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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다. 내가 손꼽는 작품들에 대해 최근에 생각해 봤더니, 어떤 면에서는 특별한 반전이나 충격적인 전개 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제의식을 묵직하게 밀고나가는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물론 구성이나 소재들에 있어서 참신함들도 있어야 하겠지만. 

 

어느덧 이 작품도 쓰여진지 40년이 다 되어간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90년대에 '푸코의 추'로 처음 봤고(아마 두번 봤고), 2000년대에 '푸코의 진자'로 한번 더 보고, 찾아보니 8년 전에 Foulcaul's Pendulum으로 한번 더 봤었다. 다섯번째는 좀 미친짓을 한 것 같다. 보면서, 번역본으로 읽을때에도 모르는 내용, 소재들이 너무 많아서 따라가기 버거워 넘어가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고, 8년전의 시도 역시 가볍게 미친짓이 아니었나 싶은데... 이번은... 휴. 다시는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후후후

 

매번 어떻게 읽혔는지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분명 주인공들이 '계획'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주는 일차적인 재미 - 약간의 지적 활동이 개입되는 퍼즐 맞추기가 주는 일반적인 재미가 항상 매력순위 1등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선, 주인공은 아니지만 합리성과 상식의 상징인 것처럼 그려지는 리아라는 인물의 매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던 적도 있었다. 

 

최근에 밀라노라는 도시를 몇차례 들려본 적이 있었고, 이번에 보니 소설의 주 무대가 밀라노라는 사실을 보고 내가 그동안 어떻게 생각한건가 싶기도 하더라. 클라이막스의 무대가 파리인것은 확실히 기억했고, 그렇기에 주무대가 프랑스나 파리가 아닌 것은 알았으며, 이탈리아라는 것도 기억했는데.... 좀 다녀본 도시가 주 무대라는게 뜬금없이 참신하게 느껴지더라. 관광으로 돌아보던, 물론 유적지들은 많지만, 이탈리아의 부촌이라고 불리는 현대적인 도시, 지극히 화려한 두오모의 이미지가 강한 그 공간에 이처럼 비의적인 이야기들이 숨어들어있었다니, 거 참.

 

이번 독서에는, 어쩌면 이번에서야 자코포 벨보의 관점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이 가게 되더라. 소설의 끄트머리가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어서인지 파리에서의 사건과 그 다음날 에펠탑(?)을 바라보는 까소봉의 상태를 소설 마무리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독서를 더 어렵게 만든 자코포의 글들(액자 소설?)을 가지고 씨름을 하면서, 주인공들과 그들의 계획을 쫒는 이들(암묵적인 동반자?)의 멘탈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게되었고, 또한 그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은유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마주치게 된 "인간이 더 이상 신을 믿지 않게 된 이후,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믿게 되었다"라는 구절에서, 역사속 계몽주의 그리고 합리주의가 가질 수 있는 허점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지금 이곳에 한글 번역본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세련된 문장으로 표현은 못하겠다) 순간, 얼마 전 마이클 센델의 책을 보고 나름 이해가 되는 것 같았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의 발흥... 이라는 테제하고 연결이 되기도 하고 말이다. 

 

핵심은 사회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개인의 욕망이 아닌가 싶다. 다른식으로 말하자면, 인정받지 못한 자들이 가진, 억눌려진 이들이 가지는 사회와 질서에 대한 불만과 대안에 대한 갈구가 이같은 신화를 만들고, 개인적인 일탈과 질투를 유발한다는, 어찌보면 단순한 이야기다. 그런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이 자코포이고. 그 배경이, 개인사에서는 2차대전 말기 그가 살았다는 시골동네의 빨치산과 파시스트 사이의 갈등이고, 악단에서의 존재감에 대한 욕심이고, 청소년기 이성에 대한 갈망이었던게 아닐까. 쁘띠 브르주아로서의 삶에 찌들무렵, 68도 거리감을 두고 바라보게 되버린 세대인 자코포는, 어쩌면 성당기사단의 몰락과 그들의 음모/계획이라는 가정에서 시대의 권력에서 억눌렸던 이들이 가질 수 있는 욕망을 나름 판타스틱하게 그려보고 싶었던게 아닐까? 그 이전에, 유사한 욕망을 추구하는 이들과의 관계속에서 그들을 나름 냉소적으로 비웃으면 살아왔기 때문에, 스스로가 그 경로에 들어선다 하더라도 자기는 차별화된 존재감과 자의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끝까지 자신의 길을 유지하려고 한 측면은 있었으나,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냥 정한 길을 걸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길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이벤트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 이벤트들은 최적의 합리적 경로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에, 최종적으로는 분위기에 휩쓸린 한 개인이 되어 버린게 아닌가 싶다. 

 

거대한 주류역사의 흐름속에서 그려지는 영웅의 부침에 대한 서사는 많지만, 이 이야기는 역시나 거대한 그러나 비주류의 역사속에서 그려지는 반영웅도 아닌 한 비영웅의 부침에 대한 서사라고 해야겠다. 물론 까소봉의 앞날도 궁금해지고, 가라몬드와 아글리에 같은 이들은 어찌 될지도 궁금해지는 이야기 자체에 대한 흥미도 남게 된다. 어쨌거나 그들도 그냥 뚜벅뚜벅 자기의 길을 가기에는 세상에 너무 섞여 버렸다. 그 세상이 지상이 되었든 지하가 되었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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