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기자였던 헨리는 전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 함께 있던 여인과
살아있는 생명의 온기를 찾듯 하룻밤을 보낸다.
사랑하지 않는 여성과의 하룻밤에 생긴 아이.
가족이 생기면 전쟁에 나가지 않겠다는 맹세를 지키고 있음에도
어찌된 일인지 아이엄마는 그에게 아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도대체 아이엄마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세월은 흘러 아이 쪽에서 아빠에게 연락을 해온다.
처음으로 아이를 만나러가던 헨리는
배에서 강에 떨어진 아이를 발견하고 구해내지만
이내 달려오던 차에 치어 혼수상태에 빠진다.
샘이 처음 만난 아빠의 얼굴은 익숙했다.
아빠가 실린 잡지와 신문 등에서 만나왔기 때문이다.
직접 만난 아빠는 의식 없이 누워있었지만
공감각자인 샘은 그가 곁에 있음을 느낀다.
엄마는 샘에게 그의 얘기를 전혀 해주지 않는다.
엄마가 결혼한 남자와 그 사이의 동생이 있지만
샘은 스스로를 그들의 방해물이라 여기며
그들과 한 식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빠의 영웅적인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찾아 준
엉뚱한 영재친구 한 명만이 있을 뿐이다.
샘은 자신을 보러 오다 아빠가 사고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부정당하고 상처받은 에디.
남자는 떠났고 여자는 붙잡지 않았다.
다시 새로운 사랑을 만난 에디에게 별안간 헨리로부터의 호출이 날아든다.
사전의료지시서에 에디의 이름을 적어 넣은 헨리.
위태로운 상황의 헨리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된 에디는
헤어진 이후에 작성된 서류의 자신의 이름을 보며
옛 남자친구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난감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자 다시금 흔들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매일 그의 보호자가 되기 위해 찾아온다.
헨리는 같이 가야한다는 아버지의 말을 거절하고
죽어가는 자들의 바다에 남기로 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지만 차마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이
그의 발목을 잡으며 그녀에게 쓸데없는 거짓을 말해버렸다.
그렇게 자신의 안식처를 잃어버렸던 것처럼
헨리는 조각배에 몸을 싣고 인생의 구간을 떠돌기 시작한다.
그의 시작점은 전장에서의 하룻밤 날이었다.
같은 상황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묘사,
다른 선택, 같은 선택이지만 다른 전개와 같이
다양한 경로의 인생을 살게 되는 헨리.
무한반복되는 궤도에서 살았던 삶에 등장하는 놀라운 이름이
죽음의 바다를 떠돌던 헨리의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들의 사랑과 삶을 선택한 아빠 헨리.
헨리가 떠나는 무한루프 저 세상모험보다
아무리 공감각자지만 샘이 맹목적인 사랑에 빠지는 과정 쪽이 이해가 안간다.
하지만 원 없이 꿈 속의 삶을 살아보고
스스로의 결정으로 떠나기도 하고 돌아온다는 상상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다소 위안이 되지 않을까싶다.
w.129:21 우리는 이야기를 읽고 뭔가 달라진다.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왜 달라졌는지는 모른다. 어떤 문장을 통해 달라졌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상은 변했고,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책이 우리의 현실에 금을 가게 했다는 사실과 그 금을 통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 답답함과 의기소침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알아채기도 한다.
w.338:20 아마 그것은 지옥일지도 모른다. 그래, 틀림없이 지옥일 것이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살아야 하는 것. 수십 번 모습을 바꿔가며 번번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번번이 같은 잘못, 늘 새로운 잘못, 출발하기 위해 다시 돌아가는 것. 이렇게 새로이 반복하는 삶, 어디에서도 또다시 산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w.400:10 “헨리 스키너 씨, 저는 당신의 청각 의식이 반응하는지 살피려고 마치 치근대는 콜센터 직원처럼 당신 이름을 자주 말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 유일하게 유며를 장착한 닥터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