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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눈 에디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에세이 | 세계사

"올 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했고, 자주 우울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했다. 올겨울의 희망도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봄이고, 봄을 믿을 수 있는 건 여기저기서 달콤하게 속삭이는 봄에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_p.27_

표지가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스다듬어보는데 눈송이들이 내 손 끝에서 하나씩 하나씩 느껴졌다. 여우눈 에디션.

따뜻한 계절에 잠깐 왔다 금방 사라지는 '여우비'에 겨울 감성을 얹어 '여우눈'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겨울에 내리는 눈송이는 손끝에서 금세 녹아버리지만 우리를 따뜻한 정서로 빠져들게 합니다. 이 책이 여러분께 얼어붙은 계절을 잠시나마 견디는 힘이 되길 바랍니다." _세계사_

박완서 선생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따스히 다가온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나도모르게 미소를 짓게되고, 선생님과 함께 또 주인공들과 함께 화를 내다가도 어느순간 피식 웃어 버리게 된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곳곳에 따끔한 한 방도 지니고 있어서 더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인간적이고 푸근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물소리는 마치 다 지나간다, 모든 건 다 지나가게 돼 있다, 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 그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은 어떤 종교의 경전이나 성직자의 설교보다도 더 깊은 위안과 평화를 준다." _p.111_

지난 해, 엄마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 <박완서의 말>을 시작으로 오랜만에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들을 읽고 있다. 중단편선 <대범한 밥상>은 너무나도 콕콕 마음속에 와 닿았다. 세계사 출판사에서 나온 "박완서 소설 전집 결정판"도 차근히 읽고 있는데 전자책이라그런지 종이책 보다 마음도 손도 조금은 덜 가고 있다. 그 와중에 만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이기에 더 마음이 끌렸다.

일부러 천천히 일주일동안 선생님을 담뿍 느끼면서 읽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또는 조용한 밤 시간에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선생님과 함께했다. 한 편 한 편이 모두 소중했고, 그 안에서 사랑과 기쁨과 아픔과 화남과 소소함 등 많은 감정들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특히 어머니를 회상했던 '넉넉하다는 말의 소중함'이 기억에 남는다. 그 힘든시기에도 선생님의 어머니처럼 모든 이들에게 따스히 ("밥도 방도 넉넉할 거 하나 없는데 어머니는 부자처럼 넉넉한 얼굴을 하시고 사람들을 먹여 보내고 재워 보내고 하셨다." _p.88_) 대하셨다는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넉넉함을 배우고 싶었는데, 나도 선생님이 생각했던 것 처럼 그 넉넉함을 지니고 살고 있는가 되돌아보게되기도 했다.

"'넉넉하다'는 후덕한 우리말이 사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음의 부자가 늘어나고 존경받고 사랑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_p.92_

처음에 책을 펼쳤을 때에는 글자가 크게 보여서 뭔가 비율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다보니 글자체도 글씨 크기도 딱, 박완서 선생님의 목소리같았다. 딱 맞춤은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소중히 읽은 이 책을 내 손에 가장 가까이, 편안하게 가 닿을 수 있도록 침대 머리 맡에 놓아 두었다. 언제고 펼쳐서 어디든 읽으며 마음의 위로를 받고싶다. 그렇게 삶을 살아가야겠다.

"내 둘레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 내 창이 허락해주는 한 조각의 하늘, 한 폭의 저녁놀, 먼 산 빛, 이런 것들을 순수한 기쁨으로 바라보며 영혼 깊숙이 새겨두고 싶다. 그리고 남편을 사랑하고 싶다." _p.286_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진심으로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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