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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지구과학에도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기상학에서는 구름의 종류를 흔히 10개로 나누곤 한다. 난 고등학교때 지구과학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입학하고 1학년 '기상학 개론'이라는 과목에서 이 10종 분류를 배웠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체로 잘 활용하는 편이다. 소개를 해보면 다음과 같다.

고층운 (High Clouds, 6km 이상)
1) 권운 (Cirrus, Ci - 하워드 1803)
2) 권적운 (Cirro-cumulus, Cc - 하워드 1803, 리뉴 1855)
3) 권층운 (Cirro-stratus, Cs - 하워드 1803, 리뉴 1855

중층운 (Middle Clouds, 2~6km)
4) 고적운 (Alto-cumulus, Ac - 리뉴 1870)
5) 고층운 (Alto-stratus, As - 리뉴 1877)
6) 난층운 (Nimbo-stratus, Ns - 국제구름연구회 1930)

하층운 (Low Clouds, 2km 이하)
7) 층적운 (Strato-cumulus, Sc - 켐츠 1841)
8) 층운 (Strstus, St - 하워드 1803, 힐데브란드손과 에버크롬비 1887)
9) 적운 (Cumulus, Cu - 하워드 1803)

10) 적란운 (Cumulo-nimbus, Cb - 바일바흐 1880)

당연히 여기에 변종들이나 특정한 현상들을 칭하는 구름명을 고려하면, 이름은 수백가지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분류'라는 거, 그러니까 다양한 것을 기준을 두고 바라보게 체계를 세우는 거였고, 루크 하워드는 이것을 최초로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최초로 '성공적으로 분류를 한' 사람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일단 전기이다. 하지만, 그 배경설명의 풍부함으로 인해 과학사 서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기상학을 전공한 이들이 보면 약간은 더 자잘한 흥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크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적어도 국내의 대부분의 기상학자들은 과학사나 문예/예술사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책을 일고서 들었던 몇 가지 생각들은
1) 난 10종 분류가 200년 남짓밖엔 안된 것이란 생각을 전혀 못했다
2) 그런 분류가 린네의 분류법이 통용되던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을 못했다
3) 그런 업적, 사실 지금으로 봐선 별 대수롭지도 않은 체계정립을 가지고 한 인간이 그렇게까지 과학계의 거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해봤다
4) 19세기의 기상학자가 사회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그다지 생각을 못했다.
5) 루크 하워드는 퀘이커교도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15년을 기상학을 하면서 이런 인물에 대해서 들어본 바가 한번도 없다. 적어도 기억엔 없다.

그리고, 괴테가 하워드의 팬이었단다.

"괴테가 루크 하워드를 마음에 맞는 사람으로 받아들였기에, 하워드는 괴테가 '거장'으로 칭한 유일한 영국인이 되었다. ...

하워드의 신봉자여, 낯설겠지만
매일 아침 사방과 하늘을 둘러보고
안개가 내리거나 오르는지
어떤 구름이 보이는지를 살펴라
..."

괴테가 썼단다. 이뿐만 아니다. 권운, 층운, 적운, 난운이라는 제목을 가진 시들도 썼다. 그 시대란 참 오묘하더라.

앞에서 소개한 10종 분류는 현대에 받아들여지는 내용이다. 1802년 최초로 발표된 하워드의 논문은 이렇게 시작한단다.

"구름의 변현에 관하여, 그리고 구름의 생성과 부유와 소멸 원리에 관하여; 1802~1803년에 아스케시안 소사이어티에서보다 앞서 읽히 논문의 내용임. 루크 하워드 씀. ...
간단한 구름 종류들은 따라서 아래와 같이 명명되고 정의된다..."

이때 소개된 내용이, 변형을 조금 거쳐서 현대화된 거란다. 정말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보면, 1세기 이상의 변형의 결과라고 보기엔 상당히 미미한 변화밖에 없을 정도로, 기본틀을 잘 잡아놓았다고 하겠다.

이 10종 분류를 나름대로 잘 써오고 있다고는 했지만, 그런 기준이 왜 중요할지에 대해서 참 생각을 안하고 살아왔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왜 그런 필요성이 대두되었는지, 그리고 유지되고 있는지 이해할만 해졌다. 18세기 이전의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자. 저자가 정리한 내용이다...

"....하루 종일 시간을 들여 축적해도 사용할 필요가 있을 때까지는 읽히지 않고 기록으로만 남을 끝없는 관측 기록을 제출하는 일에 곧 지쳐버렸다. 이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과학의 실례였고 베이컨 학파에게는 한 가지 실수였지만, 많은 사람들에겐 쓸데없는 짓거리로 보였을 뿐이다. 도구와 서식은 인상적이었지만, 실제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가끔씩 관찰을 하는 사람들이야 일지 기록을 제례 의식처럼 재미있게 했겠지만, 대부분은 말없이 그 일에서 손을 놓고 동굴 탐험이나 재미있게 했겠지만, 대부분은 말없이 그 일에서 손을 놓고 동굴 탐험이나 식물학 같이 명쾌하게 고칠 수 있는 현장 작업으로 돌아갔다...."

여기서 '왜 구름인가?'하는 질문을 던질만 하겠다. 다들 아다시피 천문학 관측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꽤나 정확하다. 기상학이라고 불리는 분야에서도 강수량 측정은 정량적으로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하워드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풍속을 정량화하는 기준도 관점의 차이에 의해 난항을 겪었을 뿐 경험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물론 현대기술의 도입 전후는 차이가 있겠지만) 하지만 구름은 그 체계정립이 매우 늦다. 현재도 미해결 과제가 많은 부분이기도 하고. 그 형태에서부터 생성과정에 대한 것들... 소위 최신 컴퓨터가 사용되고 물리/화학/수학의 다양한 집합이 필요한 분야이다. 하물며 분류도 되기 이전의 구름학은... 정말 뜬구름 잡는 거다. 왜 A와 B가 같은 종류인지를 설명하는 건, 쉽게 말해서 주관, 폼나게 말해서 퍼지이론 같은 것이 적용되어야만 하는 인간의식이 깊숙히 개입될 수 밖에 없는 기준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보편적이어야 하고. 그래야 상호 교환/소통될 수 있을테니까. 거의 언어의 존재의의와 비슷한 (꽤 축소된 정도이긴 하겠지만) 정도의 개념이 배경에 자리잡는 거다. 계속 논문이나 보고, 숫자놀음이나 하다보니까 이런 '직관'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생각을 제대로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라. 이 책을 읽으면서 기상학이 어려운 학문이라는거, 오히려 새롭게 인식하게 됬다.

기상학 개론시간에, 근대 기상학에 있어서 중요한 베르겐 스쿨이란 얘기는 많이 들었다. 하워드보다 1세기 정도 이후의 인물들이라 하겠고, 이 책에도 언급이 된다. 뜨문뜨문 과학사들을 접하다보니, 18세기나 19세기의 배경에 대해서 항상 헷갈리게 되는데, 하여간 그 베르겐 스쿨은 기상현상(대표적으로 전선)의 개념적으로 도식화하는데 매우 기여를 하였고, 그를 바탕으로 정량적인 분석의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난 그쯤에서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으로서의 기상학이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만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하워드의 작업은 그 이상의 학문적 직관을 제시했다는 면에서 보다 근본적인 토대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낭만주의 미학적인 영향이 있었다는 데, 은근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언급한 린네도 그렇고, 퀘이커교도의 윤리도 그렇고 말이다. 그다지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기상학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분야를 보다 풍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는 글이라 하겠다.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전에 위시리스트에 담아두었고, 이번에 구했는데... 기상학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과연 내가 선택을 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또한 영국에는 하워드보다 이전 사람인 해들리라는 사람의 전기도 있을 법하단 생각이 든다. 당연히... 부럽다. 그들 개인에게 모여지는 관심도 그렇지만, 이처럼 과학의 주체와 배경에 대해서 적절한 정리가 차근차근 이루어지고 있는 그 풍토 자체가 말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단다. 작년에 기상청에서는 '근대기상 100주년 기념사업'이란 걸 했다. 근데, 그 기준이란게 러일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일본이 시작한 기상측정사업이었다는 거다. 1907년 대한제국에 의한 측후소 설치를 기준으로 재고하는 건 어떻겠느냐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팩트와 정치감정 사이의 부딪침이란 생각이 든다. 나쁜 건 아닌데, 적어도 당시 (100년전) 담당자들의 생각과 행동배경에 대한 자료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글로써 풀어낼 수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물론, 그 이전의 성리학 혹은 실학적인 배경에서의 기상학이란 분야는 어떠했는지에 대한 정리도 아쉽고 말이다.

나같은 이에게는 여러 모로 생각할 꺼리를 많이 던져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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