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내 머리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패이기도 하다. 어젯밤 나는 멀쩡한 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고, 헤결책으로 망각을 택했으며, 내 자신에게 속아 바보짓을 하며 하루를 보낸 셈이었다. 「중략」 그만큼 내 사회적 자아가 견고하다고 믿었다. 즐거운 한때와 인생을 맞바꿀 만큼 분별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에 대한 과대평가, 나를 제어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이 어제밤 운명의 손에 내 목을 내주게 만든 것이었다. (p.206) 2. "어떤 책에서 본 얘긴데,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데는 세 가지 방식이 있대. 하나는 억압이야. 죽음이 다가온다는 걸 잊어버리고 죽음이 존자하지 않는 양 행동하는 거. 우리는 다부분 이렇게 살아. 두 번째는 항상 죽음을 마음에 새겨놓고 잊지 않는 거야. 오늘을 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 할 때 삶은 가장 큰 축복이라는 거지. 세 번째는 수용이래. 죽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대.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놓여도 초월적인 평정을 얻는다는 거야. 이 세 가지 전략의 공통점이 뭔 줄 알아?" - 나는 고개를 저었다.대답은커녕 생각하는 시늉조차 하기 싫었다. 그런 이상한 문제로 고민라는 것보다 그냥 죽어버리는 게 쉽고 편할 것 같았다. "모두 거짓말이라는 거야, 셋 다 치장된 두려움에 지나지 않아." "그럼 뭐가 진실인데?" "두려움이겠지. 그게 가장 정직한 감정이니까" (p.330) |
사이코패스, 순수 악, 악인의 탄생기를 그린 '종의 기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