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옛말이 된지 오래다. 누구에게나 이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이직이 모두에게 똑같이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기회로,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위기로 기능한다. 차이가 무엇일까.『이직의 정석』이 답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퇴사학교에서 <헤드헌터가 알려 주는 이직의 기술>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정구철 저자는『이직의 정석』에서도 헤드헌터만 알려 줄 수 있는 이직의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수동적인 삶,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하다. 인생에서 무엇을 할지 몰라 점수에 맞는 대학, 전공을 택했고 ‘뽑아만 주세요’ 하며 상황에 맞춰 취업을 했다. 그리고 주도적이어야 할 이직조차 상황에 맞는 곳을 찾아 기웃거린다. 연봉과 복리후생만을 고려하다가는 다시 ‘뽑아만 주세요’ 하고 결정권을 놓쳐 버리는 비극이 반복될지 모른다.
단순히 이력서를 쓰고 조건을 비교하기 전, 스스로에게 질문하자.
‘나는 왜 일하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에도 답을 찾기 어려운 우리에게 ‘왜’란 질문은 막연함과 답답함을 불러일으킨다. 우린 너무나 많은 일 가운데 주도권을 잃어버린 채 수동적으로 살아왔다. 하루아침에 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자. 적어도 오늘 점심은 ‘아무거나’가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을 먹어 보자. (p. 7 서문)
저자는 시종일관 “이직의 시발점은 나에게 집중하는 것, 내면의 니즈와 요구 사항이 선행돼야 한다.”, 라고 강조한다.(p. 238) 이직도 이직이지만,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
떠날 것인가? 밀릴 것인가? 이것은 무조건 이직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회사의 속도가 아니라 나의 속도에 따라 주도적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직업의 종말』을 저술한 테일러 피어슨이 주장한 것처럼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다면 불행하게도 다음 두 가지 결과 중 하나에 이를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하거나 다른 사람이 하라고 하는 것을 하거나. (p. 64)
방대한 독서를 자신의 강점 중 하나로 명기하고 있는 저자는 인용으로 종종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벤자민 바버는 ‘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고 말했다. 이전의 성공과 실패는 잠시 두고 이번 챕터를 통해 나를 알고 회사를 알고 배워 보자. (p. 121)
『이직의 정석』의 강점은 단순히 이직의 기술만 알려 주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물론 헤드헌터만 알려 줄 수 있는 이직의 기술도 유용하기는 하다) 나를 알고 회사를 알고 세상을 알게 한다. 그리고 다시 나를 알게 한다.
내 강점으로, 내 일을, 나답게 해야 한다. 격변의 시대에도 답은 본질에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나에게 집중하자. (p. 212)
마지막으로 이 책 자체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직에 있어서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력서 작성 가이드(부록 1)를 보면 “작성 후 반드시 맞춤법 검사 시행”이라고 나온다.(p. 142) 책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간혹 오타가 보인다.(128쪽, 212쪽의 사향산업) 물론 검사를 시행했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오는 게 오타라는 것을 안다. 사실 나는 이번에 이직을 하려다가 저자가 ‘독사과’라고 표현하고 있는 카운터오퍼에 굴복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나는 왜 일하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그대, 이직을 꿈꾸고 있는가. 이 책을 통해 이직을 기회로 삼는 건 어떨까. 더불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