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나라의 왕이시니 못할 일이 무엇이겠사옵니까.다만 마술은 공연하는 판을 없애거나 찾아오는 관객들을 내쫓는다고 사라지지 않사옵니다. 마술은 마음이 만들기 때문이옵니다." " 마음이 마술을 만들다니?" " 현실을 견디기 힘든 사람은 저마다 황당한 꿈을 꾸옵니다. 이뤄지기 힘들지만 그 꿈을 꾸는 동안엔 위로를 받사옵니다. 마술은 그들의 꿈을 판 위에 잠시 옮겨 보여 주옵니다. 미술사가 마술을 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마술을 보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이 마술을 만드는 것이옵니다." (p. 158) 2. 광대는 만인의 연인이다. 걸쭉하게 놀아나는 흥취에 젖노라면 흠모의 정이 샘솟는 것이다. 마술사는 마술을 할 때 가장 빛난다. 연꽃이나 머리댕기처럼 작은 물건이 아니라 5층 석탑을 없애고 다시 나타나는 마술을,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위해 해냈다면? 옹주와 광대라는 귀천의 구별 따윈 기막힌 놀음 속에 녹아 없어지리. 이제 무엇이 남는가.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만 남는다. 오직 이것뿐! (p. 175) |
조선 마술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