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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치카

[eBook] 소네치카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저/박종소,최종술 공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소네치카』에서 보이는 여성의 삶은 일부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놀라웠다. 매번 언급하게 되는데, 다양한 매체에서 그려지는 러시아인들의 이미지는 양면적이다.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노래하는 시를 쓰고 정신적 합일을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론 하드코어한 행위에도 거리낌 없는, 그러니까 어떤 기준치를 훌쩍 넘어버리는 거침없는 어떤 극단적인…. 고요한 시베리아 평원의 두껍게 쌓여 가는 눈 나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가슴엔 타오르는 열정과 열망을 간직한, 지겹도록 그 곳을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어머니 대지에 대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실한 순정이 유전자에 새겨진 듯한, 그러한 드넓은 정신세계를 가진 이들! 이 소설집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표제작 「소네치카」의 주인공 소냐는 짝사랑 상대의 조롱으로 인해 자신이 성적대상이 되리란 생각을 못하며, 문학에 더욱 빠지게 되었다. 장년의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는 도서관에서 일하던 젊은 소냐를 만나 결혼한다. 그는 프랑스 등에서 활동한 예술가로 5년의 형기를 마친 참이었다. 결혼 후 소냐는 조금씩 현실감을 되찾는다. 취향을 비롯한 많은 부분들을 남편에게 맞추며, 굶주림 속에서도 아이와 남편의 존재에 기쁨을 느낀다. 소냐는 재봉일을 하여 이층집도 마련한다. 고생한 탓에 늙지만 워낙 나이 차가 있어 남편의 사랑은 여전하다. 문득 그녀는 지금의 행복이 자신의 것이란 생각에, 언제든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한다. 딸 타냐는 야간 학교에서 아샤를 만난다. 응석받이 타냐는 아샤를 연민하는데, 사실 이 폴란드 소녀는 이미 사회의 쓴 맛을 본 참이었다.


아샤는 이후 소냐의 ‘집’과 사랑에 빠진다.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는 소녀의 유혹을 견디지만, 이십년 만에 그림을 그린다. 소냐는 아샤를 의붓딸로 받아들이며 두 달 후, 아샤와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는 몸을 겹친다. 어린 여자는 그녀를 숭상하는 늙은 남자의 눈에서 만족을 찾고 소냐와 타냐도 이를 알게 된다. 타냐는 가출하고 소냐는 그저 책을 읽는다. 아샤는 그녀가 가진 최고의 보물이자 사랑스러운 딸이며, 언젠가 다짐했듯 자신이 가진 행복을 놓아주는 것이다. 로베르트 빅토로비치가 복상사로 죽은 후, 아샤는 소냐의 집에 들어와 살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헤어졌던 가족도 만난다. 젊고 잘생긴 프랑스 부자에게 시집도 간다. 타냐는 예술가가 되어 스위스의 국제기구에서 일한다. 두 딸이 소냐를 부르지만, 소냐는 여전히 낡은 아파트에 살며 남편의 묘를 관리하고 러시아 고전에 젖어든다.


「메데야의 아이들」은 세 작품 중 가장 길지만 짧게 요약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의 메데이아와 달리, 자손들을 보살피고 사랑하는 어머니로 화한 여성 메데야. 그녀는 조실부모한 후 길러낸 형제들, 조카들을 자식처럼 여기며 오랜 가문의 땅을 지켜낸 그리스계 유대인이다. 신과 같은 엄숙한 메데이아와 대척점에 있는 것은 동생 알렉산드라로, 책임보다는 기쁨을 추구하며 자유로이 산다. 그런 알렉산드라가 범한 언니에 대한 배신은 세월 속에 묻혀있었지만 메데야를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었다. 메데야는 사실을 묻어두지만, 조카손녀 마샤와 조카 니카의 관계는 앞선 세대, 그 역사의 반복처럼 느껴진다. 메데야의 유지는 조카 게오르기에 의해 받들어지고, 그녀의 굳건한 자리 역시 그녀가 지켜온 땅에서 이어진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강력한 어머니의 그늘과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딸과 딸의 이야기이다. 극도의 이기주의를 견뎌내는 인내의 세월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면서도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재와 미래를 엿보게 되는 아주 좋은 작품이었다. 『소네치카』를 보고서 이것이 삶인가, 하는 생각에 잠겼다. 울리츠카야의 작품에서 어떤 여성은 한없이 자애로워서 고통을 감내하며, 어떤 여성은 한없이 자유분방해 금기를 범한다. 그들은 벌을 받지 않으며, 행복하게 산다. 어떤 단순성에 의해 움직이는 삶은 기쁨 그 자체이다. 그 기쁨은 다른 이의 관대함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관대함은 언제나 포용하는 어머니 러시아를 떠올리게끔 한다. 캐릭터들은 결코 힘을 잃지 않는다.


「소네치카」는 러시아 고전의 여인상을, 「메데야의 아이들」은 그리스 신화의 메데이아 이아기를, 「스페이드의 여왕」은 동명의 푸시킨 소설을 다시 쓰기 한 것이다. 각 소설의 이야기는 여성들이 이끌어나가며, 이 여성들의 힘은 아주 강력하면서도 서로 반목하지 않는다. 배신은 상처와 아픔을 가져오지만, 작품 속 캐릭터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숭고하기에 용서는 더욱 위대해진다. 울리츠카야의 작품들의 캐릭터들은 금기를 뛰어넘는다. 거기에서 날 것의 욕망을 감내하는, 체념적이면서도 다분히 아름답고 자발적인 포용과 용서를 보았다. 역사의 부침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그 흐름의 중심에 선 인물들이 아닌 변두리적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들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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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언강이숨트는새벽

    문예출판사버전이려니 했는데 , 비채 E북 이네요!^^ 아 ! 의외로 ~ 문학도 ebook 괜찮구나 ~ 깜놀!^^

    2016.10.24 23:5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엘리엇

      문예에서도 소에치카 나왔던가요? 저는 예스에서 행사할 때 샀어요 ㅎㅎ

      2016.10.25 10:36
  • 파워블로그 게스

    문예출판사에서도 나와 있군요. 저도 이 책 에이바님 덕분에 갯했었는데 이제껏 안보다가 마침 엊그제 뒤적뒤적. 앞에 조금 듣기로 읽었(들었)는데 집중이 잘 안돼서(문장이 단순하지 않아) 글자로 읽어야지 하던 중이에요

    2016.10.25 09:5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엘리엇

      전 샀을 때 좀 읽었다가 덮었는데 이번에 다시 펼쳤어요. 리뷰는 줄인다고 줄였는데 다움에 포스트로 한 편씩 감상을 쓸까 생각중이에요. 별은 세개인데 이야깃거리가 많은 것 같아서 하나 더 줬어요 ㅋㅋㅋ

      2016.10.25 10:38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