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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전쟁

[도서] 아편전쟁

이원태,김탁환 공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1.
헛되고 헛되었소.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그토록 맹렬히 달렸건만 결국 지옥에 갇히고 말았소.
무엇을 위해 살얼음 같은 인생길을 달려왔는지 찾을 길이 없었소.

누군가는 그럽디다.
결국은 내가 이끌었던 금아단 덕분이 아편 수괴 나용주도 죽었고 이 땅에서 아편도 사라진 것이라고 말이오.
그 어떤 말도 내게 위안이 될 수 없었소. 오로지 상처만 갚이 남았소.

산다는 게 결국 그런 것이지만 말이오.
상처를 달래 줄 아무것도 내겐 남아 있지 않았소.

나는 다른 선택을 하지 않고 아편굴로 찾아들어 갔소. 금아단장까지 한 내가 제 발로 아편굴에 기어 들어간 이유가 궁금하오? 마지막 남은 욕망이었다면 믿겠소? 아편굴에 편히 누워, 하역 노동자로 일할 젊은이들을 실은 배가 인천에 닿는 순간부터 용주호가 활활 불타 버린 순간까지를 되새기고 싶다는 욕망 말이오.

「중략」

고문을 받을 때 말이오. 나와 나용주의 관계를 귀찮을 정도로 캐묻기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딱 한 번 다답한 적이 있다오. 무엇이라고 했는지 아시오? 거기 보면 이렇게 적혀 있을 거요.

친구. 그래요. 우린 친구였소. 하하하하.


2.
인생은 돌아갈 수 없는 땅을 하나씩 늘려 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살다 보니 이만치 와 있고 돌아보니 내 발 딛었던 곳은 저만치 멀어져 있다.
살면 살수록 불귀(不歸)의 땅이 구비지고 구렁텅마다 회한과 미련이 쌓인다.
사랑, 미움, 분노, 슬픔, 쾌락이 비벼져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지만, 언젠가 나를 죽일 것 같았던 그 기억도 결국은 시간과 함께 풍화된다 
「아편전쟁」은 풍화되어 돌아갈 수 없는 땅에 대한 연가(戀歌)이고 운명의 굴레에 갇혀 죽어 간 자들을 위한 진혼곡(鎭魂曲)이며 간난했던 우리의 근대에 바치는 헌사(獻詞)이다.


(p. 280), (p. 285-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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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카르페디엠

    아편전쟁 재밌게읽었던 기억이나네요^^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했는데 글귀를 보니 어렴풋이 떠올라 반갑네요 ㅎㅎ

    2018.08.14 22:3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춍춍

      이 책을 읽어보셨군요^_^ 저도 참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책 중 하나입니다. 포스트 쓰면서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거 있죠ㅎㅎ

      2018.08.1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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