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와 박사 과정생 등 공저자들이 국내 상황에 특화되어 완벽주의 성향을 분석한 흥미로운 책이다. 이른바 우리나라의 빨리 빨리 문화나 치열한 경쟁 분위기가 완벽주의 경향을 강화시킨다면서 이게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 완벽주의자가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준을 추구하다 보면 그에 못 미치는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가 잦을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한다. 그런데 이 결과가 지속적으로 실패자라는 자기 비난으로 연결되면 완벽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욱더 완벽주의를 추구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한국인의 완벽주의를 구성하는 것으로 확인된 다섯 가지 요소를 하나씩 설명하고 있는데, 실수에 대한 지나친 염려, 정리 정돈 습관, 부모의 높은 기대, 높은 성취 기준, 행동에 대한 의심이라고 말한다. 우선 실수에 대한 두려움에 압도되면 우울, 불안, 스트레스가 마음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언급한다. 또한 정리 정돈 습관을 가진 완벽주의자는 통제에서 오는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 환경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일을 세부적으로 계획해서 장악하는 것과 질서 및 정리 정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한편 부모의 기대가 높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완벽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심하게 가혹한 비난 혹은 과도한 칭찬이 수반되어야 완벽주의가 강화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남을 의식하여 타인을 기준으로 성취 기준을 잡거나 어떤 행동을 할 때 혹은 하고 난 후 확신을 얻지 못해 불안해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한국인의 완벽주의 습관이라고 언급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완벽주의자들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는데, 가장 많은 수의 완벽주의자들이 바로 인정추구형이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든 쉽게 호감을 얻지만 완벽주의 수준이 가장 높으며 타인을 신경 쓰느라 정작 자신에게는 소홀한 유형이 바로 인정추구형이라면서 말이다. 보통 이 유형은 자기 평가를 할 때 외부의 반응에 가중치를 두고 더 많이 얻는 쪽으로 동기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한다. 인정추구형의 경우 어린 시절에 보살핌과 지원을 받기 위해 자신을 증명해야만 했던 경험이 많으며, 이 유형의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에게 조금 더 집중해서 내가 진정 원하는 것과 상대가 내게 원하는 것 사이에서 행동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 다음으로 임기응변이 뛰어나지만 중요한 일을 맡았을 때 실패와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일을 미루는 경향이 있는 막판스퍼트형 완벽주의자를 설명하고 있다. 이 유형의 완벽주의자들은 어린 시절에 실수를 저질러 창피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라면서, 자기가 일단 시작하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임을 기억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분량은 어느 정도인지,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현실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이어서 신중하고 성실하지만 안전과 현상유지를 중요시해 변화나 도전을 기피하는 경향을 가진 방탄조끼 안전지향형 완벽주의자를 소개하고 있다. 이 유형의 완벽주의자들은 어린 시절 부모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잘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감정을 억제하고 통제하면서 부모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안정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일에만 몰두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라면서, 성과 달성 과정을 통해 능력을 계발하고 기량을 높이는 목표를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른바 행복한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성장 지향형 완벽주의자에 대해 설명한다.
이들은 시행착오를 감수하고 도전해 성공을 거둔 경험이 많기 때문에 실수하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멘탈이 붕괴되는 일이 없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저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일상에서 섬세함을 발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완급 조절을 할 수 있는 상황 판단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이 책에서는 완벽주의 성향을 잘 조절해 행복한 완벽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행복한 완벽주의자는 무조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압박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자신의 목표 달성 과정에서 완급을 조절할 수 있으며,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그 탓을 자신에게 돌리는 자기 비난 행동을 하지 않으며 오히려 실패한 결과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낸다고 설명한다. 또한 행복한 완벽주의자가 되려면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시간과 과정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완벽주의적 성향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잘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파악했다면 과거 자신의 완벽주의 성향을 한번 돌아보면서 그 성향의 강화에 크게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