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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만 둘을 키우다 보면 어느새 식비 걱정을 할 때가 오게 된다. 그 때가 빠를 수도 느릴 수도 있고 입이 짧은 아이들이라면 걱정 자체가 애가 왜 이리 안먹나로 바뀔수도 있겠지. 

 

하지만 1인 1닭을 할 기세로 먹어 치우는 우리집 먹깨비들은 크는 건 좋은데 이렇게까지 많이 먹냐..싶을 정도로 나날이 식욕이 왕성해지고 있고 아빠를 닮아서 그런가 요리 채널도 자주 본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먹게 되는 법.. 큰 아이는 어느새 유튜브 과나채널에서 본 라볶이까지 해보려고 욕심을 냈다. 그게 며칠 전의 일이다. 

 

아내는 3교대 근무를 하는 직장을 다니는데 하필이면 요즘은 밤근무인지라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근무를 하고 점심시간이면 꿀잠에 빠져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잠을 제대로 못자면 피곤하고 멍하고 짜증이 는다. 한참을 달콤한 잠에 빠져 있던 아내를 깨운 건 큰 아들의 놀란 목소리였다고 한다. 

 

불이야, 진짜 불이야.. 불이야.. 진짜 불이라고..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아내까지 깨운 아들은 부엌에 불이 났다고 소리를 질렀고 잠에서 깬 아내는 영문도 모르고 부엌으로 갔는데 후라이팬에 불이 활활 붙어 있었다고 한다. 

 

뜨겁게 달아오른 기름에 물을 부으면 순간적으로 증발한 기름은 물과 섞여 유증기가 되고 당연히 불이 붙는다. 중국집에서 불쇼를 한다거나.. 프랑스 요리에서 독한 술을 부어 프람베를 하는 원리다. 불맛은 요리의 풍미를 더해주는 요소이지만 요리라곤 컵라면 정도만 끓여본 아니지..냄비라면도 끓여보기는 한 큰 아들에게 활활 타오르는 불은 미지의 영역이었을 것이다. 

 

벌써부터 불맛을 입히는 영역으로 재능을 발견한 사랑하는 아들은 결국 엄마의 노여움을 사 당분간 가스불을 쓰는 요리는 하지 말라는 페널티를 먹었고 나는 심장이 벌렁거려서 나보다 일찍 죽을거라는 아내의 무시무시한 협박을 받아야 했지만 상상만 해도 불이야, 진짜 불이야..라고 허둥댔을 아들 놈을 생각하면.. 이건 장가갈때 며느리한테 꼭 해줘야 할 에피소드다 싶어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 

 

흑역사가 차곡 차곡 쌓여간다. 그나마 큰 불로 안 번진게 천만다행, 부모님 예수님 공자님 부처님 알라님을 비롯한 만신의 가호라고 생각한다.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