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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미술관

[도서] 거리로 나온 미술관

손영옥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미술, 나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글자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역사, 체육, 음악 다 좋아하지만 미술은 여전히 어렵다. 코로나 떄문에 최근에는 해외여행을 못 갔지만 외국에 가서도 유명한 건축물, 미술관에 가서 남들이 다 느끼는 감동을 나만 못 느끼고 돌아온 적도 많다. 

도대체 왜? 어디에서 작품성을 느껴야 하는거지?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요즘 관심있는 분야가 바로 거리의 예술, 우리 땅의 숨결, 역사다. 얼른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우리 땅과 우리 예술을 사랑스러운 관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싶다)
 

이 책은 그런 거창한 미술작품보다 주변에서 어? 이건 왜 지금 여기 서있지? 또는 이 건축물 지나가면서 본 것 같다 하는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는데 무엇인지, 또는 왜 서 있는지 몰랐던 거리속의 미술, 건축을 보여준다. 

나는 20년을 지방에 살다가 대학시절 서울로 왔다. 서울의 그 높은 빌딩과 그 빌딩 앞의 이름 모를 예술품을 보며 촌놈티를 팍팍 냈다. 그런 '여기 이게 왜 있지?' 했던 예술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광화문광장에 가보면 이순신 장군상이 오래 된 풍경처럼 서 있다. 나는 한 떄 그 이순신 장군 동상 오른팔의 위치에 있던 회사를 다녀서 그 동상을 몇 번이나 봤다. 2009년 금융위기 취업난 속에서 면접을 보고 합격을 직감하던 그 떄 세종대왕과 이순신을 보며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청계천 입구는 일을 하다 점심을 먹으러 가고는 했던 곳이다. 그 입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라고동 모양 조각이 날렵함을 뽐낸다. 서소문 방향으로는 흥국생명 빌딩 앞에 <해머링 맨>이 망치 든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모두 다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거장들의 작품이지만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나 자신도 솔직히 몰랐다. 그렇게 비싼 작품인지 말이다. 

도시는 어느 순간부터 유명 작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파트 단지나 사무실이 밀접해 있는 건물의 출입구 근처, 식당가 건물 앞 등에서 어렵지 않게 야외 조각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도슨트가 나와 설명해 주는 것도 아니고, 안내문이 친절하게 붙은 것도 아니요, 우리 역시 바빠서 그냥 지나치게 됐다. 

 

건축물 역시 도시와 어울려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아모레 퍼시픽 본사는 외국 관광객들이 찾아와 인증 샷을 찍는 한국의 랜드마크 건축물들이다. 구석구석 찾아보면 외국의 저명 건축가와 한국의 건축가들이 지은 건축물 중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들이 많다. 

 

이 책은 말한다. 관심을 가지고 보는 순간, 그 조각들과 건축물들이 우리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그 조각물이 설치된 배경은 무엇인지, 작가는 누구인지, 어떤 점이 멋진지에 대해 누군가 말해주면 좋을까 하는 출발점으로 살마들에게 '친절한 거리예술 안내서' 역할을 하는 책이다. 

거리의 공공조형물과 건축물에 궁금증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미술 지식과 안목이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작은 관점의 변화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또는 색다르게 만들어 줄 것이다. 

거리의 조형물은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우선 동상과 조각 등 정부 주도의 기념 조형물이다. 두 번째, 문화예술진흥법(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을 신축,증축할 때 건축비의 1%(2000년부터 0.7%)를 회화, 조각 등의 미술품에 쓰도록 한 이른바 '1%법'에 의해 설치된 미술품이다. 세 번쨰, 서울의 경우, 서울시가 공공미술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서울은 미술관'프로그램 등을 통해 제작한 작픔이다. 마지막은, 기업들이 건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설치한 사례다.

 

공공미술은 서양에서 건너온 문화다. 20세기 후반 들어서는 서구 주요 국가들이 공공미술 조형물을 볼 수 있는 것이 세기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공공미술을 뜻하는 영어 '퍼블릭 아트(Public Art)'는 영국의 존 월렛이 리버풀시의 시각 예술에 대해 다룬 책 <도시속의 미술(Art in city)>에서 처음 사용했다. 

월렛은 기존의 미술이 특정 계층, 소수 엘리트층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했고 이에 일반인도 즐길 수 있는, 그들에게 가치있는 미술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용어를 창안했다고 한다. 

이 책은 서울의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예술 작품을 보여준다. 

이 책의 1장은 공공미술 이야기다. 여의도 IFC서울의 김병호 조각가가 만든 조용한 중식으로 시작한다. 한 떄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다가 지금은 사는 곳이 수원, 용인으로 옮겨오면서 코로나가 시작되고, 육아를 하면서 서울을 못가게 되어 서울에 있던 미술품이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여의도는 꽤 안간지 오래되서 와 닿지가 않았다.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의 <해머링 맨>은 나도 지나치면서 너무 많이 봐서 아직도 생생하다. 산업 역꾼을 그려 놓은 것인가? 뭐 그런 생각이었는데 조너선 보로프스키라는 유명인의 작품인지 처음 알게 됐다. 손에 든 망치는 화이트칼라든, 블루칼라든 구분없이 모든 노동의 상징일 뿐이다. 작가는 크기가 다른 <해머링 맨>을 미국 시애틀,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일본 도쿄 등 세계 11개 도시에 설치했다. 2002년 세계에서 7번쨰로 세워진 서울의 <해머링 맨>이 가장 크다고 한다. 

 

MB의 대권꿈 속에 속전속결로 세워진 클레스 올덴버그의 스프링이 나온다. 나도 많이 봤다. 

지금은 청계천의 상징처럼 랜드마크로 되어 있다. 이 건축물을 세울 떄의 일화 등도 재밌게 읽혔다. 클레서 올덴버그의 셔틀콕 작품들을 보니 작가의 예술 세계가 조금은 이해간다. 

DDP는 얼핏 보고 이제는 기억에 잊혀졌다. 그 뒤로 서울에 갈 일이 많지 않았기 떄문이다. 

김세중 작가님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상은 박정희 정권의 군인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것에서 지금은 광화문의 랜드마크가 됐다. 나 역시 첫 직장이 광화문이라 이순신 장군상을 보고, 또 청소하는 모습 등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프레스센터, 홈플러스 영등포점, 코엑스 등에 산재되어 있는 공공미술 작품을 이야기한다. 

 

2장은 도심안의 또 다른 예술, 건축 이야기다. 

박승홍 건축가가 세운 국립중앙박물관과 최순우 옛집 등을 보며 다시 한 번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세운 아모레 퍼시픽 본사도 내가 서울에 자주 갈 수 없게 된 시점에 만들어진 것 같아 그 건물의 위용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책으로 우선 만나볼 수 있어서 재밌게 봤다.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나중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내가 이과를 전공했다면 건축을 전공했을 것 같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하나, 또 우리가 살아갈 빈 공간을 만들기 위해 무언가 조형물을 만들어내고 공간 속에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름답다. 

이 건물은 채움과 비움을 다 잘 보여주는 건물 같다.
 

3장은 거리 예술로 시대를 보는 장이다. 북한보다 크게, 더 크게 짓기 위한 박정희 시대 체제 경쟁의 산물인 세종문화회관 이야기가 나온다. 광화문 현대해상 사옥 바로 옆에 있어서 나는 매일 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었던 말인가.

여의도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이 한국의 유명 건축가들이 붙어서 지은 건물임에도 건물의 몸체는 모더니즘 건축양식으로 심플한데 고전주의건축 요소인 열주와 돔을 덧붙이면서 기형적인 건물이 된 사연도 나온다.

"건축이 권력의 시녀가 된 첫 케이스"라는 비평까지 듣게 된다. 원래 설계안에는 돔이 없었다. 제대로 배운 건축가들이 그렇게 설계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하와이를 다녀와 주 의회의사당의 멋진 돔을 보고 박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설게가 변경됐다. 

열번 넘게 퇴짜를 맞다가 지붕 갓을 씌우고 통과한 예술의 전당까지 오늘의 서울을 상징하는 많은 건물과 그 역사이야기가 펼쳐진다. 

4장은 관점을 바꾸고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새로운 공공미술 장르를 보여준다. 

중랑의 용마폭포공원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내가 다닌 대학에서 얼마 멀지 않았는데, 그동안 서울도 많이 바뀐 것 같다.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지하예술정원은 지나다 한 번 본 것 같다. 

 ‘예술이 있는 지하철역’을 표방하고 국내외 작가와 건축가들의 예술 작품을 설치한 것은 2019년 3월이라고 한다. 그 얼마 뒤 내가 코로나 전 마지막 공연을 보러 한남동을 간 적이 있어 우연히 보게 됐다.

서울시가 전문가들과 함께 꾸리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프로그램에 녹사평역이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제목은 ‘지하예술정원’이었다.

국내외 작가 총 6명의 작품이 역사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바쁘게 이동하는 사람에게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어느 날 삶의 속도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앞의 많은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와 닿는다.

바쁜 일상에서 무언가 맞은 느낌이다. 고맙다. 

이 책을 읽고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됐다. 여유와 비움에 대해 생각해 보개 됐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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