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좋아하는 사람은 많아도 싫어하는 사람은 여태 못봤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니 어쩌니.. 어떤 메타포나 비유를 섞지 않아도 귤은 훌륭한 과일이다.
먹기 위한 별도의 도구가 필요 없고 자체로 달고 시고 풍부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으며 한 계절에만 나오면서 값은 저렴하다. 여러개를 먹어도 소화가 안된다거나 지나치게 열량이 높은 것도 아니요. 뭣보다 한박스를 먹어도 질리는 감이 덜한 묘한 과일.
어째 귤 얘기만 많이 했는데.. 이 만화가 귤과 귤을 따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날이 밝기도 전에 출발해서 국수 한그릇으로 몸을 데우고 귤을 따는 사람들. 제주 방언으로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며 귤나무에서 환하게 밝혀진 전등같은 귤을 수확하는 제주 사람들.. 서울에 살고 있지만 이방인이 아닌 제주 사람의 시선으로 귤따는 광경을 잔잔히 바라보는 작가의 관찰이 책에 녹아 있다.
마스다 미리를 연상케 하는 간결한 선과 담담한 내용의 책이지만 역시 우리가 모르는 낯선 언어같은 제주 방언과 귤 수학이라는 색다른 주제가 녹아서 꽤 재미있게 보게 만든다. 내용이 짧기도 하지만.. 바깥에 쌓아두고 꺼내 먹는 귤 바구니라던지.. 구워 먹는 귤 같은 제주 사람만 아는 내용은 좀 낯설면서도 신선하다.
보다 보니 제주에 가고 싶어지네. 일년에 한 두번쯤.. 가고 싶은 곳이다.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