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도 훨씬 전에 에쎈이라는 요리 잡지를 구독했던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써, 그리고 그 이후로 요리 잡지라고는 가끔씩 쿠켄 정도를 훔쳐 보던 사람으로써 요즘에 나오고 있는 수퍼레시피라는 잡지를 보면 격세 지감을 느낀다.
뭐랄까. 기름기를 쏙 뺀 만원에 세마리하는 장작구이 통닭을 보는 느낌이랄까. 닭이 좀 작기는 하지만 맛도 괜찮고 양도 넉넉해서 저렴하게 식구들 몸보신 시키는데는 딱 제격인 그런 느낌이 든다.
판형도 작고 두께도 얇아서 들고 다니거나 주방에서 요리하면서 참고하기에도 괜찮고 뭣보다도 간결한 설명과 요란하지 않은 담담한 태도가 맘에 든다. 가히 요리 잡지의 실용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이 잡지를 보며 깨닫는다.
집에서 요리하는 취미가 있는 친구가 있다면 이 잡지를 1년 정기구독해 줌으로써 우의를 다질 수 있을 것이고 요리를 사랑하는 와이프나 남편이 있다면 이 잡지를 넌지시 건넴으로써 사랑이 굳어질지도 모르겠다.(아니면 부부싸움을 대판 하던지..) 돈 값을 제대로 하는 잡지다. 이 정도면 종이를 만들기 위해 쓰러져간 나무들에게도 미안한 감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