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에 벚나무를 본 적 있어?" 내가 불쑥 물었다. "아뇨." 그녀의 목소리가 내 몸에 진동으로 전해져,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 "그런 거야, 꽃이 떨어진 벚나무는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기껏해야 나뭇잎이 파란 5월까지야. 하지만 그 뒤에도 벚나무는 살아 있어. 지금도 짙은 녹색의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 그리고 이제 얼마 후엔 단풍이 들지." "단풍이요?" "그래, 다들 벚나무도 단풍이 든다는 걸 모르고 있어." "빨갛게요?" "빨간 것도 있고 노란 것도 있어. 단풍나무나 은행나무처럼 선명하진 않고, 약간 은은한 빛을 띠고 있지. 그래서 눈에 잘 띄지 않아, 다들 그냥 지나치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꽃구경하던 때를 생각해봐. 전국에 벚나무가 얼마나 많아. 그걸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탄했어. 그러면서 꽃이 지면 다들 무시하지. 색이 칙칙하다느니 어쩌니 하는 건 그래도 좀 나은편이야. 대부분은 단풍이 드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좀 심한거 아닌가?" 「중략」 "70년을 살았어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그 중에는 내 적성이나 취향에 맞는 것도 숨어 있을 테지. 그걸 모른 채 죽는다는게 얼마나 안타까워. 난 그러기 싫어." 2. 꽃을 보고 싶은 녀석은 꽃을 보며 신나게 떠들면 된다. 인생에는 그런 계절도 있다. 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지금도 벚나무는 살아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물든 벚나무 이파리는 찬바람이 불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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