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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이다. 이거 꽤나 의미심장하다. 이 사람은 여러차례 '법정신/헌법의 기본철학/제정된 법들의 취지' 같은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부제는 '잃어버린 헌법정신을 위한 변론'같은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헌법에는 명시되어 있는데, 법률가들 - 판사, 검사, 변호사 - 이 무지해서 혹은 고의로, 혹은 관습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내용들'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난 고시를 시도해보지도 않았고, 해볼 생각도 없었으며, 고시출신 인사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고, 고시제도 자체에 대한 불쾌함마저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제도 자체가 나쁘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닌데... 하여간, 그중에서 사법고시라는거처럼 웃긴게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똑똑하고 날고 기는 판사나 변호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들 개인의 특출남일 뿐이라고 보고, 대부분의 고시출신 인사들은 무식하고 건방지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선입견이다. 그거 안다. 그래도 생각이 바뀌지를 않는다. 왜? 그건 나도 모른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그러니까 고시출신자들을 좋게 바라보려고 애를 쓰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그들 집단이 나라는 개인에게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적어도 요청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제도적인 틀 안에서 맘껏 욕을 하건 비꼬건 그건 그들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또 모른다... 열등감이나 시샘일지도. 어쨌거나 그러한 부정적인 느낌은 이 책을 보고 강화되었다. 사실 내 반감은 막연한 거였을 뿐이다. 직접 아는 사시합격자는 달랑 둘, 둘 다 선배인데 한 사람은 뭐 기회가 되면 대강은 터놓고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고, 또 한사람은 만나본지 10년 넘는 사람이다. 그리고 한두다리 건너서 아는 사람도 몇 있다고 봐야겠지. ( ?!!!! 운동단체에서 지나치면서 만난사람들을 포함하면 꽤 되는 군...) 그런데, 저자가 써놓은 다음의 내용을 보고 - 저자도 합격자다 - 정말 놀래 자빠질뻔 했다.

"군대에 다녀온 분이라면, 제가 지끔까지 한 이야기를 듣고 아무리 군법무관들이라지만 설마 그럴 수가 있었겠느냐고 생각하실 겁니다. 얼차려를 거부한다든지, 면회 때 술병을 반입한다든지, 그게 적발되자 오히려 단식투쟁에 나섰다든지, 그래도 아무 일 없이 넘어갔다든지하는 이야기가 모두 딴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지시겠지요. 하지만 군대라는 곳은 놀라울 정도로 강장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초반부터 누가 더 강자인지를 확실히 보여줬고 일단 관계가 정리된 후부터는 모든 것이 수월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저자를 포함한 군법무관 훈련생이였고, '관계가 정리되었다'라는 것은 언급된 여러 사보타주를 통해 교관은 기본이고 이들의 최고 상관이었던 별까지 이들을 원하는대로 놓아두도록 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4주 훈련을 받으면서, 나이가 좀 먹었고 박사학위를 지녔다는 이유로 널널히 지내려는 이들을 보고 약간은 깝깝했었는데, 이런 얘길 접하고나니 정말 딴세상이라는게 존재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비인간적인 군대에서의 처우에 항의하는 거 자체는 오히려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근데, 그녀석들은 단지 자기몸 편하기 위해서 권력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다. 그자들이 군법무관으로 일할때, 그리고 그 후에 지속적으로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건 그간의 군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법조인들이란 자들은 전인적인, 전사회적인 시각을 결여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게 된다.

"... 사법연수원의 시험은 늘 정답을 요구했습니다. 실무자들을 양성하는 기관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서울 관악구'마나 정답이고, '서울시 관악구' 또는 '서울특별시 관악구'라고 쓰면 1점으르 깍는 시험은 정말 저로서는 버티기 어려운 평가방식이었습니다. ..."

기가 찰 노릇이다. 사법연수원 성적을 잘 받아야 판검사가 된다는 거, 결국 이런거였나? 물론 이런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정도는 생각할 수 있다. 저자는 아주 예전에 합격을 한것도 아니다. 91년 합격생이라고 한다. 이런 교육을 받은 판검사 변호사들은 대략 현재 40대 중반 정도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참, 암담할 지경이다. 주입식 자습으로 고시를 합격하니, 2년동안 이런 주입식 실무교육을 받고 소위 사회정의를 판별해 왔다는 소리다. 징그럽다.

그럼에도, 법조인이기 위해서는 리갈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런걸 닦아야 한다는 소리를 법대 선배에게 들었던 적이 있다. 당시 느낌은... '장인정신'같은 뭔가 윤리적인 냄새도 났고, '철저한 논리적 무장'과 같은 학습의 과정을 칭하는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을 매우 불신하고 있다.

"영미법계에서 대표적인 법률사전인 <블랙 법률사전(Black's Law Dictionary)>도 리갈 마인드(Legal Mind)를 '잘 훈련된 법률가의 지적, 법률적 능력 또는 입장'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잘 훈련된 법률가'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주관적인 것이듯이, 리갈 마인드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주관적인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참, 짜증이 날 지경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순환논법이 뭔가 있는 것처럼 포장이 되다니. 이 주관적이다 함은, 결국 한줌밖에 안되는 법조인들 사이의 객관이라는 말로 포장되는 것 아닌가? 그런 이들에게 이토록 많은 권력이 부여되고 있는 사회가 믿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일부분은 양심선언 비슷하게, 그리고 일부분은 개인적인 특수한 경험 - 독실한 기독교인, 검사를 사퇴한 경력, 가사전담 2년, 미국 유학, 석사학위를 소지한 채 대학교수 임용, 시민단체 활동 - 을 통한 문제점의 지적 정도의 목적으로 책을 쓴 것 같다. 이 국가의 막강한 권력층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헌법을 거론하다보니, 당연히 '국가'라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게 되었다. 다른 얘기도 많지만, 이 부분이 나에겐 가장 인상이 남는다.

"국가를 사랑하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국가에 대한 '사랑 표현'을 강제할 수는 없으며, 국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한 것이 국가를 '통제'하는 일임을 강조하고 싶을 뿐입니다. 국가를 사랑하는 것을 강조한 나라보다는 국가를 통제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 나라가 그나마 '덜 나쁜' 나라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독도에 대한 애정에 몸부림을 치고, 이순신과 국가대표 축구팀을 우상을 떠받드는 이 나라는 조금은 더 나쁜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법조인은 절대 축구팬이 아니다! 라는 기사라도 헤드라인으로 실렸으면 하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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