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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http://m.ch.yes24.com/Article/View/24592
책을 읽는다는 게 언제부터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을까?

‘책에 파묻혀 지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서점에서 일할 결심을 했더랬다. 학교를 다닐 땐 도서관에서 원없이 책을 빌려봤는데, 막상 직장에 다니게 되니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책을 찔끔찔끔 사보는 데 감질맛을 느껴 아마도 별 생각없이 서점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듯 싶다. 하지만 정작 서점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어언 10여 년. 책에 파묻혀 지내기는 커녕 책에 깔려 지내다 보니 책이 오히려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중 어딘가엔 내가 올 봄에 읽어볼 만한 책도 있겠지. (예스24 대구물류센터)

어떻게 하면 책을 더 살까, 더 모을까 고민했던 필자는 지금은 어떻게 하면 집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을 더 내다팔까, 어디에 갖다 주나 고민하고 있다. 10여 년 동안 일로서 책을 접하다 보니 꼼수만 늘어 책등과 목차만 들춰봐도 책에 대해서 10분 이상 떠들어댈 수 있는 허풍만 늘어갔고, 그나마도 작년에 애를 낳고 났더니 독서는 왠 말인가. 내 입에 밥 한 숟갈 넣고 거울 한 번 들여다 볼 시간마저도 없는 걸. 그나마 책이라고 들춰본 게 어떤 게 있나 싶어 생각해보니 애 보여주려고 산 초점책 정도?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래서 뭐? 책 좀 안 읽을 수도 있지.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의무감이나 부담감에서 시작된다면 어찌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경험이 되겠는가? 돌이켜 보면 내가 갖고 있는 책에 대한 기억은 모두 가슴 떨릴 만큼 즐겁고도 짜릿한 것들이었다. 수업시간에 책상 서랍에 몰래 넣어 두고 살짝 살짝 들춰보던 짜릿함. 친구의 생일잔치에 초대받고서 어울려 노는 것은 잊어버리고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을 그 집 책장에서 꺼내서 읽던 즐거움. 여름 방학마다 자전거 페달을 밟아 아무도 없는 학교 도서관에서 읽고 싶던 책을 뒤적거리던 설레임. 만약 의무적으로 책을 100권 읽어야 한다거나, 방학 내내 추천도서 목록을 읽고 독후감을 10편 써내라는 추억들만 갖고 있다면 어찌 책에 대한 기억이 즐거울 수 있을까. 모름지기 책을 읽는 것은 아무 부담없이, 그저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는 내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래서 사실 ‘1년에 책 100권 읽기’ 같은 목표를 세워서 독서 활동을 즐기는 분들을 보면 좀 의아해질 때가 있다. 독서는 질이 중요하지 양이 중요한 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책을 여러 권 읽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100권이라는 물리적 양을 채우기 위한 독서라고 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1년에 단 한 권을 읽더라도 그 책이 나의 생각과 인생을 바꿔 놓는다면 100권의 책을 읽는 활동보다 더욱 값진 일이었다 말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완독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읽다 보면 숨도 못 쉬고 한달음에 읽어버리는 책도 있는 것이고, 손에 잡은 지 몇 년이 되었는데도 영 진도가 안 나가는 책도 있는 것이니. 모든 책을 같은 속도로 읽어야 한다는 법도 없고, 그렇게 다 읽은 책도 있고 읽다가 팽개친 책도 만나면서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나가다 보면 나만의 독서 습관이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이처럼 부담없이 즐거운 게 독서라고 써내려 가고 있지만, 이 말대로라면 요즘의 나에겐 독서가 그저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핑계에 불과하다. 잠깐이라도 짬이 나면 가장 먼저 손에 잡는 건 스마트폰이니 말이다. 읽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고 하면 스마트폰에 전자책을 다운로드 받아서 읽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책은 종이책으로 봐야 제맛이라는 턱없는 고집 때문에 그저 포털 사이트의 뉴스만 클릭하고 있을 뿐.

포털에서 임의대로 편집한 뉴스들을 들여다 보거나 즐겨가는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니는 것은 부담도 없고 소일거리로도 충분하지만, 여기저기 비슷한 것들을 들여다 보고 있으려니 생각도 비슷해지는 듯 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들 다양한 이슈와 관심사에 따라 책을 골라 읽던 모습은 보기 어려워지고, 입맛대로로 편집된 기사들을 들여다 보며 이를 화제거리에 올리는 모습들이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이 풍경은 재미없지 않은가!

굳이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되고, 읽다가 내팽개쳐도 되니 스마트폰보다는 책을 읽자. 집에서 못 읽겠으면 카페로 나가도 되고, 갑갑한 실내가 싫다면 공원이나 나무 그늘 밑도 좋다. 흔들리는 지하철 안도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결국 지금까지 장황하게 써내려 온 글은 최근에 읽은 책이 없어서 딱히 할 말이 없는 필자가 책을 읽지 않고도 어떻게 책에 대해서 얘기해볼까…라고 머리를 굴려본 애달픈 글이 되겠다. 나 역시도 올 봄부터는 다시 한 번 부담없는 책읽기를 시작해보련다. 읽고 싶은 대로 내키는 대로 읽고, 아무 책이나 대충 주워 읽고 읽기 싫으면 내팽개치는 그런 내맘대로 독서를. 굳이 새로 나온 책을 읽지 않아도 되고, 여러 번 읽었던 책을 또 꺼내서 읽거나 밑줄 치는 그런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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