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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도서]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엘레나 페란테 저/김지우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3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읽었을 때 드는 생각은 이런 C’ 였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우리나라 아침 드라마의 정석인 바로 그 막장!!!! 2권의 마지막에 나타난 니노로 인해 나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고 아직 4권이 나오지 않아 완독을 할 수 없었음에도 나는 바로 3권을 구입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바보짓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서 3권을 읽었건만 답답한 마음은 더 커졌다고 해야 할까? 노년의 내용을 조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20대의 주인공들의 바로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이 상황.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3권에서는 레누는 피에트로와 결혼을 하고 릴라는 험난한 공장생활을 하면서도 젠나로를 교육시키고 밤에는 엔초와 함께 컴퓨터 관련 공부를 한다. 그 시기 이탈리아는 노동운동이 한창이고 공산당원과 파시스트의 갈등은 점점 심화된다. 릴라는 파스콸레와 가끔 공산당 집회에 참석하고 공장생활에 대한 발언이 신문에 실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릴라의 공장생활은 더 험해지고 파시스트인 지노가 공장에 나타나면서 폭력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브루노는 공장운영이 어려워지자 솔라라 집안의 돈을 빌리게 되고 미켈레 솔라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공장에 나타나 릴라를 부른다. 레누는 릴라의 상황이 힘들어지자 그녀를 여러 의사에게 보여 진료를 받게 하고 또 릴라의 메모를 바탕으로 신문에 기고를 하기도 하며, 엔초를 IBM의 전문가를 만나 컨설팅을 받게 해주는 등 여러모로 힘을 쓴다. 레누는 피에트로와 결혼식을 올리고 바로 아이를 가진다. 레누는 첫 딸을 낳고, 그 무렵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가 커진 피에트로를 위해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하지만 레누는 사람들과 유혹을 주고 받는다. 그 무렵 둘째를 가진 레누는 시어머니로부터 글에 대한 혹평을 듣고 둘째를 출산한다. 피에트로의 스트레스는 더더욱 심해지고 릴라는 레누의 글을 보려 하지 않고 결국 둘은 다투게 되는데

 

레누가 계속해서 릴라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까우면서도 솔직히 격하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다. 내 마음속에도 그런 대상이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그런 대상을 가진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그 자체로 인정하면서도 자꾸만 튀어나오는 열등의식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기는 하지만 자신감을 갉아 먹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피에트로의 레누에 대한 마음도 과히 다를 것 같지 않다. 그 당시의 가부장적인 상황에서 남들이 우러러보는 교수라는 직업과 가문을 배경으로 가진 피에트로의 입장에서는 아내가 더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유명세를 타는 것이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영악하지 못한 피에트로는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니노의 도발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스스로 상황을 바꿀 능력도 없으면서 레누가 니노와의 관계를 밝히도록 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켜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이어오던 둘의 균형을 깨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고 생각된다.

P552 나는 두 남자 사이에 싹텄던 우정이 왜 일방적인 적대감으로 바뀐 것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니노는 내게 내 남편의 본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니노는 내가 피에트로를 지나치게 이상화해 감정적으로나 지적으로 그에게 순종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젊은 대학교수 이미지 뒤에 감추어져 있는 보잘 것 없는 실체를 내게 폭로하고 싶었던 것이다. 대학 졸업 논문부터 학문적으로 중요한 저서가 되었으며 이러한 그의 명성을 더욱 공고해 해줄 두 번째 책을 집필하는 데 오랜 시간 동안 몰두하고 있는 학자가 실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내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너는 별 볼일 없는 인간과 살고 있어. 아무런 가치가 없는 남자를 위해 딸을 둘이나 낳은 거야니노는 마지막 며칠 동안 내 귀에 대고 이렇게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니노는 피에트로를 깎아내림으로써 나를 해방시키려 했던 것이다. 피에트로를 파괴함으로써 내 자아를 되찾게 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는 자기 자신이 내게 피에트로의 이상적인 대안으로 각인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고향을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신분상승의 꿈을 이루고 싶고 또 니노를 평생 마음에 두고 사랑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니노의 손을 잡은 레누의 마음도, 사실은 자신이 먼저 레누의 글을 세상밖으로 내보냈지만 점점 앞으로 나아가는 레누를 보며 자격지심을 갖는 피에트로의 마음도, 자신의 뜻대로 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 고전하면서도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위해 잠시 솔라라와 거래하는 릴라의 마음도, 심지어 오직 릴라를 경배하고 그녀와 함께 일을 하고 그녀로부터 영감을 받기 위해 릴라를 원하는 미켈레 솔라라마저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니노의 마음만큼은 이해하지 못하겠다. 책임감이 결여된, 그저 현재에 충실한 한 남성의 모습인 것일까. 지금 자신의 가정을 파탄내면서까지 레누를 선택한 그의 마음은 진정 사랑인 것일까? 하지만 우리는 1권에서 레누가 혼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이것도 아니지 싶기에 아직은 속단하기에 이른 것도 같다.

P47 어린 시절부터 니노를 알아왔지만 내게 그는 꿈 같은 존재였다 그를 내 곁에 영원히 붙잡아 놓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유년 시절에 내가 간절히 원했던 대상이었기에 나에게 그는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인 존재였다. 따라서 그와의 미래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피에트로는 달랐다. 그는 현재의 인물이었다. 새로운 세계이자 아이로타 집안에서 내려오는 규율의 지배를 받는 영토였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에 의미가 부여되었다. 위대한 이상과 명문가에 대하 숭배와 원리원칙이 중요시되는 세계였다.

P286 미켈레는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릴라를 원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릴라 본연의 모습을 원했다. 릴라를 망가뜨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릴라를 가능한 오래도록 간직하기를 원했다. 성적인 이유로 릴라를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미켈레는 릴라를 섹스에 결부시켜 생각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미켈레가 릴라를 원하는 이유는 그녀에게 키스하고 그녀를 쓰다듬어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릴라가 자신을 어루만져주고 도와주기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고 때로는 명령을 내려주기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릴라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늙어 가는지 곁에서 지켜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함께 생각하고 릴라에게서 영감을 받고 싶기 때문이었다.

 

 

HBO에서 드라마로 제작한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과연 각각의 인물에 대한 캐스팅이 어찌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상하게도 내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남미쪽 상황이 그려졌었고 때로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배경이 상상되기도 했었다.

 

책을 읽을수록 번역본을 읽기에 가질 수 없는 사실적인 것을 놓치는 게 있지는 않은지 잠시 생각해봤다. 노동운동이 한창이던 이탈리아. 그당시 그들의 생활상을 안다면 책을 더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듯도 하고 그들의 언어적인 배경이 우리의 지방색이 섞인 사투리처럼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전달되지 못함은 가히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삼면이 바다이면서 비슷한 시대적 흐름을 겪은 나라이기에 우리나라 사람들과 기질이 비슷하다는데 글쎄 나는 쉽게 동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솔직히 아직도 이 소설이 우정에 대한 이야기인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는레누와 상황과 다른 사람이 문제라는 릴라는 사뭇 다르다. 그렇기에 항상 릴라는 모진 말로 레누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과연 이런 것을 우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의 입장에서는 절대 ‘No’ 이다.

P238 릴라도 내 책을 읽었던 것이다. 릴라의 말에 나도 덩달아 변명하듯 말했다. “내가 대체 뭘 쓴 건지 이젠 나도 잘 모르겠어” “지저분한 이야기를 쓴 거야릴라가 말했다. “사내라면 듣고 싶어 하지 않고 여자라면 알고는 있지만 말하기 두려워하는 그런 내용 말이야. 그래놓고는 이제 와서 숨고 싶은 거야?” 릴라는 그런 식으로 말했다. 분명한 것은 릴라도 지저분한 이야기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릴라도 일전에 질리올라가 그랬던 것처럼, 질리올라가 불결하다고 표현했던 외설적인 장면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P314 분명한 것은 릴라가 본심을 감추고 있으며 내게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변화가 많았는데도 내가 여전히 릴라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평생 그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순간 나는 진심으로 심장전문의의 진단이 오진이기를 바랐다. 아르만도가 옳았기를 바랐다. 릴라가 정말로 병들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바람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몇 년 동안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전화로만 소식을 주고받았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지 못한 채 음성의 조각들로만 존재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릴라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욕망은 내 맘 한구석에 뿌리를 내려 내가 아무리 쫓아버리려 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3권까지 읽은 지금 아쉬움이 있다면, 레누가 독립이 아닌 니노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당당한 한 여성으로써 자신의 앞길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레누는 니노를 선택했고 그로 인해서 나에게 일종의 실망감을 주었던 것 같다.

책의 제목이 얘기하는 떠나간 자가 레누이고 머무른 자가 릴라가 맞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고향을 떠나 공부를 계속하여 저명한 집안의 며느리가 되고 대학교수의 아내가 되었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한 레누가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릴라가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 자리를 잡아 가고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컴퓨터 기사가 되어 점점 시대에 앞서간다면 반드시 고향을 떠나고 높은 학력을 가져야만 성공이라고 부를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레누의 감정선을 충실히 따르다보니 릴라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3권까지 읽었을 때는 욕하는 마음이었지만 4권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혹은 릴라의 마음이라서 레누가 미처 추측하지 못했던 다른 전모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끊임없이 레누에게 상처주는 릴라를 보면서 그것이 레누에 대한 사랑인지 또는 기대감인지 또는 애증인지 정의할 수 있는 시기는 아무래도 4권까지 완독했을 때가 아닐까 싶다.

P603 하늘 위에서 모든 것이 단순해진 것 같았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멈추려 했다. 가끔 니노에게 행복한지 물으면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키스했다. 드높은 창공에서 두 발을 디딜 수 있는 유일한 표면인 비행기 바닥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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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토끼13호

    와아~ 대표로 왕관을 받으셨군요. 짝짝짝

    2017.12.21 20:12 댓글쓰기
  • 파란토끼13호

    파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건강해야하는것도 아시죠? ㅎㅎ

    2017.12.31 20:5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많이 늦었지만 왕관 넘넘 많이 축하드려요~!!^^*

    2018.02.05 22:40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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