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금요일 밤, 채널을 돌리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색채에 사로잡혔다. 물감을 가득 푼 것처럼 새빨간 물을 헤치고 나아가는 나룻배가 있었다. 세네갈에 있는 레트바 호수라고 했다. 플랑크톤 때문에 점점 붉어지는 이 호수의 염분은 바다보다 높다고 한다. 그래서 호수 밑에 가라앉은 소금을 긁어다 주변국에 수출한다고 했다. 내가 본 다큐멘터리는 '순례' 4부작 중 3편, [집으로 가는 길]이다. 기니에서 온 노동자 우리쌈바 바는 하루종일 호수에 몸을 담그고 소금을 채취한다. 물고기도 못 살 정도로 짠 물에 퉁퉁 불어가는 몸... 상처가 나도 그 부분을 본드로 메우고는 일을 계속 한다. 그가 먹여살릴 가족이 16명이기 때문이다. 그가 소금을 긁어내면 두 아내가 소금을 이고 나른다. 두번째 아내는 만삭의 몸이다. 무슬림이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아내는 7명씩 아기를 낳았다...

Uhd 화질로 원색이 가득한 세네갈을 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너무 선명하다. 화려한 색감과 대비되는 지독한 가난이라... 그를 전달하는 방식이 묘했다.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서부아프리카도 중동권이라면)... 오리엔탈리즘을 선점한 서양의 시선으로 세네갈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고되지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쇠똥구리와 비교하여 보여주는데 좀 일차원적이지 않나 싶기도 했다. 내레이션이 없는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나 싶다가도... [임진왜란1592]의 시적인 비유들이 떠올랐다. 예를 들어 할복 자살을 보여주는 장면은 매실 장아찌(우메보시)를 쿡 찌른다던가. 물론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긴 힘들었을 거다. 그 작품은 예산이 부족해 그렇게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기도 했고.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무엇이 그렇게 불편한 마음이 들게 했을까.

뮤직 비디오, 광고를 주로 찍던 타셈 싱은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에서 탐미의 절정을 보여준다. 초현실적으로 연출된 장면들은 CG없이 촬영되었고, 장소 섭외하고 촬영하는 데만 십여 년이 걸렸다고 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 영화가 떠오른 것은 강렬한 색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의 작품성이나 의미는... 잘 모르겠다. 4부작 전체를 보았다면 감상이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국적은 제각기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종교, 그리고 프랑스 식민지였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우리쌈바 바는 기니에서 왔다. 프랑스는 영국, 포르투갈 등과는 달리 여전히 옛 식민지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언어와 문화로 엮은 프랑코포니를 통해서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를 독립시킬 때, 프랑스는 선택권을 주었다. 프랑스가 도움을 주는대로 살겠느냐 아니면 너희 스스로 일어서겠느냐.

기니는 후자를 택했다. 프랑스는 기니를 본보기 삼았다. 프랑스 자본, 인력, 공공기관 모든 것이 철수해버렸다. 기니를 떠받치던 골격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사례를 본 세네갈 등은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상당 부분 프랑스에 종속된 채로 살아가게 된 옛 식민지들... 우리쌈바 씨처럼, 말리 등 주변국에서는 세네갈로 향한다. 그나마 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세네갈 사람들은 프랑스로 향한다. 프렌치 드림을 안고서... 참 복잡한 문제다. 예전에 알제리에 대해서도 쓴 적이 있는데, 알제리(북부 아프리카, 마그레브는 따지자면 중동권인데 프랑스는 이 지역을 굉장히 중시함)나 서아프리카의 사정은 꽤 다르고 대우도 그랬다. 이민자와 불법체류 문제는 [웰컴, 삼바]라는 작품의 소재이기도 하다.

우리도 대림, 가리봉동부터 시작해 수도권, 농촌 곳곳에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던가. 제도도 마련하기 전에 노동력부터 수입하고 생산을 맡겨 버렸다. 유럽의 사례를 볼 때 이는 분명 문제가 된다. 우리, 그들 이렇게 구분짓자는 것이 아니라 이대로는 도저히 문화적으로 융합하고 의식을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노력해야 하는데 손 놓고 있으니... 성격은 다르지만 난민이야기로 방향을 틀어보면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가 난민을 별로 안 받는다고 욕하는 이를 만난 적이 있다. 관련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이라 그랬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난민을 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에겐 북한이 있다. 탈북자들도 그렇고... 이 사람들은 난민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북한 또한 대한민국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린 그렇다치고 일본은 할 말이 없다. 난민 거의 안 받는다.

[웰컴, 삼바]도 그런 모순을 안고 있는 프랑스를 그렸는데 아주 좋은 작품이랑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시혜적인 시선, 과오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게 느껴지기 때문에... 결국 내가 이런 작품들에서 찜찜했던 이유는 상대를 대상화한다고 느껴서인 듯하다. 요 며칠 포스팅을 하다 드는 생각이 나는 참 오만 데 불편한 사람 같다... 일상에선 그렇지 않은데 글로 풀어내니 그런가. 다큐멘터리는 많이 슬프다. 타국에 일하러 간 큰아들이 엽서를 보내는데 가족들 중 글을 아는 이가 없어 읽지를 못한다. 이 엽서 비쌀텐데 할 뿐이다. 아들은 프랑스어로 글을 썼는데, 아직 일을 구하지 못했어요. 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아빠.... 눈물이 났다.... 이 간절한 삶을 전시하듯 비추는 화면 구도. 그 작위성이 싫었다. 감동보다 슬픔이 진했다. 다큐는 가족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느낌으로 끝난다. 정말 그랬을까? 잘 모르겠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게스

    저는 TV의 무엇이 싫으냐면요. 감정을 강요해요. 다큐멘터리는 특히 그러면 안되자나요? 그런데 작가 풀의 성향이 (이것도 문제중의 문제일 수 있는데, TV 작가들이 보수 조금 주고 온갖 일 시키고 힘들기 때문에 계속 물갈이 ) 젊어서 그럴 수도 있겠고, 타성에 젖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감독이던 연출이던 암튼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감정을 끌고 가요. 눈물을 강요하기 위해, 음악 넣고, 말하다가 조금이라도 눈시울이 붉어지면 그 커다란 HD 화면 가득 눈만 포착해서 눈물아 나와라 나와라 하는 듯하고. 예전에 좋은 다큐들도 다 무슨무슨 눈물 이런 제목으로 남들었잖아요? 아마존의 눈물이니 무슨무슨 눈물이니, 전체적 분위기가 난 안보긴 했지만 제목이 마음에 안들었어요. 물론 환경 파괴라던가 자연재해 같은 것의 현장을 그렇게 표현했겠지만. 뉴스는 팩트만 대신 정확히, 다큐는 사실을 세밀하게 왜곡없이.. 전 그게 기본이라고 봅니다. HD가 눈을 즐겁게 해주긴 하지만 그 밑의 시선은 말씀하신 것처럼 경계할 필요가 있겠네요

    2018.03.26 10:3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엘리엇

      전 다큐는 전적으로 피디가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작가 역할도 있겠군요. 솔직히 다큐멘터리 찍는것도 예산이 상당하잖아요. 마냥 젊은 사람들에게 시키기 보다는 나름 교양국에서 검증된 피디들에게 맡기는 것 같고요. 말씀하신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저도 보면서 그랬는데 공교롭게 모두 KBS 작품이네요. 우리나라에선 EBS가 제일 나은 거 같아요. 다큐도 일종의 영화라 할 수 있지만 좀 지나치게 개입하는 거 저도 별로예요. 알아서 제시하면 잘 먹고 소화할텐데. 그러고보면 EIDF에 출품된 다큐들 보면서 잘 안 맞았던 건 대체로 감독의 시각이 너무 드러나는 작품들이었던 거 같아요. 연출된 장면들이야 어쩔 순 없는데 강요되는 건 싫어요. 이미 그런 시절은 지났잖아요? 주는 것만 받아먹던 시절은요.

      2018.03.26 11:13
    • 파워블로그 CircleC

      두 분 말씀에 동감동감

      2018.03.28 09:06
  • 파워블로그 블루

    사진을 보고 피처럼 붉은 바다를 떠올렸어요.
    플랑크톤때문에 점점 붉어져가는 호수라니...더군다나 가라앉은 소금을 긁어다가 수출을 할 정도라니 무척 놀라워요.
    선명한 빨간색의 호수에서 배 한 척 띄우고 소금을 긁는 사진이 무척 아름답게 보이긴 합니다. 그 밑에서는 부르튼 몸으로 소금을 캐고 있겠지요?

    2018.03.27 09:2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엘리엇

      우기가 3개월인데 그때는 저 핏빛이 조금씩 빠져서 핑크로 변해가요. 소금도 같이 씻겨나가서 다시 쌓일 때까지 일거리가 없구요. 호수에 들어가 노동할 때는 몸도 마음도 울잖아요. 너무 힘들어서... 그런데 담수는 안 되고 핏빛이 된 물이어야만 한다는게 아이러니하죠...

      2018.03.27 12:23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