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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도서] 시인

이문열 저/이정선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하늘 아래 부끄러운 것이 많아 삿갓을 푹 눌러쓰고 전국을 떠돌며 시를 썼다는 시인, 정도로 알고 있었던 김삿갓. 그의 본명은 김병연이었다. 강원도 영월에 놀러갔을 때 그의 모습을 본떠 만든 조형물을 본 적이 있는데, 캐릭터화한 조형물이라 귀여운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그가 삿갓을 쓰고 떠돌이 생활을 할 적에는 유유자적, 홀가분한 마음으로 살았었나 보다고 착각을 했다. 이문열 소설가의 『시인』을 읽고 나서는 내가 그에 대해 무지했음을 깨달았다. 

 

  물론 이문열 님의 소설이 김삿갓의 일생을 사실 그대로 전해주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이건 소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씩 그런 의문이 드는 때도 있다. 역사서적이나 위인전이 한 인물의 일생을 고스란히 전달해줄까, 내가 온전히 믿어도 되는 것일까. 괜히 의심만 많아진 게 아닌가 싶다. 이문열 님의 『시인』을 통해서 분명하게 알 수 있었던 점은 설화, 전설과 소설의 차이였다. 

 

  전자의 경우는 주인공으로 내세운 한 인물을 신비롭거나, 위대하게, 혹은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소설은 한 인물이 지닌 이면, 생의 진실을 바로 보려 하고 그의 내면 세계에 보다 중점을 둔다. 이문열 님도 소설가로서 그의 글을 통해 소설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 글을 썼고, 그랬기 때문에 김삿갓의 일생에 대해서 내가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김병연이 어린 시절에 할아버지인 김익순은 나라의 역적으로 몰렸고, 그의 집안은 멸할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김익순은 처형을 당하고 불행 중 다행으로 김병연의 아버지와 어머니, 형, 그리고 자신은 죽음만은 면했으나 남자들 모두 출세길이 꽉 막혀 버렸고, 평생 남의 눈을 피해 다니며 살아야 했다. 그런데, 김병연은 감히 출세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나라에 공령시(과거를 볼 때에 짓는 시)를 지어 바쳤는데, 그 내용이 할아버지를 비난하는 것이었다. 

 

  그의 내면에서 일어난 내출혈은 충과 효가 대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나라에 충성을 다하고 출세길에도 오를 것이냐, 할아버지를 욕보이지 않고 조용히 목숨만은 부지할 것이냐. 소설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그가 마음 속에서 부단히 지키려 했던 충과 효가 근본적으로 썩어 있음을 알게 되고 나서 그의 시 세계는 관조(주관을 떠나 대상의 본질을 냉정히 봄), 침잠(마음을 가라앉혀 생각을 모음)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나라에 충성을 바치는 시를 썼든, 대중을 위해 익살스러운 시를 썼든지 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마치 그들에게 아첨을 하는 듯한 시를 썼다. 비로소 그가 사람과 제도에만 얽매여 박수 갈채를 받는데 급급하지 않고 그것들에서 벗어나 진정한 일탈자로서 시를 쓴 시기가 찾아왔으니, 시인으로서의 김삿갓에게 인생 제 3막이 찾아온 셈이었다. 그에게 그 시기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방랑시인이니, 일탈자니 하는 수식어는 찾아들 수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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