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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도서] 팡세

블레즈 파스칼 저/김화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세상은 넓고, 읽어야 할 책은 많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유한하다는 것이 최근 40대를 시작하며 가장 절실하게 다가오는 말 같다. 

팡세가 전공자에 의해 새로이 번역됐다. 나는 그래제본소에 뜬 것을 보고, 집에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역시 불문학자에 의해 번역된 완역본이 있기에 구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망설이다가 팡세같은 책에 내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이런 시도가 앞으로 많이 없을 것 같아서 펀딩하고 초판본에 내 이름을 넣었다. 책을 받았을 때의 감동이란.

 

사실 이 책은 어렵다. 아무리 모든 판본을 비교해서 전공자의 쉬운 우리말로 몇 번씩 생각하고 여러 학문을 융합해서 제대로 번역해 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매우 재밌거나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읽으면서 지적 사고력을 깊고 또 넓게 만들고 싶은 것도 개인적인 욕심이다. 

처음에는 고려대 김화영 교수님의 번역이라고 해서 얼핏 보고 지금은 명예교수님으로 까뮈 전집을 번역한 그 김화영 교수님인 줄 알았는데 동명이인이었다. 우연히도 같은 고려대에 몸담고 있어서 더 헷깔렸다. 

역자는 기존 <팡세>번역의 문제를 파스칼에 대한 통합적 인식의 결여에서 찾고 있다. 파스칼은  유명한 유클리드 기하학의 12번 명제를 증명한 것으로 유명하고 컴퓨터의 기초가 된 계산기를 발명해서 나 역시 수학자(철학자, 옛날에는 기본적으로 철학은 학문의 밑바탕에 깔고 갔으니까)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파스칼은 신학자요, 과학자였다. 

특히 과학자로서 그가 전개하는 구성과 용어를 주목하고, 사이클로이드 곡선에서 <팡세>의 구성원리를 도출해내는 시도를 한다. 

 

<팡세>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줄곧 <팡세>연구에 전념한 역자가 기존 라퓌마(Lafuma)판, 셀리에(Sellier)판, 브랑슈빅(Brunchivicg)판, 슈발리에(Chevalier)판 등을 모두 활용하여 번역하고 이를 새롭게 구성해 매 단장마다 각 판본에서의 번호를 나열한 것이 특징이다. 

얼마 전 민음사에서 출간된 몽테뉴의 에세를 이런식으로 번역했는데, 최근 들어 이런 학문적으로 깊이있고, 완성도 있는 번역본이 출간되어서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 

최근 <예설의 전당>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어 단테의 <신곡>이 유명해졌다. 또한 지난해 단테 서거 700주년을 기념해서 열린책들 김운찬 교수님이 빼곡히 단 각주본을 새롭게 출간하고, 민음사에서도 주석본을 새롭게 낸다고 하는데 이런 출판 작업이 더욱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고, 그 시작에 이번 팡세 번역도 있어서 나는 기꺼이 이 책을 사게 됐다. 최근 머리가 좀 복잡해서 다른 책을 읽으면서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꼭 읽으려고 하는 책이 삼국지다.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나온 삼국지(송도진 역) 역시 뒤에 삼국지 소설의 수많은 오류에 대한 주석, 용어와 지명에 대한 설명, 또 각 장 말미에 사실 역사에서는 이라는 작가의 도움말이 있어서(물론 삼국지 마니아로 정사 삼국지까지 읽은 나는 이 중 절반 정도는 원래 알고 있던 내용이고, 그 해석에 100%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출판물에 대한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역자의 해석에 도움을 주는 시도 자체가 너무나 좋다. 삼국지는 동양최고의 고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지만 실제 중국에서의 100여 년 정도의 역사고, 1800년 전의 역사를 구전으로 계승되어 온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 설화 등이 합쳐져서 다시 원나라 때나 되어서야 소설로 세상에 전해진 것이라 100% 일치할 수는 없지만 이런 역사적 고증과 가이드가 독자들의 생각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는 좋은 시도라 나는 이런 책과 번역 시도가 너무나 좋다. 그리고 설사 방대한 주석이 읽기 싫으면 원문만 읽어나가도 좋다.

이건 취사선택의 문제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불친절한 책은 나 역시 조금은 망설야진다. 고전은 결국 시대와 작가, 여러가지 배경지식이 필요한 분야인 것이 사실이기 떄문이다. 

전공자나 해당 언어나 문화를 해박하게 알지 않으면 결국 고전을 100% 내 힘으로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파스칼이 염두에 두는 기하학 등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발생하는 오역들을 해결했다. 많은 개념들이 기하학적 용어를 전유한 것이다. 가령 우리의 상상력은 실제 사물에 비하면 미립자에 불과한, 어디에든 중심이 있으나 둘레(원주)는 없는 무한 구체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모두 원래의 기하학적 맥락을 고려할 때에 이해가 분명해질 수 있다.
파스칼의 수학적·물리적 개념들은 과학적 테두리 안에서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수사학과 이미지의 영역으로 확산하면서 특수화되는 만큼, 파스칼의 상상력의 특징을 이루는 과학 정신이 텍스트의 시적 구조 하에서 다양한 의미를 산출하고 텍스트의 독창성을 담보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단장 113을 예로 들어보면, 이 단장에서 파스칼은 근대인
의 초상을 기하학적 공간 차원에서 그리고 있으므로 이 공간을 잘 살려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주가 공간으로 나를 포함하면 나는 하나의 점처럼 삼켜진다.
반면, 나는 생각으로 우주를 포함한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번역의 정확성과 연구자의 성과가 개입된 번역본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프랑스어 전공자의 기존 번역에서는 수학적 크기 차원의 포함관계를 고려하지 않았기에 ‘포함한다’는 어휘 대신 ‘감싼다’, ‘포용한다’로 표현한다. 이럴 경우, 데카르트가 기초를 마련하고 뉴턴으로 이어지는 기계론적 우주관은 물론이고, 거기서 발생하는 인간의 실존적 비극의 무대를 잘 살려내지 못한다고 역자는 역설하고 있다.


또한 번역에 있어서 17세기의 시대적 언어특성, 맥락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

가령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아니라 콧날로 번역한 이유는 얼굴 전체와 맺는 코의 비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말인 즉슨 코의 높고 낮음은 우리 시대의 기준으로 읽어낸 방식이다.

그러나 당대의 서구적 기준에서는 기하학적으로 콧날의 길고 짧음이 중요하다.
<팡세>는 17세기 르네상스적 교양인의 다채로운 사유를 모아놓은 단상들, 그것도 미완의 편집으로 남겨진 작품이기에 이를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 사실 매우 재밌지도 않고, 어렵다.

지의 향연, 내 사고의 깊이를 크고 넓게 할 목적으로 읽는 도서다.

맥락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매 장(묶음)마다 설명을 제공하고, 본문 안에는 대괄호로 부연하고, 각 장 말미에 미주를 달아서 어려운 책을 조금이나마 읽어갈 수 있게, 원저자의 의도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출판계 현실에 고마운 챽이고 예스24 펀딩에 이러한 책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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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모모

    전혀 알지 못하는 도서예요...음, 작성중이라지만 서평을 보면서 쉽지 않는 도서라는 느낌이 드네요..^^

    2022.07.27 10:5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청현밍구

      인문고전인데 파스칼이 매우 유명한 천재 철학자,수학자,과학자라서 이 책은 어렵지만 우리의 지적 깊이를 위해 필요한 책 같습니다. 저도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든...^^;;

      2022.08.03 11:00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