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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삽질여행

[도서] 웰컴 투 삽질여행

서지선 저/안소정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 제목과 표지만 보았을 때는 "세계 지리를 연구하는 분인가? " 했는데, 내 예상은 완전 빗나갔다. 삽질이 내가 생각한 그 삽질이 아니었다. 헛된 일을 하는 것을 속된 말로 삽질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 삽질이었다. 일반적으로 여행에세이라고 하면 여행지 소개와 사진이 첨부되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여행지 사진이 한 컷도 없는 여행에세지만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기도 하다.

 

휴지를 챙겨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하는 순간, 문. 화. 충. 격. 세상에 변기 바닥이 뚫려있었다. 수십 년전 똥통 있던 시절엔 다 그랬다고요? 아닙니다. 재래식이라고 다 같은 재래식이 아니라 이겁니다. 이곳은 달리는 기차 안이다. 그 말은즉? 기찻길 위를 이동하며 소변을 대지에 흩뿌려야 하는 것이다. (중략) 여행을 하다 보면 이처럼 별의별 화장실들과 만나게 된다. 음식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 여행을 가기까지 큰 결심을 해야 하듯이, 자기 집을 벗어나면 대장이 운동을 거부하는 이들고 큰 결심을 해야 한다. (32쪽)

… 나에게도 이런 화장실이 있어 당일 코스 여행을 좋아한다. 음식을 가리고 잠자리에 유독 까탈스럽다. 고등학교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편식이 심해서 음식을 도무지 먹을 수 없어 거의 굶다시피 했다. 여행 이틀째 아침, 사라다가 나왔다고 아이들이 빨리 가서 밥을 먹으라고 했다. 너무너무 맛있단다. 사라다가 뭔지 몰랐지만 맛있다고 하니 일단 식당으로 갔다. 마요네즈에 설탕을 섞은 소스를 얹은 양배추샐러드였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느끼하고 못먹겠다 했더니 친구들은 서로 먹겠다며 달라고 했다. 3박 4일동안 밥을 거의 먹지 못했다. 집에 왔는데 엄마가 반찬이 없다고 했다. 수학여행동안 밥을 쫄쫄 굶은 나는 반찬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물에 밥을 말고 김치와 먹는데 시장이 반찬이라고 어찌나 맛있던지. 편식이 심해 영양실조로 볼에 트러블이 생길 정도였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쉰 살이 훌쩍 지난 지금은 음식보다는 잠자리 때문에 먼 여행을 못 간다. 팬션이든 민박이든 어디든 이부자리가 아무리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도 나는 찝찝하다. 이 사람 저 사람 덮었다고 생각하면 꺼림찍해서 도저히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 방에서도 잠 자는 방향만 바꿔도 잠을 설치는지라, 내게는 여행지의 잠자리가 최대의 화장실이다. 그렇다고 이불을 싸들고 갈 수도 없고...

 

"우선 네가 그렇게 식사를 배려하고 있는 줄은 몰랐네. 듣고 보니 그랬던 것 같아. 미안." 배려랍시고 무조건 생색내지 않은 것이 좋은 게 아님을 배웠다. 어떤 배려는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모른다. 내가 너를 충분히 신경 쓰고 있음을 상대방이 알게끔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이만큼 해줬는데 너는 왜 그것도 안 해 줘?' 같은 생각을 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딱 그랬나 보다. (108쪽)

… 이런 일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생길 수 있다. 저자는 친구와 함께 여행하면서 본인이 한 일과 친구에게 양보한 것을 생각하며, 자신의 배고픔을 이해 못하는 친구에게 화가 났다. 그러나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혼자만 양보한 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런 실수를 자주 한다. 오죽하면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책까지 나왔을까. 생색내는 것 같아 나름 배려하며 나는 힘들었는데 상대는 몰라줄때 서운할 수밖에 없다. 나역시 이런 일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특히 아이와의 관계에서. 안되겠다 싶어서 태도를 바꿨다. "너를 위해서, 너가 좋아해서, 너 힘들거 같아서.. 이렇게 하는 거야." 라고 단서를 붙였다. 그랬더니 나의 배려에 아들이 고마움을 표현하며 우리는 좀 더 친밀해졌다. 때로는 생식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지나치면 눈총을 받게되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규칙을 새로 세웠다.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24시간을 함께하는 여행이 만만치 않은 것임을 몸으로 배웠기에. 배가 고플 때는 배가 고픈 사람 의견에 맞추기, 원하는 게 있으면 정확하게 의사 표현하기, 갑자가 바럭 화부터 내지는 말기, 싸우더라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대화 단절하진 않기. 누군가와 동행으로 더 풍요로운 여행을 만들기 위한 법칙이다. (109쪽)

… 인생을 살아가는 데도 필요한 규칙이다. 내가 무조건 양보하는 것도, 상대의 배려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형편과 사정에 따라 서로에게 마음을 써 주는 것이 좋다. 이거 우리 집 가훈으로 써도 되겠다. 너무 긴 가?

 

아, 참. 이긁은 한??람들? ?해섦 꽁익의 ?쩍?? 쓰엽졌씁니닭. 옭페?호슭뗄 베??그 낡?욕. ?끼 가?맞?옅. (136쪽)

… 처음에는 교정 오류인 줄 알았다. 키보드가 잘못 눌러진 걸 미처 보지 못하고 책이 인쇄되었나? 이건 뭐지? 싶었다. 다름아닌 부다페스트에서의 숙박시설에 관한 후기이다. 해외여행에서 체험한 편의시설에 대해 부정적 리뷰를 쓸때 많이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이런 것도 알아두면 해외에서 삽질하지 않는 꿀팁이 되겠다. 한국 사람들만 알아볼 수 있는 요런 센스를 책에서도 보여주니 재미있다.

 

신주쿠 목욕탕을 검색해서 찾아갔더니, 장소가 장소여서 그런지 비싸기도 더럽게 비쌌다. 1시간 조금 더 목욕탕 서비스를 이용했을 뿐인데, 2,000엔을 넘게 지금했다. 그 와중에 추가 10분당 몇백 엔씩 추가 요금을 요구하니 아, 야박하다 야박해! 생고생하면서 아낀 돈이 목욕 따위로 뜯기는 건 한순간이구나. (202쪽)

… 정말 야박하다. 어제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지인이 물어본다. "해외여행 어디 가봤어?" "없어요. 여행을 다녀오면 좋기는 한데 엄청 가고싶다는 맘은 없어요." 그랬다. 사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가슴이 답답할 때면 드라이브를 하던지 서해바다를 다녀온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무엇에 놀라는지는 유튜브로 봐서 알고있다. 주로 대중교통 환승제도, 편리한 지하철, 음식점 반찬 무료 리필, 물 공짜, 깨끗하고 무료로 사용하는 공중 화장실.. 등등이다. 그런데 목욕탕비 까지 추가요금이 있다는 건 일본인 다우면서도 좀 놀랍다. 정말 야박하다. 정이 많은 우리나라 만만세다~~

 

고심하던 나는 결국 속성 베네치아&밀라노 2박 3일 코스를 만들어냈다. 그럭저럭 예산도 맞춰놓았고, 빡빡하긴 했지만 스케줄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가았다. 문제는 와이파이였다. 이탈리아에서 3일 동안 쓸 유심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찾아본 바로는 7일 상품부터 구할 수 있었고, 고작 3일 머무를 건데 7일짜리 유심을 사자니 돈이 너무 아까웠다. 고민 끝에 근거 없는 자신감을 믿기로 했다. 스케줄을 똑바로 짜면 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믿기로 했다. 아날로그 지도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옛날 사람들(?)은 와이파이 없이 여행했다! 나도 할 수 있다!

… 21세기에 외국이라는 낯선 곳을 와이파이 없이 여행하겠다고 나선 저자가 위대해 보이는 순간이다. 2107년 대선에 재외 투표를 하기 위해 짠 여행계획이다. 나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나는 극강의 길치다. 그런 내가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 차를 샀다. 영업사원이 전국 지도책을 사은품으로 주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남들이 지도책을 가지고 사방팔방을 돌아다니길래 나도 그럴 줄 알았다. 큰 오산 이었다. 길치면 지도라도 볼 줄 알아야 할텐데 그러지 못했다. 대책없는 길치였던 것이다. 목적지까지 단번에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인천에서 서울 남성역 근처 친구집을 갈 때였다. 인터넷을 뒤져서 분기점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꼼꼼하게 적은 포스트잇을 핸들에 붙였다. 돌아오는 길은 갔던 코스 반대로 오면 된다는 생각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게 나의 실수였다. 반대로 오는 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친구 집을 어떻게 갔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집에 갈 방법이 없었다. 마구 핸들을 돌리다 보니 가락동 시장까지 갔다. 집과 더 멀어졌다. 차를 돌려 또 정처없이 핸들을 틀었다. 가다보니 분당이었다. 아흑, 차를 버리고 갈 수도 없고 미칠 지경이었다. 일요일 밤이고 사무용 빌딩이 많은 곳이라 10차선 대로엔 차도 많지 않았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더더군다나 없어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 뱅뱅돌다 구세주를 만났다. 판교IC 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본 것이다. 친구 집을 나선지 3시간 만에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운전한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아무데도 가지 못하는 나를 누가 좀 말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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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개국 100개 이상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겪은 삽질 에피소드로 엮은 책이다. 책을 받고 휘리릭 넘겨 보는데 여행지 사진이 한 장도 없어서 좀 의아했다. 사진 없는 여행에세이가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기우였다. 충분히 재미있고 유익하다. 그래도 중간중간 사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여행에세이 가지는 선입견 때문일까? 그러나 여행지에 관한 소상한 정보가 담긴 가이드 책은 어디에나 널려있다. 그런데 이 책은 여행지에서 겪을 수 있는 황당한 삽질 이야기들이 있어 참고가 된다. 스리랑카의 기차안 화장실, 겨울에 추워도 버스 에어컨을 끌 수 없는 대만, 일본의 바퀴벌레 소동, 동양 여자로 또는 한국인으로 겪은 차별 등등 저자와 같이 놀라고 웃고 화도 내며 재미있게 읽었다. 책에 '몰타'가 자주 등장한다. 해외여행에 관심없는 나는 처음엔 '몰타'를 동남아시아 어디쯤으로 생각했다. 너무 자주 등장하는 곳이라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지중해의 영국으로 불리는 유럽 대표 휴양지' 라고 한다. 해외여행을 간다면 다른 데는 몰라도 '몰타'는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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