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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스위스에서 만난 한 가족의 딸이 우리 아들과 동갑이었고, 그 집은 막 도착한지라 짧은 시간이지만 아들놈이 친구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하고 성당을 통해 몇번 교류를 했었다. 그리고서 그 녀석이 즐겨보는 책이라며 시리즈를 한번 소개시켜주고 빌려주었다. 우리 아들놈은 짤막한 책들은 읽곤 했지만, 영어이던 한국어이던 권당 300여페이지가 되는, 그리고 글자도 나름 작은 이런 책들을 본 적은 없었는데... 그래서 당연히 며칠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그냥 돌려주긴 뭣해서, 한번 읽어보기라도 해봐라... 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웬걸 이놈이 이 책을 손에 쥐더니 나름 재밌게 읽기 시작하는 거다. 오... 나름 반가움. 첫째권을 돌려주고서, 혹시 더 보고 싶냐고 물었더니... 승낙. 그제서야 살펴보니 총 6권의 시리즈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1권을 마치고 나면 당연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는 설정임을 알았다. 

연말에는 스위스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는 못빌리고 2권만이라도 빌려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 집에서는 친절히(?!) 3권까지 빌려주셨고, 아이한테는 읽을만큼만 봐라. 나중에 한국가서 나머지 사 줄께... 라고 이야기를 했었건만.... 역시 웬걸? 이놈이 결국 3권까지 마쳐버렸다. 오... 역시나 반가움. 꼭 사줘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검색을 해 보니... 이 시리즈가 장난이 아니더라. 6권 시리즈가 시작이고.... 그런 시리즈가 여러개고, 더구나 번외편 들도 수십권...!

하여간, 한국으로 와서 자가격리중 이래저래 알아보니 아마존 배송시간 등이 녹녹치 않던데... 어쨌건, 시리즈 3개를 질러버렸다. 총 18권. 아이가 영어로 책을 읽는다고 좋아라 너무 많이 사버린게 아닌가 싶긴 했는데(사실 시리즈 1은 아마존에서 직구가 가능한 걸 간신히 찾았는데, 그 전에 2와 3는 11번가에서 한꺼번에 싸게 구매가 가능하기에 질러버린 셈. 시리즈 1의 구매 이전에 아이에게 2를 먼저 볼 수도 있지 않겠냐고 달래면서), 뭐 어찌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어찌보면 당연하게 구매한 지 한달 가까이 지나면서 이 놈이 별로 관심을 안보이더라. 시리즈 1의 4권을 손에 잡고 세월아 네월아 하는 상황. 뭐 그럴 수도 있지 싶었고... 그런데 한달이 지나면서 나름 다시 재미를 가지는 듯 하더니, 2워말 3월초 이사 과정에서 4,5권을 슬슬 읽어나가기 시작. 사실, 나름 아이에게 자극을 주려고 나도 이때부터 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 스포일링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싶어, 1권부터 보면서 한편으론 이 놈이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었는지 파악해보려고, 다른 한편으론 아이와 같은 이야기를 보면서 얘기를 이어가는 재미도 누려보려고 책을 잡았다. 그리고서 지금까지 아이와 같이 하는 프로그램으로 참 괜찮은 선택을 한거라는 뿌듯함이 있다. 

아이는 의외로 책을 잘 읽었으며, 아빠에게 이야기가 어떻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어떠한 일들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주고 있다. 숲에서 사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등장하는 단어들도 낯설은게 많고, 행위들도 인간들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게 그려져있기에 이 녀석이 어떻게 보고 있나 싶었는데.... 역시 언어는 어릴때 학습하는게 맞는 건지, 모르는 단어 처음보는 말들도 뜻을 적당히 짐작해가면 읽어가고 있더라. 다시한번 뿌듯함...

문제는 아빠가 같은 책을 따라가면 읽고 있다 생각해서인지, 자기가 먼저 보고는 있지만 따라잡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좀 더 스피드를 내는 것 같더라. 게다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그것도 처음 살아보는 동네에서 아는 아이들도 없는 입장, 더군다나 COVID 상황으로 쉬는 시간에 반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놀 수도 없다보니, 이 놈의 선택을 쉬는시간에 책읽기가 되어버렸다는 것. 아무래도, 같은 반 아이들이 '이상한 놈'으로 보는 것 같은 눈치임을 직간접적으로 알게 되는데... 어떤 아이가 '너는 이런 걸 진짜 보냐?'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하고, 담임선생님도 '아이가 책만 본다'라는 이야기를 한다는데... 뭐 얼마나 가겠어? 하는 생각도 들고.

어쩌다보니, 나도 아이를 따라서 시리즈 1의 6권을 다 봐버렸다. 끄적거린 내용이 서평이라기 보다는 책을 보게 된 배경이야기들이 주가 된 것 같은데... 내용을 짧게만 정리하자면, 확실한 성장기다. 특히 시리즈 1은 주인공이 숲에 사는 고양이 무리(clan)에 들어가서 성장을 하고, 리더가 되고, 위기를 같이 극복한다는 이야기다. 판타지적인 요소와 야생동물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지만, clan에서의 조직생활, clan 끼리의 경쟁과 그에 대한 충성심과 같은, 얼핏 사회주의적인 세계관이 그럴 듯 하게 그려져있고, 그 과정에 우정과 사랑, 정의에 대한 이야기도 어린이 수준에 잘 맞춰져서... 어찌보면, 대상이라고 하는 9-12세 아이들에게 조금은 과한 듯한 모럴을 제시하고 있는 듯도 하다. 더구나, 인물들 사이의 갈등은, 예를 들어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보다 좀 더 복잡하고 깊이가 느껴지기도 한다. 음모들이 꽤나 용의주도하고, 갈등의 요소도 일반적인 이해충돌의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인물들의 취향과 심리적 건강상태에 따라서 정말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상황들이 자주 도입되고 또 거기로부터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은 때로는 현명하게, 때로는 참 쿨~하게 극복해나간다. 한마디로, 내 짧은 식견의 한계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이 사회에서의 여러 갈등의 문제들을 꽤나 무게감있게 그려주고 있는 내용들이다. 번역본도 시리즈 3까지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번역의 질은 모르겠지만 이야기 자체는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어느새 시리즈2의 절반을 넘기고 있다. 학교에서도 그런데, 가끔씩 어른들을 찾아뵈면서 오가는 지하철에서도 푹 빠져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눈치가 보이기도 하는데... ㅎㅎㅎ 난 이제서야 시리즈 1을 끝냈다. 고민은.... 아이와 같은 텍스트를 보는 나름의 교감활동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거. 집에서 슬슬 따라가면서 보면 되겠지만... 시리즈만 7개인 것으로 파악되던데, 쩝.... 그래도 시리즈 2 이야기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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