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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도서] 홍어

김주영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삭힌 홍어는 분명 한국인의 음식이지만 톡 쏘는 암모니아 냄새가 심하다고 해서 실제로 먹어본 적은 없다. 시장에서 홍어를 파는 음식점이나 가게를 지나갈 때엔 일부러 걸음을 빨리 하기도 했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모든 한국 음식을 다 잘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외국에서 건너온 음식보다 낯선 한국 음식도 적지 않다. 아니, 내 예상보다 많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김주영 소설가의 『홍어』도 한국인의 한과 정서를 담은 이야기지만 내게는 다소 낯설었다. 비교적(?) 요즘 사람인 내게 한국의 시골 이야기를 담은, 그것도 요즘 시골 이야기가 아니라 재봉틀로 옷을 지어 생계를 유지하고, 마을에 전화기도 한 대 없겠다는 의심이 드는 시골 이야기를 담은 소설은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신선했고 이름 모를 아련함을 가져보기도 했다. 

 

  이 소설에 대해서 한편으론 놀랐던 점이 있는데, 예상하지도 못한 반전이 끝에 가서 등을 세게 후려친다는 것이다. 나는 그 반전 때문에 실로 얼떨떨했고, 이 따뜻한 날씨에 한기같은 게 순간 느껴졌다. 소설에는 눈 내리는 풍경에 대한 묘사가 길게 서술되어 있다. 눈. 내게 있어서 눈은 아름답기도 하고 공허하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다 읽고나면 참으로 마음이 허해지고야 만다. 우리네 인생이 각자 자기만의 환상을 좇다가 발을 쉽게 헛디디고 마는 영화 속 장면같은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환상을 좇기 때문에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볼 수밖에 없구나. 동상이몽이란 단어가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괜히 서글퍼진다…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세영'은 혹시 김주영 님의 분신일까? 세영이가 사팔뜨기라는 사실은 소설의 후반부에서 알게 되었는데, 이 또한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헌데, 65쪽에 실린 김세현 님의 삽화를 보면 세영이의 눈이 묘하긴 하다. 나는 그걸 보고도 세영이의 눈이 온전치 못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세영이가 청소년기에 상처를 많이 받고 커간다는 점이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어른들도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서 고단하겠다는 짐작이 가기도 했다. 어찌보면 이기심이라는 것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각자가 꿈꾸는 세상을 바라보고 나아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에 다른 사람을 덜 챙기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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