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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1

[도서]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1

김주영 저/이정선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까까머리 '김형석', 더벅머리 '김형호' 어린이. 이 둘은 형제지간이다. 형석이와 형호의 대화문이 나오면 어린이들 특유의 순진함이 배어나오는 사투리가 귀여워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막상 소설 내용은 귀여움,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두 형제와 그들의 어머니가 겪은 지독한 가난이 이야기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권만 읽어서는 어째서 소설의 제목이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인지 알기가 어렵다. 1권의 분량이 짧으니 어서 2권으로 넘어가면 될 일이다. 

 

  저잣거리에 내리는 비는 장마당의  악다구니와 앙탈을 함초롬히 적셔 잠재우는 대신, 장거리의 생채기들을 보기  흉한 꼴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키꼴이 성큼한 수탉이 속살까지 비에 젖어 측은한 몰골로 볏을 늘어뜨리고 망연히 서 있는데, 비를 피해 남의 집 추녀 아래로 멀찌감치 비켜 선 수탉 주인 역시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본문 9-10쪽)

 

  풍경 혹은 내면 묘사가 뛰어난 소설을 좋아한다. 김주영 소설가의 시골 장에 대한 묘사도 무척뛰어나서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질 정도였다. 아마 이런 글들은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지나면서 지나간 과거를 되새김질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 옛것이 지닌 가치를 잊지 않는 데 도움을 주는 일로 영향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사료(역사 연구에 필요한 자료)로서의 가치가 생겨날 수도 있고. 소설에선 두 형제의 어머니에 대한 존재감은 막강해도 도무지 아버지의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는다. 

 

  돌아가셨는지, 먼곳으로 떠나셨는지 몰라도 아버지라는 존재는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고, 그런 단어조차 나오질 않는다. 형석, 형호에겐 어머니밖에 없다. 둘은 허구헌날 남의 집에 가서 그 집 살림을 도맡아 해주는 어머니를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두 형제는 당연히 원하지도 않았건만 굶주림과 너무나 친한 사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애옥살이'란 단어가 나온다.  '가난에 쪼들려서 고생하며 사는 살림살이'를 말한단다. 이런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나도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서 중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쌀, 라면을 받은 적도 있고, 고등학교도 돈 들어갈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거리가 가깝고, 교복도 입지 않는 곳으로 진학했다. 그래도 분명한 건 애옥살이를 한 적은 없다. 일단 굶은 적이 없고, 옷도 필요하면 부모님이 꼭 사주시고는 했으니까. 그러니까 가난이 뼈에 사무친 정도까진 아니었다는 말이다. 형석, 형호 형제는 어머니 덕분에 구걸을 해야 하는 신세는 면했어도, 배고프단 소리를 그토록 자주 했다. 

 

  찬밥처럼 집안에 남겨진 두 형제에게 어머니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너무 지루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둘의 사이는 돈독했고, 어머니는 형제를 끔찍하게 아끼는 정도는 아니었어도, 삶이 힘겨워서 아들들을 버리고 어디 멀리 도망가거나 할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세 사람은 어떻든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셈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어린 형석이의 통찰력과 상상력에 놀라게 되는데, 지레짐작으로 걱정되는 게 있었다. 꼭 이렇게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이 상처를 누구보다 깊게 받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김주영 소설가의 "홍어"에서도 상상력이 뛰어났던 '세영'이에겐 남모를 깊은 상처가 있었다. 예민하면 예민할수록 상처도 그만큼 깊어지고 복잡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일까. 잘 모르겠다. 아니면 반대로 상처가 성장기에 접어든 아이를 그토록 예민하게 만드는 것일까? 김주영 소설가의 작품들을 읽으면, 깨우치게 되는 사실들 말고도 궁금한 점들이 생겨난다. 2권에서는 희미하나마 아버지의 존재를 찾을 수 있게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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