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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리커버 특별판)

[도서] 보건교사 안은영 (리커버 특별판)

정세랑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명랑하다는 환하게 밝다는 뜻이다. 어떤 글은 너무도 나같아서 좋지만 또 어떤 글은 너무도 나같지 않아서 좋을 때도 있다. 정세랑 작가의 책은 데뷔작을 빼고 모두 읽었으니 정세랑 월드에 사는 시민으로 나는 후자에 속한다.

2022년 첫 독서모임 책이기도 해서 미리 읽었다. 아마도 세번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사실 첫 번째 읽었을 때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아마도 <시선으로부터>나  <피프티 피플> <이만큼 가까이>와 계속 비교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두번째 읽고나서의 느낌은 '착한 소설'이구나였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댓가없이 치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보건 교사 안은영과 좋은 기운으로 보호받고 있는 한문 교사 홍인표, 오리농장에서 날아온 오리를 키우는 생물교사 한아름,  크레인 사고로 죽은 김강선, 전생을 거듭해 옴을 잡는 옴잡이 백혜민, 어이없는 역사 교과서에 맞선 역사교사 박대흥이 그들이다.

내 주변에도 착한 기운을 널리 주는 이로운 홍익인간이 있는 반면, 1시간만 있어도 기가 빨리는 인간도 있다. 타인의 장점을 보고 충고따윈 내 주머니 속에 넣고자 다짐하게 되는 책이다.

연출가나 대본을 쓰는 작가가 읽었다면 당연히 드라마로 만들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각 장마다 옴니버스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에로에로 에너지나, 무지개 장남감 칼, 비비탄 총, 혼란과 럭키의 겨드랑이 털 매듭짓는 부분(우리나라 전통매듭을 겨털과 연결하다니요^^), 명승지에서 충전한다는 발상들이 너무 좋았다.

은영의 일은 은영이 세상에게 보이는 친절에 가까웠다. 친절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덕목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은영과 인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만약 능력을 가진 사람이 친절해지기를 거부한다면,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치관의 차이니까. p.123

그 건물은 성매매 여성들의 숙소였는데 포주가 현관도 창문도 바깥에서 잠가 뒀기 때문에 열여섯 명이 죽었다. 폭력적인 죽음의 흔적들은 너무나 오래 남았다. 어린 은영은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 지독하게 폭력적인 세계와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가끔은 피할 수 없이 다치는 일이란 걸 천천히 깨닫고 있었다. p.191

비싸서 그래. 사람보다 크레인이. 그래서 낡은 크레인을 계속 쓰는 거야. 검사를 하긴 하는데 무조건 통과더라. 사람보다 다른 것들이 비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값없게 느껴졌다.

덧: 작가가 마주하는 폭력적인 세상을 오늘도 이렇게 마주한다. 나는 좀더 착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친절따위에 댓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을 먹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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