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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도서] 버터

유즈키 아사코 저/권남희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버터'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를 잘 모르는 나의 입장에서는 버터와 마가린의 차이를 잘 모르기도 하고, 버터를 요리에 사용해 본 적이 없기에.. 한번도 버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3명의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구속된 가지이 마나코를 취재하고 싶은 기자 리카.

리카는 그녀에게 끈질기게 편지를 보내 드디어 그녀를 면회할 수 있게 된다.

가지이는 자신을 인터뷰 하고 싶어하는 리카에 한가지 미션을 제시한다.

에쉬레 버터를 사서 갓 지은 밥에 냉장고에서 막 꺼낸 버터를 올리고 간장을 넣어 간장버터밥을 먹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맛에 대한 느낌을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한다.

 

간장버터밥이라니.. 그것도 맛에 대한 느낌을 표현해 달라니.. 평소 요리를 하지 않는 리카는 가지이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그녀가 하라는 대로 간장버터밥을 만든다.

그리고 간장버터밥을 먹으면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버터에 대한 맛의 감각과 음식에 대한 세포들이 파르르~ 반응을 하기 시작한다. 리카의 솔직한 맛에 대한 느낌은 가지이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렇게 그들의 인터뷰는 계속 진행되었다.

 

리카는 가지이와의 만남이 거듭될 수록, 그녀가 살인자가 아니라 그녀 곁에서 죽인 3명의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녀를 통해 리카는 요리에 대해 눈을 뜨게 되고, 고칼리라고 거부했던 여러 음식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서 먹기 시작한다.

리카는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으면서 자신의 체형이 변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남자친구인 마코토가 관리를 하라고 은근 핀잔을 주지만..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관대해지기 시작한다.

 

리카는 가지이가 왜 그렇게 성장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그녀의 고향까지 내려가서 어머니와 여동생, 동네 친구까지도 만난다. 가지이가 알려준 라면을 맛보기 위해서 남자친구 마코토와 함께 잠을 잔 뒤 새벽에 나가서 라면 맛을 보기도 한다.

 

왜 리카가 이렇게 가지이에게 빠져드는지,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지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자로서 자신이 기획한 기사를 꼭 쓰겠다는 직업의식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었는데..

 

가지이가 리카의 마음 속 짐을 콕 찌르는 모습이 나왔다. 그렇다. 리카는 이혼 후 혼자 살아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자살을 한 이유에 대해 마음 속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당신이 내게 집착하는 이유를 알았네.

본인도 깨달은 대로 당신은 살인자야.

나와 거의 마찬가지야.

자신을 긍정하고 싶어서 내게서 눈을 뗄 수 없는 것뿐이야.

내가 무죄가 되면 저절로 자신도 용서할 수 있게 될 테니, 일석이조겠지.

P.391

 

리카는 우여곡절 끝에 가지이의 인터뷰를 기사화하게 되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하지만 얼마 후 가지이는 다른 기자와 인터뷰를 내면서 그동안 리카와의 있었던 일을 폭로해 버리고 만다. 그로 인해 리카는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되고, 그동안 자신이 꿈꾸던 데스크의 입지도 약해지게 된다.

 

하지만 리카는 가지이와의 관계를 통하여서, 자신 안에 내재해 있던 아버지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드러나게 하고, 남자친구인 마코토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돌아보면서 지지부진 했던 둘의 관계를 정리하게 되고, 버터를 통해 음식의 맛과 요리를 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가지이가 그렇게 요리교실에서 하고 싶어했지만 미처 하지 못했던 칠면조 요리를 하면서 자신 주변에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지을 깨닫게 된다.

 

리카는 전보다 살이 찌고, 32살에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자신이 꿈꾸던 꿈에서 벗어나버렸지만..

음식을 통해 리카를 속박하던 것들로부터 해방되었다고나 할까? 어떤 누구보다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고 본다.

 

난 게으른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

다만, 온종일 당신이나 세상을 기쁘게 할 만한 노력을 할 자신은 없어.

이제 젊지도 않고, 더는 타인에게 소비되고 싶지 않아.

일하는 법이나 사람 사귀는 법을 내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싶어.

P.434

 

이 책은 600페이지에 가까운 꽤 두꺼운 책이다.

그리고 음식 재료, 조리과정, 맛에 대한 표현 등이 상당히 자세하고 전문적이라, 요알못인 내가 읽기에는 살짝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작가가 쓴 요리에 대한 내용이나 표현은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읽으면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리카와 가지이의 첫번째 연결고리였던 버터간장밥은 다른 요리에 비해 손쉬워서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즈키 아사코 작가는 음식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소설을 많이 쓰는 편이다. 처음에는 누군가에 의해서 억지로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먹게 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음식은 주인공에게 삶의 의미를 더해주고 삶에 힘을 더 실어준다.

그래서 버터 뿐만 아니라 유즈키 아사코 작가의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나도 무언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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