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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

[도서] 나무 위의 남작

이탈로 칼비노 저/이현경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한 남자가 있어, 널 너무 사랑한~'
는 아니고
한 남자가 있다. 12살 때 먹고 싶지 않은 달팽이 요리를 억지로 먹이려는 부모에게 반항한다며 나무로 올라간 남자. 그리고 그 이후로 정말 단 한 번도 나무 밑으로 내려오지 않은, 대쪽같은 오기를 내세운 남자.


물론 달팽이 요리는 한 가지 계기였을 뿐. 그것이 그 남자로 하여금 나무로 올라가게끔 한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다. 자식들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로지 권력에 대한 관심만 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아빠, 전쟁 밖에 모르는 엄마 그리고 수녀이면서도 괴상한 요리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누나에 이르기까지, 12살 소년은 차라리 나무 위에서 사는게 그런 사람들 하고 사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무튼 나무에 오른 그 소년이 나무에서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개인사가 소설 내내 펼쳐지는데, 거기에는 18세기에서 19세기 초의 유럽의 역사가 스며들어간다. 도대체 나무 위에서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마시라. 독자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온갖 사건들이 나무 위 남작(소년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남작이 된다)과 남작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글로 쓰는 동생을 통해 펼쳐진다.

나무 위에 살면 잠은 어떻게 잘까? 나무 위에서 소변과 대변은? 그런 사소한 문제들의 해결은 물론이고, 남작은 나무 위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고, 나무 위에서 책을 읽고 세상사를 배우고, 프리메이슨 단원이 되기까지 한다. 심지어는 나폴레옹을 접견하기 까지 한다!

하지만 결국 죽는 순간에 땅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장담컨데 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남자의 일대기를 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흥미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주인공 코지모가 사랑한 비올라라는 소녀다. 치기로 시작한 나무 위의 생활을 고착화시킨 중요한 계기 중의 하나가 바로 비올라 때문. 비올라에게 자기가 얼마나 강철같은 고집을 가진 남자인지를 각인시켜주려고 나무 생활을 고집한 이유도 있다. 그러나 저러나 비올라는 코지모의 그런 모습에도 그저 '흥' 하고 무시할 뿐. 그러니 코지모는 점점 더 애가 닳을 수밖에...

남작이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건 그냥 똥고집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땅을 제대로 보고 싶은 사람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는 인간이면서 '인간의 문제'를 '신의 영역'에서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드론을 날려 찍는 드론샷이 인간들이 쉽게 볼 수 없는 각도의 이미지를 안겨주듯이, 나무 위의 남작은 나무 위의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것들을 보고 사유했을 것이다. 물론 남작처럼 평생 나무 위에서 살 수야 없겠지만, 우리도 때로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기반을 과감히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리적 거리가 심리적 깊이를 줄 수 있을런지 모른다.

이탈로 칼비노라는 작가의 이름이 낯이 익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우주 만화>의 작가다. 너무 난해해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는 작품인데, 이번 작품은 <우주 만화>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문장은 간결하고 서사가 매우 강해서 읽는 맛이 있다.

<나무 위의 남자>는 몇 번이라도 다시 봐도 재미있을 작품이다. 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강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기분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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