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위로를 건네는 책들이 있다.『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저자 김가빈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자동차 부품 연구소에서 일하다 직장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퇴사를 준비했다. 그 시점에 지인들도 연이어 퇴사를 하게 됐다는데, 그 이유가 각기 달랐다. 이에 호기심을 느껴 퇴사 후 퇴사자들을 인터뷰하러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책에는 저자를 포함한 퇴사자 26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책에 담긴 각각의 퇴사 이유는 개인들의 경험이므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화시킬 수 없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지나칠 얘기도 아니다. 퇴사는 언제나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퇴사자들의 얘기가 어느 정도 여러분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을 집어 든 여러분이 삶의 틈 속에서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기며 무언가를 깨달으면 좋겠다는 작은 욕심을 내어 본다. (p. 13 prologue)
독자들 역시 개인들의 경험을 가지고 이 책을 대하기에 저마다 소감이 다를 것이다. 특히 퇴사 대신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리던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영화화되기도 했던 기타가와 에미의『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가 스치기도 한다.
“네가 여기서 나가떨어지면 그저 낙오자가 될 뿐이야. 버티면 더 올라갈 수 있는데 왜 낙오자가 되려는 거야?”
낙오자는 곧 실패한 사람이 되니까 괴로운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버텼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왜 이렇게까지 괴로워해야 하지?’ (p. 52~ 53)
퇴사하게 된 이유가 하나같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퇴사에 대한 가치관도 다르다. 어떤 이는 퇴사를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며 은근히 권하는 모양이고, 다른 이는 솔직히 후회를 했다며 쉽게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퇴사가 후회되느냐고?
몇 번을 생각해 봤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p. 25)
퇴사를 고민한다면 그 이유는 확실하면 좋겠다. 그래야 후회를 안 하니까. 어차피 열 명이 모이면 한두 명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건 어딜 가나 똑같다. 그 사람 때문에 정말 죽을 정도가 아니라면 혹은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거나 목적이 있지 않다면 퇴사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 삶 안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구나 다 뛰어날 수는 없다. 맹목적으로 너도나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연신 내보내는 미디어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p. 134~ 135)
목표를 정확히 가지고 있거나, 대책을 세워 두고 나와야 한다며 마치 절충점을 제시하는 것 같은 이들도 있다.
사실 누구나 그만두고 싶을 거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지. 아니, 안 하는 게 현명한 결정이야. 그만둬 버리면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니까.
나도 그럴 줄 알았지만 다행히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어. 돈이야 정 없으면 아르바이트 해도 되는 거고. 결혼도 하지 않았고 당연히 아이도 없으니까. 어른들이 그러더라고.
“그럼 뭐든 해도 돼.”
종종 친구들이 퇴사한 나에게 기분을 물어.
난 좋다고 말해.
그러고는 이렇게 말하지.
“너도 퇴사해. 대신 대책은 세워 두고 나와야 해.” (p. 101)
이 책을 읽고 나서 어쩌면 저자, 혹은 인터뷰에 응했던 몇 명의 사람들만 ‘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주인공과 어머니의 통화 내용이 생각을 바꿔 주지 않을까 싶다.
-참, 다카시?
-왜?
-괜찮아. 인생은 말이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 (p. 171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게다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퇴사하고 나면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거든. 그런데 생각만큼 하고 싶은 걸 하지는 못하고 있어. 그래도 이 상황을 피하고 싶지는 않아. 매년 이런 고민이 바뀌고 덧붙여지면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거니까. (p. 35)
결국 나다운 인생 역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퇴사뿐만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고려해 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펼쳐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고백하자면 이 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일러스트가 눈을 사로잡을 만큼 예쁘기는 했지만, 마음에서는 거부했다. 왠지 가벼울 것 같은, 너무 가벼워서 읽고 나면 바로 날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이 책의 이야기가 마음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미 몇 번의 퇴사를 경험했는데도 그랬다.『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가볍게 읽히기는 하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