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타인 아니야?"
이 말을 엄마한테 했을 때 엄마의 반응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는 듯한 표정, 그 후에 바로 들려오는 잔소리에서는 서운함이 잘 느껴졌다. 그런데도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틀린 말을 한 것 같지 않은데.
최근에 보는 드라마가 있다. "사랑하지 않는 두 사람"이라는 일본 드라마로, 에이섹슈얼인 두 사람이, 아예 접점이 없었던 두 사람이 "가족(임시)"를 이루며 같이 살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흥미롭게 보기 시작한 드라마고, 보면서 많이 배웠다. 하지만 뭔가 이해가 안 갔다. 왜 이렇게 "가족"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는 걸까.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다 혈연관계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언니, 누구의 아들, 누구의 형제. 이 책을 읽는 내내 이거에 관해 그다지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혈연관계이기 때문에 이들이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서로를 위할 수 있는 거라 여겼다.
하지만 생각해보니까 조금 이상했다. 왜 "가족"이기 때문에, 혈연 관계이기 때문에 사람은 이렇게 맹목적으로 바뀌어야 하는가? 물론 소설의 인물 같은 경우에는 서로한테 갖는 죄책감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돌려서 과거를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 해미는 자기 때문에 죽은 것 같은 엄마한테 계속해서 죄책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돌아가서 엄마를 살려내려고 한다. 다른 평행세계의 엄마는, 자기 세계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존재 해야만 했던 해미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살아 있는 게 죄책감처럼 느껴지는 거다. 나의 인생은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뺏어갔다는 죄책감이 들어서.
그렇다하면 굳이 다 피로 이은 가족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가족이라고 해도, 피로 이어있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애초에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가족이 되기 하는 걸 보면, 서로 다른 타인, 피로 이어지지 않은 타인이 결합해서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럼 굳이 그런 로맨틱하고 섹슈얼한 감정 없이, 가족이 되겠다는 결심 하나만으로 가족이 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의 결말에서 그 정답을 찾았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재정의 될 수 있다. 굳이 누군가가 희생하고 참고 당신을 위해서 감안을 계속 해야하는 그런 관계, 꼭 맹목적인 관계만이 가족 관계가 아니다. 때로는 느슨하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어져 있는 그런 관계를 가족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소설 속의 가족이, 맹목적으로 서로를 위하는 이 가족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래야만 했을까. 그래야만 했기에 소설이 탄생한 걸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