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버린 나뭇잎 하나와 텅 빈 하늘을 날고있는 새들..
어쩐지 쓸쓸함과 헛헛함이 묻어나는 표지다.ㅂ
지은이 김범석은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인 의사선생님이다.
제3회 보령의사수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진료실에서 못다 한 항암치료 이야기)
(천국의 하모니카)
(항암치료란 무엇인가)
(암,나는 나 너는 너)
(암 환자의 슬기로운 병원생활)의 책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내가 만나는 환자들은 대부분 4기 암 환자들로 이들은 완치
목적이 아닌 생명 연장 목적의 항암치료를 받는다..."
"어떤 죽음들은 나를 무겁게 짓눌렀고,
어떤 죽음들은 몹시 가슴 아프게 했으며,
어떤 삶은 나를 겸허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것을 복기하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틈날 때마다 기록을 남겨왔다."
-시작하는 말 중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며 피할수 없는 죽음앞에서
복기하고 기록한 이야기들이다.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는 것...
누군가의 죽음이 삶에 전하는 이야기들이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마주하게 될 삶의 마지막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마지막이
실은 그렇게 멀지 않다는 것...
인생은 짧고 삶에는 기한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내 돈 2억 갚아라)
보호자가 없는 폐암 환자.
수소문 끝에 동생을 찾았고 처음으로 환자의 병실에 누군가 찾아온다.
"형님..."
동생이었다.
"형제는 서로 한참 마주보았다.둘 사이에는 세월의 공백만큼이나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병실의 적막은 깊고 또 깊었다."
"한참 뒤,환자가 동생에게 할 말이 있는지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숨이 차서 목소리를 크게 낼 기력조차 없던 형이 자신을 부르자
동생이 다가가 형의 얼굴 쪽으로 허리를 숙였다.
너...내 돈...2억...갚아라...."
누군가의 삶을 잠시의 모습만 보고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죽음앞에서도 동생에게 마지막으로 전한말은
빌려간 돈을 갚으라는 말이었다.
그 환자에게 2억은 어떤 의미였을지 나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한 우리의 마지막은 어떤 죽음이어야할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특별하고 위대한 마지막)
"나는 괜찮아요.선생님이 잘 치료해주려고 이렇게 애썼는데 미안해요."
-35페이지
오랜 항암치료에도 효과가 없었고 결국 뇌전이 소견을
마주한 할머니...그 상황에서 오히려 선생님을 위로한다.
"할머니는 상태가 악화되고 임종이 가까워져 호스피스
상담을 받을 때에도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평온했고 담담했다."
-36페이지
"마지막까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일..
느닷없이 찾아온 운명을 받아들이고 본인 몫의 남은 삶을
평소처럼 살아내는 일...
할머니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특별했고 보통 사람이었지만
위대한 사람이었다."
-37~38페이지
끝까지 일상을 살아내며 평온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올 수 있었을까..
할머니의 죽음은 우리에게 죽음앞에서의 자세를 소망하게 한다.
(잔인한 생)
"아버지가 폐암 진단을 받았던 것이 내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기억도 가물가물한 아버지의 친구들은
내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가 빌려간 돈을 내놓으라며 찾아왔다."
-114페이지
지은이도 폐암으로 아버지를 잃었던 사람이다.
병실앞에서 마주한 환자의 중학교 2학년이 된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이유였나보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고.
이 소년에게 나는 완벽한 타인으로 남겠지만 비슷한 시간을 먼저
지나와 지금 여기에 서 있는 어른으로서 눈앞의 소년이
잘 버텨나가기를.덜 외롭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119페이지
결국 대신해 줄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이다.
환자는 고스란히 죽을만큼의 고통의 시간을 지나야하고
남은 가족들은 괴로움의 시간을 눈물로 버텨야한다.
같은 시기에 아버지를 잃은 지은이는
눈앞의 중학교 2학년 아이에게...
잘 버텨내 주기를 응원할 수 밖에 없음을 ..
그 긴긴밤을 잘 지나 지은이처럼 옛일을 말할 수 있기를 나 또한 바란다.
(이야기를 마치며)
삶을 잊고 있을 때 떠나간 환자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마지막은 언제나 나를 향해 묻는다.
언젠가 당신도 여기에 다다르게 될 텐데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떤 모습으로 여기에 당도하고 싶은가?
나는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고 다시 한번
생의 감각이 팽팽해진다.
어쩌면 죽음만큼이나 삶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
우리보다 먼저 종착역에 당도한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묻는다.
이제는 남아 있는 우리가 우리의 삶으로서
대답할 차례다.
-261페이지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들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고
당신에게 삶이란 무엇이며 다가올 죽음이란 무엇이냐고
계속 질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책 속의 환자들은
인생만큼이나 죽음의 방식과 받아들임이 모두 달랐다.
전속력으로 앞을향해 달리고 있는 우리들은...
잠시 멈춰 생각해야한다.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마지막에 당도할 그곳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가를...
감상문같은 서평을 쓰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 깊숙히 계속되어지는 삶에의 질문은
나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들었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