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사나운 애착

[도서]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저/노지양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사나운 애착> 속에서 남편을 잃은 두 과부의 모습에 다소 심란했다. 전쟁으로 인해 남편을 잃은 네티가 유복자를 출산한 이후에도 가사와 육아에 무관심과 무기력함으로 일관하던 것. 그리고 고닉의 어머니가 남편을 병으로 잃고 엄청난 슬픔에 잠겨 끊임없이 곡을 하던 것. 애도의 양상은 달라도 그 본질은 닮았다는 걸 짐작하면서도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어린 고닉이 네티와 어머니의 모습에서 배우듯, 장례에 온 다른 여성 어른들의 태도를 통해서도 죽음을 배운다. 흔한 말. 죽음은 삶의 일부. 죽음이 덮쳐올 때의 공포와 두려움에 어떻게 대응할지 글을 따라 가면서도 두렵기만 하다.
네티는 레이스를 뜨며 슬픔을 잊는다. 공상하며 지어낸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사랑과 희망을 꿈꾼다. 어린 딸 눈에 금방이라도 따라 죽을 것만 같던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슬픔을 전시했던 곡소리와 몸부림 이후 애도 자체를 직분으로 삼아 엄숙하게 살아간다. 두 여성의 서로 다른 애도에 쥐여 살며 고닉은 자란다. 그때의 관찰력과 기억, 상상력이 훗날 뉴욕타임즈 선정 ‘지난 50년간 최고의 회고록’, 옵저버 선정 ‘20세기 100대 논픽션’인 <사나운 애착>의 근간인 것도 분명해 보인다.

비비언 고닉, "작가들의 작가"라는 수식어에 끌려 읽기 시작했다. 도르르 말려 있는 실패를 풀었다 감았다 하듯, 그가 어린 시절 지냈던 브롱크스의 집합주택과 사람들, 스쳐 지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진다. 챕터로 나뉘지 않고 쭉 이어지는 까닭에 이야기는 한 타래의 실처럼 혹은 파피루스 두루머리처럼 느껴진다. 작은 실마리에 한 겹 두 겹 덧대어져 마침내 거대한 덩어리가 되는 이야기. 집안을 거닐고, 건물 속을 맴돌고, 거리를 거닐며 하나의 도시를 뒤덮는 느낌. 고닉의 이야기는 한 덩어리여서 그 어떤 순간에도 폐곡선의 안쪽에 머문다. 헤어나오는 방법을 모른 채 휘말린다. 끊어 낼 시기를 놓친 채 계속 미로 속을 헤집고 다닌다. 책이 끝나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 머릿속 풍경이 정리된다. 1950년대 브롱크스유대인 공동체 속 수많은 여성들의 삶이 성큼 다가온다.
고닉의 서사 속 유대인 공동체 이야기는 아무래도 벨 훅스가 내내 언급하던 미국 거주 흑인들 공동체가 떠오르게 한다. 미국내 소수자로서 어떻게 살았을지 얼핏설핏 보인다.

모녀 사이를 다루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영화와 소설, 드라마 등에서 “나는 엄마처럼은 안 될 거야”라고 내지르는 딸들의 이야기들. 물론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처럼 엄마가 딸에 대해 무한한 사랑과 지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결국 모녀지간이란 애증을 주고받는 사이일 수밖에 없음을 겅력하게 드러냈던 <엄마(이소담 역, 우사미 린 원작, 2021, 창비)>도 떠오른다. 여기서도 아버지와 사별한 엄마가 퇴행하고 자녀를 학대에 가깝게 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다시 낳아서라도 그 비뚤어진 마음을 치료하고 싶다고 작중 주인공은 토로한다. 그래야 스스로 구원받을 수 있으니 해결책으로 나쁘지 않겠다.
고딕과 어머니도 세월의 힘으로 서로를 견뎌간다. 산책하며 부대끼고 묵혀둔 얘기를 꺼내며 속을 긁어대지만 일상을 함께하며 타협한다. 그들 모녀 사이는 조마조마했다. 굉장한 속도가 느껴지는 글이라 몰입하기 좋았다. 가급적 한 호흡에 읽는다면 더 좋울 것이다.
여성의 삶, 그들 사이의 연대, 원하는 바를 어떻게 쟁취할지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다.
#사나운애착 #비비언고닉 #노지양번역 #달항아리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