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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아제 바라아제

[도서] 아제아제 바라아제

한승원 저/정현주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름에 '순'자가 들어간 사람은 삶이 순탄하지가 않다는 말,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무언가 억누르는 듯한 기운이 이름 속에 담겨 있어서 그다지 좋지 않은 걸까.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야기가 아니고 그냥 사람들이 지어낸 미신 비슷한 이야기일 것이다. 한승원 님의 소설 속 여주인공 이름도 '순녀'다. 아뿔싸, 그런 말이 머릿속에 절로 떠올랐다. 그녀의 오빠 이름은 또 '순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남매의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공부 잘 하기만을 강요했지, 모정母情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남매는 집안에 곧이 붙어 있을 수가 없었다. 

 

   순녀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순탄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나는 그녀의 이름이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애'자가 들어가는 게 잘 어울릴 듯했다. 정애, 수애, 미애 등… 진성 스님은 그녀에게 '도화살'이 있다고 말했다. 결코 스님이 될 운명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럴 운명, 이라는 게 정말 있는 걸까? 이름이나 예언처럼 사람을 억누르거나 혹은 피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는 걸까? 그건 모르겠고 소설을 읽으면서 진성 스님이 얄미웠다. 진성 스님은 순녀를 미워했는데, 나는 너무 잘난 진성 스님이 미웠다. 

 

  순녀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현종 선생님, 현우, 송 기사 모두 그녀를 좋아했다. 하지만 순녀는 누구의 아내도 되지 못했다. 아무래도 도화살이란 게 그녀의 안정된 삶을 막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그녀가 되는 일이 참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쁜 일이 지나고 나면 언젠가는 좋은 일도 있겠지, 하고. 아니, 실제로 삶은 그런 식으로 흐르지 않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좋은 일이고 싫은 일인지 제대로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천만에…… 나하고 잘 아는 의사가 그러는데, 도가 무엇인지, 철학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떤 농부의 몸에서 수술 도중에 사리가 나왔다는 거야. 그것이 진짜 사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나오는 경우에는 수술비가 무료라는 거야. 그것은 어쩌면, 진주조개 속에 들어 있는 진주 같은 거 아니겠어? (본문 208쪽)

    스님께서는 어찌하여 달마의 얼굴에 있는 수염을 하필 '수염'이라고 이름하여 부릅니까? 그것이 비늘이라 하면 어떻고, 손톱이나 발톱이나 코딱지라고 하면 또 어떻습니까? 저는 어찌하여 스님께서 하필이면 좌탈입멸했다고 우기려 했을까요? 모든 것은 허위이고 스님께서 한 줌 재로 변한다는 것만 진실입니다. (본문 213쪽)

 

  진주는 아름다운 보석인데, 그 실체는 이러하다. "일반적으로 조개의 체내에 생긴 탄산칼슘(CaCO3)을 주성분으로 하는 구슬 모양 또는 반구상의 광택이 나는 결정 덩어리." 진성은 부처님, 스님의 사리라는 것도 그 실체는 별 것 아닐 수도 있음을, 허위일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이고 이상주의에 빠지는 일을 경계한다. 그런 그녀가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 은선 스님의 사리를 찾아 내는 모습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나는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가 그녀가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스님으로서의 이름을 얻고, 그 자리를 드높이는 방법이 바로 좌탈입멸이니 사리니 하는 허위로 얻어질 수도 있음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그녀는 아는 것이 많고, 그래서 항상 순녀를 비웃고 속으로 무시했다. 심지어 존경하는 은선 스님까지도 밀어 내려고 한 것처럼 보였다. 그건 의도적인 밀어냄이기는 했다. 앞으로도 배울 게 많고, 자꾸 새로이 깨쳐야 하는 자는 쉽게 안주할 수 없었다. 

 

  진성 스님은 순녀를 비웃었지만, 그녀가 결코 스님이 될 수 없다고 여겼지만, 나는 그들 모두를 비웃을 수 없다고 여겼다. 그들 모두 '구도(깨달음을 얻어 가는 길)'를 걷는 순례자들이기 때문에 그저 앞으로 갈 길이 멀겠구나, 짐작만 할 뿐이었다. 나는 오늘 가족들과 청계사에 갔는데, 절간에 매달아 놓은 등에 써진 글씨를 유심히 보면서 저게 무슨 뜻이었더라, 한참 머리를 굴려보았는데 잘 떠오르지가 않았다. '극락왕생'이란 네 글자였다. 소설을 읽다가 뜻을 메모해둔 게 있어서 여기에 옮긴다. "죽어서 극락 세계에 다시 태어남" 절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이 정말 그걸 바랐나?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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