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베스트 중 하나인 <배를 엮다>는
책도 영화도 다 좋았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의 미우라 시온의 신간 소식에 냉큼 손을 뻗었다.
이번에도 주인공이 빠진 장르가 다를 뿐이지
전작과 마찬가지로 우직하게 한우물만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주변의 잣대에 휩쓸리지 않고
오랜 세월 자신만의 세계를 유지하는 모습은 대단하다.
여기 사랑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여인에게 푹 빠진
사랑 있는 세계에 살고 싶은 한 남자가 있다.
T대학 앞 작은 식당에서 수련 중인 후지마루는
대학원 연구실로 음식배달을 갔다가
마중 나온 대학원생 모토무라에게 첫눈에 반한다.
정확히는 슬리퍼 뒤로 보이는 그녀의 예쁜 뒤꿈치다ㅎㅎㅎ
배달을 다녀온 후지무라의 상태를 본 스승은
연구자들을 방해하면 안된다고 경고했지만
즐겁게 연구얘기를 들려주는 모토무라의 모습에
충동적으로 고백을 하고 만다.
비록 차였지만 이전과 다름없는 모토무라의 태도에 안심하며
성급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계속 좋아하기로 한 후지무라였다.
마이웨이후지무라, 대단하다ㅋㅋㅋ
입술처럼 보이는 기공무늬에
좀 므흣한 상상을 하게 하는 버섯무늬 티셔츠를 입는
그녀의 특이한 패션취향도 이겨버리는
후지무라의 발뒤꿈치 패티시는 최강이었다.
꾸밈없는 덩치 큰 강아지 같은 친화력과
배달을 핑계로 열심히 연구실을 드나들며
후지무라는 점점 연구실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며
연구실 분위기에 동화되어 간다.
후지무라가 자리에만 누우면 꿈나라도 갈 정도로 요리정진에 힘쓰는 동안
모토무라는 여전히 사중변이체를 만들기 위한 애기장대 재배에 집중하고 있었다.
abcd가 무한생성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유전법칙을 들으면서도
그저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게 좋은 후지무라였다.
모토무라의 abcd 역습이 몰아칠 때마다
나는 그때마다 깊은 잠에 빠진 것은 안비밀.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이가 되었다며...oTL
후지무라가 정신줄을 놓지 않았던 것은
사랑의 힘이 분명하다ㅋㅋㅋ;;;
그리고 또 한번의 고백.
결과는?
후지무라의 차임 소식에 단골손님이 지어준
별칭 후라무라(차이다의 ‘후라’레루와 후지‘무라’의 합성어)가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래도 후지무라는 차이고(후라무라) 차여도(후라후라마루)
그녀를 좋아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사랑 없는 세계인 식물을 사랑하는 모토무라,
그래서 자신도 사랑이 없는 세계에 살아야 된다는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동화되는 후지무라.
이대로 괜찮을까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