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비뚤어진 심성은 여간해선 바뀌기 어렵지. 나도 험한 말과 손찌검 속에서 자라 이렇게 막돼먹은 것이다. 내가 바로 개경 뒷골목의 불량배야. 이미 사나워진 성질을 무슨 수로 고치겠느냐?”
“사랑받으면 달라집니다.” (p. 162)
『화월송도 1』은 사랑받으면서 달라지는 홍제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신 정변에도 평범한 사랑이 존재했음을 김이령 작가는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평범한, 실은 하나도 평범하지 않은 제온처럼, 그의 사랑도 그렇다.(p. 436~ 437) 제온은 ‘로미오’처럼 사이가 좋지 않은 집안의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처음에는 사이가 좋아서 ‘줄리엣’ 운영과 어린 시절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는 점이랄까. 고려 시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유교 사상에 묶여 나아가지 못한다. 고려 시대에 웬 유교일까 했더니, 구재와 국자감 등에서 유교 경전을 가르쳤다고 한다.(소설에서 제온은 구재에 다니고, 그의 동지들 중 두 명은 국자감에 다닌다) 고려 시대는 불교와 유교의 균형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제온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도대체 나리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거요?”
“요약하자면······, 신분 때문에 능력을 썩히지 않는 세상이랄까.”
“어떻게 나리가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소?”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검지치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세상을 뒤집지 않아도 나리는 능력을 써먹을 위치에 있잖소. 아니, 뒤집지 않아야 더 유리한 거 아니오. 왜 이런 손해 보는 일을 나서서 벌이는 거요?”
“내 인생은······· 덤일지도 모르니까.” (p. 456)
여기에 김이령 작가는 ‘왕자와 거지’ 플롯까지 차용한다. 평범하지만, 한꺼번에 쓰니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재밌다. 읽을수록 더 재밌다고 할까. 어디서 1권을 마무리해야 독자가 조바심이 나는지도 아는 것 같다. 별일 없을 것을 알면서도 그저 마음을 졸이며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시제와 시점이 통일되지 않아 약간 산만한 느낌이다. 필요 이상으로 문장이 길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개경에 빨리 도착하길 바라는 박씨 부인과는 반대로 운영은 개경에 가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p. 444) 조금만 다듬으면 가뜩이나 재밌는 소설이 완성도도 높아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