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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도서]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도서관에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표지가 예뻐서'였다. 은은한 파스텔 톤의 색감과 하와이를 연상시키는 배경과 함께 한복을 입은 두 어머니의 모습.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책의 표지를 보니, 이 그림이 소설의 내용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은 1900년대초 한국에서 하와이로 사탕수수농장 노동자로 이민을 간 남자들과 사진을 주고받으면서 결혼을 한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사진 신부'라고 불리는 그녀들은 한국보다는 더 나은 삶을 바라면서 머나먼 타국 하와이로 떠난다. 사진 한장과 뒷면에 적혀 있는 이름과 나이만을 알고서 말이다.

 

버들은 의병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삯바느질을 하면서 근근히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어린 시절 다니던 학교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가지도 못하게 된다.

그런 버들은 부산 아지매의 주선으로 '사진신부' 소개를 받는다. 무엇보다 하와이에 가면 공부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을 뺏겨 버들은 하와이로 갈 결심을 한다.

 

같은 마을에 사는 버들의 친구 홍주. 결혼한지 3달만에 남편 죽고 과부가 된 그녀는 우역곡절 끝에 친정으로 돌아온다. 버들이의 이야기를 듣고 평생 과부로 살아가기가 싫어 버들과 함께 하와이로 떠난다.

 

그리고 같이 가게 되는 송화. 무당인 할머니는 송화가 더이상 무당 손녀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 살길 바라며 송화를 하와이로 보낸다.

같은 마을의 동갑인 그녀들은 각자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평생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하와이로 떠나간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하와이. 이제 그녀들의 삶의 새로운 삶이 펼쳐질 줄 알겠지만, 신랑을 만나면서 그녀들은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홍주도 송화도 사진보다 훨씬 더 늙은, 아버지뻘 되는 신랑을 만나게 되어 울음바다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부자도 아니고, 가난한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들이였다.

 

버들의 남편은 제 나이였지만, 그 역시 지주는 아니였고 그에게는 죽은 정인(달희)이 있어 그녀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 버들은 그런 태완에게 여러모로 정을 붙이려고 하지만 태완은 그녀를 밀어내기만 한다. 시어머님 산소에 성묘를 다녀오면서 그녀는 마음에 있는 속이야기를 꺼내면서 둘은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된다.

 

조선 독립에 관심이 많은 태완은 결국 버들과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만주로 떠나고.. 버들은 아이와 살기 위해 악착같이 삶을 살아간다.

홍주는 아들을 낳고 잘 사는가 싶더니만, 남편은 아들은 데리고 조선으로 들어가버린다. 알고보니 조선에는 전처가 있었고, 남편은 딸만 있어서 아들을 보기 위해 사진신부와 결혼을 한 것이였다.

송화는 남편에게 매를 맞고 송장처럼 지내다가, 버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되고.. 나이가 많았던 남편이 죽은 후 뱃속에 찾아온 생명을 알게 된다.

 

버들과 홍주, 송화는 다 함께 살면서 개성아주머니가 운영하시던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그녀들만의 삶을 즐기게 된다. 특히 홍주는 운전면허까지 타서 운전을 하는 신여성이 된다!

(1930년대 조선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않나 싶다.)

 

젊은이들 뒤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파도를 즐길 준비가 돼 있었다.

바다가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파도처럼,

살아 있는 한 인생의 파도 역시 끊임없이 밀어닥칠 것이다.

P.326

 

이 책은 크게 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장은 사진신부인 버들, 홍주, 송화가 하와이에서 파도를 넘듯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라면,

두번째 장은 버들의 딸인 '펄'의 시각에서 펼쳐지는.. 하와이 이민 2세대의 이야기이다.

펄은 로즈이모(홍주) 집에서 살면서, 우연히 로즈이모의 보물상자를 열어보게 된다. 거기에는 엄마와 이모들의 옛사진, 자신들의 어릴적 사진, 이모가 주고받은 편지들이 들어있다.

우연히 발견한 자신의 돌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생일과 사진 속 여자아이의 사진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놀라서 엄마와 이모들의 옛사진을 찾아보면서, 자신이 엄마가 아닌 송화 이모와 닮았다는 사실을 눈치채면서 혼돈에 빠져 들게 된다. 술에 취한 로즈이모의 입에서 자신이 왜 버들엄마의 딸인 '펄'로 살아가게 되었는지를 듣게 된다.

 

비록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엄마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문득 그런 사람이 내 엄마인게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연적으로 남은 두 사람이 따라 떠올랐다.

로즈 이모가 내 곁에 있어 줘서 행복했다.

그리고 송화가 날 낳아줘서 고마웠다.

레이의 끝과 끝처럼 세 명의 엄마와 나는 이어져 있었다.

나는 또 어느 곳에 있든 하와이, 그리고 조선과도 이어져 있었다.

P. 386

 

사실 이 문장 하나로 '알로하, 나의 엄마들' 내용이 축약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전반적인 줄거리이며 스포임 ㅋㅋ)

 

이 책은 힘들게 인생을 살아갔던 세 여자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면서도 공감이 되었고,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함께 응원하기로 했다.

그래서 자칫 책의 분위기가 무거워질 수도 있겠지만, 버들의 딸이자 송화의 딸인 사춘기 소녀 '펄'의 시각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덕분에 새로운 희망 속에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이 생각났다. 1905년, 좋은 일자리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멕시코로 떠난 한국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민사를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그 책을 읽으면서도 참 나라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애통한 일인지를 느꼈는데, '알로하, 나의 엄마들' 역시도 그런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1900년대초 우리 나라 사람들이 미래를 꿈꾸며 멕시코와 하와이로 떠났다면, 현재는 많은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미래를 꿈꾸며 우리나라에 오고 있다. 많은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모습에서 하와이로 떠난 '사진 신부'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버들, 홍주, 송화처럼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한국에 왔을 것이고, 그들이 실제로 마주한 현실은 이민국에서 나이가 많은 남편을 만난 사진신부들처럼 엄청난 좌절감과 당혹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리고 언어도 통하지 않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하고 어려울지..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하고 있으니 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않을까?

 

100년이라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의 여성들이..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은 별반 차이가 없는 거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동남아시아에서도 '알로하, 나의 엄마들' 같은 내용의 소설이 발간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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