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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도서] 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김가빈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제목부터 위로를 건네는 책들이 있다.『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저자 김가빈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자동차 부품 연구소에서 일하다 직장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퇴사를 준비했다. 그 시점에 지인들도 연이어 퇴사를 하게 됐다는데, 그 이유가 각기 달랐다. 이에 호기심을 느껴 퇴사 후 퇴사자들을 인터뷰하러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책에는 저자를 포함한 퇴사자 26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책에 담긴 각각의 퇴사 이유는 개인들의 경험이므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화시킬 수 없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지나칠 얘기도 아니다. 퇴사는 언제나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퇴사자들의 얘기가 어느 정도 여러분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을 집어 든 여러분이 삶의 틈 속에서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기며 무언가를 깨달으면 좋겠다는 작은 욕심을 내어 본다.  (p. 13  prologue)

 

독자들 역시 개인들의 경험을 가지고 이 책을 대하기에 저마다 소감이 다를 것이다. 특히 퇴사 대신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리던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영화화되기도 했던 기타가와 에미의『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가 스치기도 한다.

 

“네가 여기서 나가떨어지면 그저 낙오자가 될 뿐이야. 버티면 더 올라갈 수 있는데 왜 낙오자가 되려는 거야?”

낙오자는 곧 실패한 사람이 되니까 괴로운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버텼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왜 이렇게까지 괴로워해야 하지?     (p. 52~ 53)

 

퇴사하게 된 이유가 하나같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퇴사에 대한 가치관도 다르다. 어떤 이는 퇴사를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며 은근히 권하는 모양이고, 다른 이는 솔직히 후회를 했다며 쉽게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퇴사가 후회되느냐고?

 

몇 번을 생각해 봤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p. 25)

 

퇴사를 고민한다면 그 이유는 확실하면 좋겠다. 그래야 후회를 안 하니까. 어차피 열 명이 모이면 한두 명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건 어딜 가나 똑같다. 그 사람 때문에 정말 죽을 정도가 아니라면 혹은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거나 목적이 있지 않다면 퇴사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 삶 안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구나 다 뛰어날 수는 없다. 맹목적으로 너도나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연신 내보내는 미디어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p. 134~ 135)

 

 

목표를 정확히 가지고 있거나, 대책을 세워 두고 나와야 한다며 마치 절충점을 제시하는 것 같은 이들도 있다.

 

사실 누구나 그만두고 싶을 거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지. 아니, 안 하는 게 현명한 결정이야. 그만둬 버리면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니까.

나도 그럴 줄 알았지만 다행히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어. 돈이야 정 없으면 아르바이트 해도 되는 거고. 결혼도 하지 않았고 당연히 아이도 없으니까. 어른들이 그러더라고.

“그럼 뭐든 해도 돼.”

 

종종 친구들이 퇴사한 나에게 기분을 물어.

난 좋다고 말해.

그러고는 이렇게 말하지.

“너도 퇴사해. 대신 대책은 세워 두고 나와야 해.”     (p. 101)

 

 

이 책을 읽고 나서 어쩌면 저자, 혹은 인터뷰에 응했던 몇 명의 사람들만 ‘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주인공과 어머니의 통화 내용이 생각을 바꿔 주지 않을까 싶다.  

 

-참, 다카시?

-왜?

-괜찮아. 인생은 말이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     (p. 171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게다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퇴사하고 나면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거든. 그런데 생각만큼 하고 싶은 걸 하지는 못하고 있어. 그래도 이 상황을 피하고 싶지는 않아. 매년 이런 고민이 바뀌고 덧붙여지면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거니까.     (p. 35)

 

결국 나다운 인생 역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퇴사뿐만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고려해 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펼쳐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고백하자면 이 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일러스트가 눈을 사로잡을 만큼 예쁘기는 했지만, 마음에서는 거부했다. 왠지 가벼울 것 같은, 너무 가벼워서 읽고 나면 바로 날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이 책의 이야기가 마음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미 몇 번의 퇴사를 경험했는데도 그랬다.『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가볍게 읽히기는 하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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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초보

    ㅎ~ 저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항상 사표를 가지고 다녔지요. 각자의 이유를 뭐라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심사숙고했다면 말릴수 없는 것이 퇴사아닐까 싶습니다.

    2019.03.25 07:57 댓글쓰기
    • 지나고

      네, 그럼요^^ 저는 사표를 가지고 다니고 있지는 않지만, 한 발은 빼고 있다는 생각으로 다녀요ㅎ

      2019.03.28 16:07
  • 파워블로그 책찾사

    퇴사를 결코 가벼이 볼 수 없겠죠. 많은 직장인들 가슴 속에 항상 존재하는 것이 퇴사이지만, 정작 그것을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없으니까요. 대책을 마련하고 퇴사를 하라는 이야기는 좀 상투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이 책은 지나고님 말씀대로 딱히 깊은 느낌으로 다가올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퇴사가 그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될 수도 있고, 또 새로운 세상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요.

    2019.03.28 13:37 댓글쓰기
    • 지나고

      네, 결국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그리고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책이라도 울림이 다를 것 같고요. 퇴사를 몇 번 겪다가 보니 공감이 많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아마도 깊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2019.03.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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