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좋아한지 어언 40여년이 넘었다. 엄청나게 많은 만화를 읽어왔지만 그중에서도 윗자리를 차지하는 만화가 충사인데 영화는 좀 망했지만 애니메이션은 좋았다는 기억이 있다.
아무튼.. 시대와 장소를 특정하기 어려웠던 충사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이번에는 현대물(아마도..)이다. 원인을 알수 없는 초자연 현상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시대,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플로우라고 부르며 이걸 해결하는 전문업자가 버젓하게 일을 하는 시대다.
플로우 전문업자인 히로타는 생김새 부터가 충사의 주인공인 깅코를 닮았는데 느긋하게 살아가는 히로타에게 어느날 플로우에 말려들어 어린이의 모습이 되어버린 치마가 찾아오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삼거리가 일곱개로 늘어난다거나 어느날 갑자기 집이 사라진다거나 거울속으로 딸이 실종되는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플로우 업자인 히로타가 하는 일이라고는 어슬렁 거리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것 뿐 특별한 능력이나 뛰어난 점이 보이지는 않는다. 플로우의 소멸 시기를 예측하거나 원인이 되는 사람을 찾아 고민을 풀어주는 정도랄까.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충사를 지배하던 신비스러운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 만화의 뒷편이 기대되는 이유는 역시 작화가 훌륭하다는 점과 주인공들이 애정이 가는 좋은 캐릭터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어느날 갑자기 일상이 사라지는 엉뚱한 사건을 맞이하고도 패닉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이 어쩌면 더 대단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옛날부터 자연 재해를 많이도 겪어왔던 일본인들의 감성이 저런게 아닐까 싶기도.
애정을 담아 만점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