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감상평을 몇 자 적어보자면, 재택 의료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택에서 돌아가시는 걸 목격하긴 했지만 그게 재택 의료였을까? 의료진이 와서 진료하고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미 가망없는 상황에서 원하는 장소에서 임종하길 권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순간은 어려서 기억이 잘나지 않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순간은 기억이 난다. 의식이 없으셨는데 숨이 그렁그렁하며 눈도 뜨지 못하셨다. 옆에서 손녀가 왔다고 해도 알아듣지 못하신 것 같다. 근데 그 순간이 너무 슬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내가 잊지 못하는 순간이다. 그나마 내가 좀 컸을때까지 함께한 기억이 많아서 여전히 생각난다. 나를 더 예뻐한 건 할아버지라고 했는데, 너무 어릴때라 기억이 안난다.
7가지 에피소드에선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먼저,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려 어린 딸을 두고 떠나야 했던 엄마. 그리고 함께 추억을 만들기 위해 바다로 여행을 떠났지만 급박했던 순간들. 그럼에도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임종할 때까지. 그녀의 소원을 이루었다. 여기에선 생명을 연장하고자 병원에서 죽을 날을 기다릴 것인가와 예기치 못하게 다른 장소에서 죽더라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고집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리고 내 삶의 마지막 풍경은 어디가 될 것인가와 어떤 것을 추구할 것인가. 삶의 질은 어떤 의미인 것인가? 에 대한 미션이 있었다.
두번째 에피소드에선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병이 심한 남자에게 갓난쟁이 딸은 거추장스러운 존재였고, 아내는 나를 도와줘야 할 존재였다. 그런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결국 스스로 가슴에 칼을 꽂고 아내와 딸과 헤어져야 할 상황에 놓인다. 그를 그토록 힘들게 하는 고통을 잊을 수 있는건 따뜻한 가정이 아니었고, 재택요양 또한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산다는 의미는 어떤 것일지.
세번째 에피소드. 직장인이지만 집에서 치매가 있는 노모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는 아들. 그는 미쳐버리기 직전이다. 회사는 가야 하는데 아버지의 병은 자신을 힘들게 하고. 결국 방문 진료하는 재택 간호사에게 하소연한다. 직장인에게 거동이 힘든 환자를 집에서 돌보는게 가능한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네번째 에피소드. 이혼한 가정에서 아빠와 살던 아이는 아빠와 말도 하기 싫을만큼 소원하다. 주치의가 무얼하고 싶은지 묻자 집에 가고싶다는 아이. 아빠는 간병휴가를 내고 아이를 돌본다. 그럼으로서 아들과 가까워지고 아들은 아빠의 역할을 도와주며 선물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자신의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대다수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삶의 마지막.
일부 에피소드만이었지만 재택 의료의 장점과 단점을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에피소드를 읽으며 감정이입 해서 눈물이 쏙 빠지기도 했지만 환자의 의사결정 존중과 재택 치료를 위해 도움을 주는 의료인들.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주치의까지. 다방면에서 환자를 위해 최선으로 힘써주는 노력들이 보였다. 결국 최후의 순간 의사의 결정에 따라 받아들여지기도 어렵기도 하는 임종의 순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좋은 의사를 만날 수 있을지. 나는 삶의 끝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 내 가족의 임종은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해서.
*일부 내용을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