 후보가 다시 한번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다시 한 번 미국 국민의 변화 열망을 보여주고 있다. 1972년 대선에서 전후 민주당 후보중 가장 진보적이라 평가받던 조지 맥거번이 대패한 사실과 미국의 사회주의 이상이 이민과 아메리칸 드림에 의해 좌초되었다는 연구 등에 의해 여전히 샌더스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하지만 이민의 문이 닫히고 노동자 등 저소득층의 계층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으며 젊은 세대의 암울한 미래의 전조가 드리워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한계와 그 어두운 속성을 꿰뚫어보았던 마르크스의 혜안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고 사회를 건전한 방향으로 이끄는데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보려는 시도는 여전히 유효하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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