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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은, 여름

[도서] 나의 마지막은, 여름

안 베르 저/이세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중학교 때 장기기증에 대한 사고가 열렸다. 공교육에서 캠페인 같은 걸 했던 거 같다. 그때까지도 이 세계에 죽음은 자연사 / 사고사 / 병사 이렇게 세 종류인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성인이 됐다.
막장 드라마에서 안락사를 나쁘게 사용하는 일을 몇 번 보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것은 남의 일이었다. 지금 당장의 나는 살아 있고 안락사는 콤마 상태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였으니까. 
어찌저찌 시간이 흘렀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숨결이 바람될 때> 같은 책들을 읽으면서 문득 나의 마지막에 대해서 생각해봤었다. 
마지막을, 내가 정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 거 같다. 지금 다시 상상해보아도. <미 비포 유>의 남주처럼 생을 더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것도 아니고, 이 책의 저자처럼 루게릭병으로 죽을 날만 손꼽는 것도 아니니까. 지금의 상황에서는 존엄사에 대한 생각도 사실은 좀 먼 나라 이야기같긴 하다.
하지만, 생각해봐야 한다고 느꼈다.
무엇을 계기로, 어떤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나의 생을 완성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과 멀어져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을 것인지. 추억처럼 여길 것인지.
이 책은 저자가 안락사를 옹호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너무 한 사람의 개인적인 일기를 보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의 초연함과 하루하루에 대한 애틋함이.

저자가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파티를 여는 모습을 지켜볼 떄 쓴 일기가 마음에 가장 많이 남았다. 죽음 자체가 아름답다기 보단 자신의 죽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그래서 스스로에게 조금은 매정하고 사회에 옳은 말을 하기 위해 강해보이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 섬세하고 다정하고 강인한 모습이 이 얇은 책 한 권에 다 담겨 있어서 감동이었다. 

존엄사는 필요하다. 그 필요를 위해 이 책을 썼다기 보다는, 이렇게 다른 삶도 있다고 보여주는 책이다.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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