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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웨이크

[도서] 식스웨이크

무르 래퍼티 저/신해경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최근 읽은 소설 중에 제일 재미있었다. 사실 이야기가 처음 시작될 때는 어떤 상황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도입부에 "클론의 존재관리에 관한 국제법 조항"이 삽입돼 있는데, 그 부분부터 무슨 소리지 싶었다. 이야기의 진행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서야 왜 그 조항이 먼저 소개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바로 클론이기 때문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래서 클론이 불임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붙었구나!!' 하며 작가의 기발함에 감탄했다.

왜 클론은 불임이어야 하는가? 법적으로 클론은 자기 자신의 복제이므로, 원본의 자식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이 소설에서 클론은 말 그대로 별개의 몸들을 준비해두고, (자살이 아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일정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러고 나면 미리 클라우드에 업로드해둔 기억들을 다운받아 새로운 신체에서 눈 뜨는 것이다. 이 신체는 신체나이가 최고조에 이른 젊은 나이에서 시작되며 결국 클론 제도는 영생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러한 설정은 존 스칼지의 소설 《노인의 전쟁》에서도 읽은 적이 있다. 거기에서는 우주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외계인의 신체같은 (피부색이 녹색이라거나) 몸으로 갈아타는 것이었다는 점이 다르다. 또 이들의 입대 후 사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는 점도 《식스웨이크》에서의 설정과 구별된다. 《식스웨이크》에서 클론은 법적으로 존재가치가 증명되고 보장되며, 이전 삶에서 누렸던 명성과 재산 등을 계승하는 영속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식스웨이크》라는 제목처럼, 우주선에서 여섯 사람이 깨어난다. 마치 양수 속에서 탄생을 경험하듯이, 캡슐이 안에서 출생의 고통을 겪으며 밖으로 나온 이들은 모두 이 우주선의 승무원들이다. 벌거벗은 몸과 우주선을 탈 적, 몇십 년 전의 기억만 가진 승무원들은 곧 기겁하게 된다. 늙어버린 자신들의 시체와 조우한 것이다. 우주답게 핏자욱이라거나 흔적들이 둥둥 떠다니는... 게다가 이 상황을 설명해줄만한 인공지능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우주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분명한 것은, 이 승무원들은 지구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혹은 클론)들이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사면됨과 동시에 전과기록도 삭제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우주선에 탄 것은 일종의 복역인 셈이다. 냉동 수면에 들어간 수천명의 우주 이주민들을 데리고 떠나는 이 거대한 이주말이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들 중에는 동료를 죽이고 인공지능을 무력화시킨 범인이 숨어 있다. 과연 누구일까?

정말 즐겁게 읽었다. 승무원들의 과거가 밝혀지는 것도 재미있고(굉장히 다양하다), 현재로 돌아와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도 조금씩 추리를 거듭하는 것도 재미있다. 휴고 상과 네뷸러 상 최종 후보작이 될 만한 작품이었다. 스포일러 없이 읽으시길 바란다. 모두가 의심스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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